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속 빈곤
풍요속 빈곤
  • 편집부
  • 승인 2017.10.19 10:01
  • 호수 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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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가을이 익어가는 요즘입니다.

청명한 높은 하늘과 누렇게 익은 벼이삭이 물결치는 들판은 어느 유명화가의 명화같은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덥지도 차지도 않은 바람까지 얼굴을 스치면 영화의 한 장면에 내가 서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킵니다.

쌀이 생활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시절 풍요로운 가을 들판은 경제적 수입의 약속이었기에 보기만 해도 배부른 풍경이었을 것입니다. 오늘날은 농업 기술, 생산 수단의 비약적 발달로 들판의 곡식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풍경을 자아내지만 그 누구도 이를 경제적 풍요로 편안함으로 받아 들이지는 않습니다. 먹거리가 다양해져 쌀의 수요가 낮아졌다는 이유를 들기도 하지만 그 근본원인은 1차산업에 대한 경시와 실패한 농업 정책으로 야기된 농촌경제의 붕괴와 농가 소득의 불평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같은 풍요속의 빈곤을 느껴야 하는 슬픔은 비단 농촌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땅에 살고 있는 상위 몇 %의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이 느껴야 하는 슬픔일 것입니다.

TV에서 신문에서 홍조띤 얼굴을 한 사회자와 신문기사들이 3분기 대기업 삼성의 영업이익 14조 5천억원을 외치며 흥분합니다. 대한민국 3분기 수출실적 조차 또 다시 사상최대인 551억 3천만 달러(한화로 62조 4천억원)를 기록했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풍요로운 들판의 풍경과 같은 풍요로운 소식은 사상최대의 자영업 폐업율과 줄어 들기는 커녕 계속 커져만 가는 청년 실업율, 1천400조를 넘어선 금융권의 가계빚(가계대출), 생기를 찾아 볼 수 없는 가게와 시장, 길거리속에서 사상최대라는 풍요로운 수치는 그 빛을 잃어 갑니다.

이러한 모습은 부의 불평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의 불평등이 위험수치에 달한 대한민국에서 절망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점 중에 하나가 사회가 합의한 법과 질서에 기초한 공정한 경쟁과 거래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성실한 것이 성공과 소득증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거대 자본력과 조직력을 가진 대기업과 이와 결탁한 부패한 정치권력이 손잡고 법과 질서를 피해가고 왜곡시켜 일방적으로 더욱더 큰 부를 축척한다는 데 있습니다.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존재하지 않고 거대한 자본과 힘을 바탕으로 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 규칙만이 존재하는 사회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대다수 국민은 봉건적 노예신분과 같은 경제적 예속상태에서 어떠한 권리주장도 표현도 제한되게 되며 삶의 질은 하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부 차관이 국민을 개·돼지라 부른 인식적 근거도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합니다.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모든 국민의 소득을 향상시켜 분배를 재정립해야 하고 부의 형성과정에서 공정한 법에 의거한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지도록 해야 하며 모든 국민과 기업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전 국민에게 고루 혜택이 갈수 있도록 집행하는 것에 핵심이 있을 것입니다.

톈옌(天眼) '하늘의 눈'이라 칭하며 2016년 9월 중국에서는 축구장 30개 크기로 미국의 2배가 넘는 세계최대의 전파망원경을 완성하며 우주과학 기술의 기반을 마련하여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합니다. 총 공사비는 2천600여억원입니다. 세계최대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의 핵심 군사전력은 항공모함전단입니다. 올해 7월 미국에서는 최신예 슈퍼 핵 항공모함 '제너럴 포드함' 을 완성해 취역시켰습니다. 건조 비용은 14조원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수질개선과 홍수 방지를 목적으로 단기간에 22조가 넘는 혈세를 퍼부어 4대강을 녹조라떼로 만들어 낸 위대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또다시 자원외교라는 명목으로 공기업을 내새워 12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어떠한 자원도 확보하지 못하였습니다. 국가의 천문학적 세금은 소수의 대형건설사와 권력자들의 주머니만 채우고 국가와 국민에게 어떠한 혜택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위 10대 기업의 이익잉여금(유보금)은 430조를 넘어섰지만 이를 활용해 미래산업을 위한 신기술개발과 사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규채용등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기존 서민경제의 기반이었던 전통시장도 생계형 서민사업인 떡볶이와 어묵판매까지도 대형쇼핑몰로 대표되는 대기업 유통업에서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위험한 미래 투자 대신 안전한 현실투자를 선택한 셈이지요.

소수의 기득권자에게 집중되어진 부는 이렇듯 생산적이거나 효율적이게 쓰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권력으로 작용해 공공의 이익과 질서를 교란시키며 또다른 부의 집중과 부정을 만들 확률을 높입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경제의 규모를 키워왔고 성장했지만 그 결과로 나온 성과물들은 국민에게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나눠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대한민국의 개혁은 대기업과 정치권력의 부정한 관계를 청산시키며 부정한 과거 관계속에서 만들어진 법률과 질서를 바로 세워 모든 국민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부의 공정한 분배와 성취를 통해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만들어 주어야 할 듯 합니다.

그렇게 나아가며 만들어진 대한민국에서의 가을은 모두가 풍요를 기뻐하며 지역축제를 즐길 수 있는 절기가 되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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