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
'아이 캔 스피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
  • 편집부
  • 승인 2017.10.19 10:13
  • 호수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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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휴, 예고편도 보지 않고 '아이 캔 스피크'를 관람했다.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만 알았을 뿐 어떤 내용인지 몰라서 그냥 가볍게 볼만한 코미디 영화인 줄로만 알았다.

이 영화가 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건 입장한 상영관 안에서 급하게 찾아본 줄거리를 통해서였다. 2007년 미국 연방하원에서 통과된 '위안부 사죄 결의안'의 청문회를 모티브로 했는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실제 의회 증언을 재구성했다.

주인공 옥분 할머니는 '마녀 할멈'으로 불릴 정도로 깐깐하고 까칠한 시장 수선집 할머니이다. 시장사람들이 아주 사소한 불법행위를 하거나 시민의 안전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꼼꼼히 따지고 구청에 민원을 내기도한다.

영화 중반부, 할머니가 자신의 영어선생님인 공무원 민재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장면이었다.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밝히는 모습에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났다. 그렇게 힘겹고 외롭게 살아온 인생도 없을 것이었다.

옥분 할머니는 '위안부 사죄 결의안'의 청문회에서 증언을 하기로 한다. 열심히 영어를 공부해 미국의 청문회에 서게 되지만 일본군의 만행을 인정하지 못하는 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비난이 오갔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굴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증언을 해냈고 덕분에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합의가 된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일본군의 만행에 대해 증언하고 아픈 역사를 일깨우는 데에 힘쓰신다.

'아이 캔 스피크'는 감동을 주는 영화일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다. 어쩌면 옆집의 할머니가, 길을 걷다 마주치는 할머니가, 정말 어쩌면 우리의 할머니가 그런 아픔을 외로이 떠안고 계실 수도 있다.

10월 13일 금요일, 보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주말에 대추축제를 구경하다 마주한 소녀상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투박한 동상일지라도 사람들은 털목도리와 꽃을 쥐어주고 그 앞에서 한참을 말없이 서있었다. 나도 소녀를 바라보며 어쩌면 내 주변의 할머님들이 저 소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매일 아픈 역사를 떠올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투사처럼 발 벗고 나서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영화를 기회삼아 가슴 아픈 역사를 절대 잊지 않고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현재 처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송예진(보은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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