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서 오신 손님
먼데서 오신 손님
  • 편집부
  • 승인 2017.10.19 10:12
  • 호수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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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축제가 시작되자마자 제게도 손님이 많은데, 예기치 않은 뜻밖의 손님도 계셨어요.

축제 첫날, 바빠진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데 폰이 딩동딩동... "목포에서 왔습니다" "남해에서 왔습니다" 그 쪽으로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갸우뚱했더니, 대추축제에 오려고 인터넷에서 보은을 검색하던 중, '보은전통시장 음악방송' 카페가 보여 앱을 다운 받아 제가 진행하는 방송을 청취하셨다네요.

그리고 음악신청들 하시라고 두어 번 알렸던 제 폰 번호를 기억해 두셨다구요. 덕분에 그 중 한 팀이 타고 오신, 동다리 근처에 주차된 하얀 캠핑카 내부를 구경하게 되었는데 오밀조밀 소꿉장난 같은 중년 어른들 살림살이가 재미있었어요. 부인과 함께 보은에서 며칠 머물다 가시겠다고 하시는데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었지요.

그날부터 길가에 세워둔 차들을 유심히 보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큰 짐차 종류를 개조해서 가족 캠핑카로 이용하시더군요. 또 다른 내외께선 상등급 대추를 찾으셨는데 품귀라고 애석해 하시다 산외방앗간 사장님의 소개로 대추연합에서 간신히 구입하기도 하셨죠.

산외방앗간에서는 씨를 뺀 대추를 내방객들께 맛보기로 주신 센스가 반짝반짝 돋보였어요.

방송실을 오르내리면서 늘 뵙게 되는 산외방앗간 사장님 내외분은 유쾌, 상쾌, 다정함까지…. 버럭 소리쳐 인사를 하시면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맑은 가을 하늘 닮은 새파란 얼음 갈라지는 소리같이 짱! 정신이 번쩍! 기분이 좋아요.

요즘 팔을 다친 제게 '상이군인' 이란 영광스런 닉네임까지 선물해 주셔서, 조국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는 저는 얼마나 송구한지요.ㅋㅋ

자신들의 이익과는 상관없음에도 문의를 하는 내방객들에게 좋은 곳을 안내해 주시기도 하고, 피곤함을 내색하지 않고 일일이 설명해 주시는 젊은 열정에 감탄도 했어요.

이윽고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서 내년 대추축제가 또다시 돌아오면 먼데서 오셨던 그 손님들은 친절한 전통시장을 잊지 않고 당연히 찾지 않을까요? 강남 갔던 제비가 봄이 오면 다시 돌아 오듯이.......^^

박태린

보은전통시장 음악방송DJ/ 청주 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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