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법주사 탑돌이는 오랫동안 이어오다 중단했지만 월정사는 묻혀있는 탑돌이를 발굴해 고증을 거쳐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았다. 전통문화를 사장시키지 않고 전승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있는 문화자원도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시키고 종국에는 아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말살시키고 있는 보은군과 크게 대비되는 면이다. 법주사 탑돌이가 중단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월정사는 탑돌이를 어떻게 전승 보전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키고 있는지 월정사의 사례를 확인해본다. 이를 계기로 속리산법주사 탑돌이도 다시 재현해 지역의 자산으로, 그리고 관광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오대산 월정사는 속리산 법주사와 대비되는 부분이 있다. 법주사는 조계종 5교구 본사이고 월정사는 4교구 본사이다. 그리고 법주사는 오리숲이 유명하듯 월정사는 전나무 숲길이 유명하다.

법주사 오리숲이 고유명사화 된 것처럼 월정사 전나무 숲길 또한 고유명사화됐다. 그런데 숲길만 놓고 볼 때 법주사 오리숲보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더 유명한 것 같다.

언론에 조명되는 것이나 한국관광공사가 걷고싶은 길 10선과 같이 그달, 그달 테마를 달리해서 전국 유명 관광지를 선정 소개할 때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이런 저런 주제에 부합시켜 선정돼도 법주사 오리숲길은 좀처럼 선정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도 대부분 전나무숲길이다. 한국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탑돌이 취재를 위해 월정사를 방문한 것은 9월 중순, 여름 기운이 남아있을 때다. 하늘을 다 가린 전나무의 푸른 숲길을 타박타박 걸어가서 맞은 월정사.

사찰 중심에 자리한 국보 제48호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 눈길을 끌었다. 12m 높이의 월정사 탑은 고려시대인 10세기 말에 세워졌는데 우리나라 팔각석탑으로는 가장 크고 높을 뿐만아니라 미적으로도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바로 그 탑을 중심으로 탑돌이가 이뤄진다.

월정사 탑돌이 전국 유일 무형문화재

탑돌이는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탑 주변을 도는 불교의 오랜 신행전통 중 하나다. 강원도는 지난 2016년 11월 조계종 제 4교구 본사인 월정사 탑돌이를 강원도무형문화재 제 28호로 지정하고 월정사 탑돌이 보존회를 보유단체로 인정했다. 강원도는 한국 고유의 전통성과 강원도의 정체성이 있는 불교민속이라는 점을 지정 사유로 들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 역사적 질곡을 거치면서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던 월정사 탑돌이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7년이다. 월정사는 탑돌이에 대한 고

증을 거쳐 승려들이 범패와 승무, 사물을 담당하고 큰스님 등 스님과 신도들이 일원으로 참여해 탑돌이를 완성했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을 오른쪽으로 3바퀴 돌고 법계도를 상징하는 'ㄹ'자 형태로 탑 앞에서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특히 불탑 신앙의 탑을 도는 방법, 악기연주, 장식물에 의한 주변장엄 등으로 진행된다. 스님들이 나각, 나발, 범종, 법고를 울리면 모두 탑 주위로 모여 선두에서 스님들이 인도하면 그 뒤를 신도들이 경전이나 지혜를 상징하는 등, 발원을 적은 축원문 등을 들고 탑을 돈다. 다 돌고 난 후에는 소원지를 소지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월정사 탑돌이는 사찰의 대중스님과 신도들, 그리고 일반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다함께 공동체의 소망을 함께 기원하는 대화합의 축제로 마무리 되는 대동의례로서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찰 내부적으로 해오던 탑돌이는 평창군 민속경연대회와 태백문화제 등에 출전해 대외에 처음으로 공개한 후 같은 해 10월에는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강원도 대표로 출전해 관심을 끌었다.

이같이 복원 초기에는 각종 경연대회에 적극 참가해 월정사 탑돌이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사찰 행사나 지역축제에서 탑돌이를 공연하며 종교의식이자 강원도의 전통 민속놀이로 자리를 잡았는데 드디어 1992년에 열린 제 10회 강원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월정사의 문화행사로 자리잡은 탑돌이를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한 것은 2015년 중앙승가대학교 대학원에서 월정사 탑돌이 관련 논문을 쓰기 위해 공부를 하던 각엄스님에 의해서다. 이 스님이 월정사로 들어와 탑돌이를 전담하면서 무형문화재 지정계획도 앞당겨져 전국 처음으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기록도 세웠다.

월정사탑돌이 보존회(회장 정념 주지스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각엄(평창 대덕사 주지) 스님은 월정사 탑돌이가 이렇게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등재되고 발전하기까지에는 사찰, 특히 부주지 스님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밝혔다.

각엄스님은 "77년부터 진행해서 지금까지 부침을 겪으면서도 명맥을 이어왔다. 복원 당시 주최가 누가 돼야 하나 근본적인 물음이 있었지만 민간에서 하면 연속성이 없다고 보고 사찰에서 이를 주도했는데 월정사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문헌을 찾고 관련 교수, 박사 등 전문가들을 찾아내 세미나를 열고 고증을 거치는 등 이론적으로 탑돌이를 놀이로 완성하는 것 외에 실제 공연하는데 필요한 각종 도구 등을 갖추는데도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사찰에서 할 때는 탑을 돌면 되지만 평창군내 각종 행사에 초청돼 공연하는 경우에는 실물크기의 반인 6m높이의 모형 탑을 설치해놓고 도는데, 이번에 4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가볍고 견고한 항공기 재료로 탑을 제작했다. 또 보존회원들에게 가사, 장삼은 물론 바라춤, 나비춤 등 불가의 춤을 추는 회원들에게 승무복을 지원하는 등 월정사의 문화적 자산인 탑돌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탑돌이보존회 중심 전승이 목표

지난 2013년 설립된 월정사 탑돌이 보존회는 일반 회원을 포함해 45명 정도에 이른다. 연령대는 4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다. 연간 3~4회 공연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7차례 공연을 했다. 각엄스님은 탑돌이 공연을 계속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관심도 늘고 있다며 외부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존회 사무국장 각엄스님은 월정사 탑돌이의 발전방안과 관련해 앞으로는 스님들이 주도하지 않아도 보존회 스스로 잘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문화재로 지정된 지 채 1년이 안됐기 때문에 우선은 문화재 형식대로 보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정 받은 것으로 만족한 채 공연하지 않고 머물러 있다면 금방 없어질 것이라며 좀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연습하고 있다며 문화재 지정 원형대로 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어떻게 계승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보존회가 탄탄하게 구성돼 있고 회원들이 스스로 성실하게 연습하고 있는데 이를 잘 발전시켜서 오래도록 이 모습이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정사는 앞으로 탑돌이를 사찰 주도가 아닌 법인체 중심으로 전승 보전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바라춤과 나비춤이 절에서 하는 의식이지만 3년 전부터는 회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현재 회원들이 적극적이고 열정을 보여 향후 완전 이관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사찰은 기대하고 있다. 긍극적으로 월정사탑돌이는 스님은 염불만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 각각 탑돌이의 문화예술적 요소들을 회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엄스님은 민속은 자발적 참여가 안되면 어려운데 탑돌이 보존회 일반회원은 행사가 있을 때 와서 맞춰보면 되지만 바라춤이나 나비춤을 추거나 북 등 장단을 치는 사람은 정기적, 지속적으로 연습하지 않으면 맞출 수가 없다며 탑돌이 보존회원들은 나오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와서 연습을 하고 있다며 회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성보박물관에서 승무춤 등을 연습하고 있는 보존회원들은 "탑돌이 동영상을 보고 또 우리가 추는 바라춤이나 나비춤사위를 보고 실수한 것 연습하면서 바로잡고 있다"며 "1주일에 한번 하는 연습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수시로 나와서 연습하고 스님의 지도를 받고 또 실력이 우수한 초창기멤버들에게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그러면서 연습실에 나와 승무나 장단을 치는 연습을 하면서 탑돌이 하는데 필요한 실력을 쌓는 것도 있지만 연습을 하는 것이 곧 공덕을 쌓는 것이고 자기수양도 된다"고 말하고 "가끔 스님이 좋은 말씀을 해주는데 법문을 듣고 나면 복잡했던 머리가 개운해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며 탑돌이보존회 활동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법주사 탑돌이는 없어지는 중

각엄스님은 월정사탑돌이는 불교의 형식이 파괴된 채 보여주는 단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25호로 불교예술의 정수로 꼽히는 동해 삼화사 국행수륙대재(國行水陸大齋)나 국가무형문화재 126호인 서울 진관사 국행수륙재와 같이 불교의식 그대로 진행하는 탑돌이를 진행해 무형문화재를 한 개 더 추가로 지정받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4교구 본사인 월정사에서는 무형문화재를 선점, 탑돌이를 진화 발전시키고 있지만 5교구 본사인 법주사는 부처님오신 날 행해졌던 탑돌이가 중단된 지 오래다.

법주사와 월정사가 탑돌이를 놓고 서로 다른 운영한 것이 현재와 같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법주사 팔상전 탑돌이는 문화원이 주최자였지만, 월정사는 사찰이 중심이 되어 운영했다. 결과적으로 사찰이 주최가 되어 운영했던 게 주효했다.

팔상전 탑돌이는 국보 55호인 팔상전을 돌며 불도, 염원, 공덕, 공양 등을 올리는데 이때 범패에 맞춰 흥겹게 탑돌이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명맥이 끊어졌다가 1970년 다시 고증을 거쳐 발굴되었고 1970년 10월 전남 광주에서 열린 제 11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하고 속리축전에서 명맥을 이어왔으나 현재는 중단됐다.

문화원이 고증을 거치고 또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 승격시키는 계획도 있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또 탑돌이보존회를 구성하고 2002년까지 매월 1회 시연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이후 2003년부터는 신도중심의 독자적 전승보전체제를 확립해 월 1회 정기공연을 한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역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불교의 민속놀이를 정기공연으로 관광상품화 해서 볼거리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평창군의 월정사에 보은군 뒤지고 있는 것이다.

송진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