해바라기
해바라기
  • 편집부
  • 승인 2017.10.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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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에 가려서

아침 햇볕 보이지 않네.

해바라기는

해를 보려고

키가 자란다.

         < 1936년 9월 10일 >

해바라기를 마당 가득히 심으면서 오장환 시인은 해바라기 시인, 문학관은 '해바라기 문학관'이 되었다. 해바라기 꽃이 피면 시인을 만나러 어김없이 문학관을 찾는 열정 팬도 생겼다.

항상 9월 문학축제에 맞추어 꽃피는 시기를 조절하였는데 올해는 문학제가 늦어지면서 꽃 보러 왔다가 실망하고 가신 분이 여럿이다. 어떤 이는 방문 전에 꽃이 폈는지 확인까지 한다.

해바라기 문학관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꽃말은 '숭배' '기다림 ' '그리움'이라고 하는데 이 시(詩)의 속뜻은 기다림에 있다. 꼭 이루고 말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이 그토록 소망하고 갈망하는 것은 국권회복 즉 조국의 광복이다.

시인의 시어에 자주 등장하는 '울타리', '개' 등은 글쓴이의 관점으로 볼 때 침략자 일제를 정확히 지칭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울타리에 가린 해바라기는 식민지 체제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 국민으로, 매번 읽을 때마다 뜨거운 것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꾸역꾸역 올라와 목이 멘다.

그러나 그 어떤 방해공작에도 굴하지 않고 울타리를 훌쩍 넘는 해바라기는 광복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해바라기'는 일제강점기 오장환의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낸 최초의 저항 시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시인의 문학관은 보은군민의 힘이고 큰 자랑거리가 된다.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일제에 굴복하지 않았던 그의 항일정신의 출발점이 이곳 보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은군민으로 살고 있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행운이다.

올해 문학축제는 10월 26~27일에 오장환문학관과 보은읍 뱃들공원에서 있다. 그 어느 해보다 아름답게 핀 해바라기를 문학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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