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사랑 오황균·윤석주 자원활동교사 인터뷰
흙사랑 오황균·윤석주 자원활동교사 인터뷰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10.12 10:28
  • 호수 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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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리 짝궁, 한글학교에서 나란히 자원활동
▲ 활짝 웃고 있는 오황균(사진왼쪽)씨와 윤석주씨.

어린 아이의 고사리 손의 모습과 사뭇 다른 할머니들의 굵은 손가락 마디마디와 깊어진 주름, 할머니들은 연필을 꼭 쥐고 진땀을 빼며 한글날 글짓기 대회에서 한자한자 정성스레 써내려간다.

옆에서 살뜰히 도와주는 교사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흙사랑 한글학교 오황균·윤석주 자원활동가를 소개한다.

#흙사랑 출근하는 행복한 화요일

오황균·윤석주씨는 내북면 법주리 한동네 살며, 흙사랑 할머니들께 한글을 가르친다.

이들에게는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형님은 국어, 저는 영어 선생이었어요. 형님이 한글교육에 있어서는 저보다 전문가죠" 동생 오황균씨의 말이다.

"그렇지만 저보다는 오선생이 한글학교 선배입니다" 형님 윤석주씨의 겸손한 마음이 담긴 말이다.

청주와 보은 등에서 교직에 몸담았던 그들은 정년퇴직(윤석주)과 명예퇴직(오황균)을 한 후 흙사랑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한동네에 있어서 좋은 점은 서로 힘이 된다는 것이죠"

매주 화요일이면 이들은 같은 차로 흙사랑으로 출근한다. 같은 공간을 오가며 그들은 어르신들에게 효과적인 교육방법과 자신의 경험 등을 공유하며 가르치는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흙사랑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처음 교편을 잡았던 추억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1975년 보은농고(생명고)에 첫발령을 받았던 윤석주씨는 그때의 감동을 다시 상기한다.

"첫발령에 의지가 넘치는 총각시절 이었는데, 가정방문 때의 일입니다"

상투에 갓을 쓴 부모가 버선발로 쫓아나와 안방으로 안내하더니 그에게 절을 올린 것이다.'마음속 깊이 쿵'하는 울림은 30년 넘도록 그에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었으며 어떤 교사로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나침반이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신 후에 산소에 찾아가 절을 올렸죠. 그때의 제자가 지금 회인농협 지점장으로 있어요. 흙사랑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그때의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맞아요. 학교가는 길이 너무 행복합니다" 오황균씨가 맞장구 친다.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가르치는 교사들도 행복한 길이라 한다.

"아이들은 빨리 배우면서도 배움의 소중함이 덜한 반면, 어르신들은 10분 쉬는 시간도 아까워할 정도로 열정이 뜨겁죠" 결국 쉬지도 못하고 2시간을 꼬박 수업하며, 때로는 동요와 트로트 응용수업으로 목이 아프지만, 헤어지는 길에 할머니들이 손을 꼭잡고 놓아주지 않는 사랑에 힘든줄 모른다고 한다.

#인생 보물창고 함께 하는 기쁨

"우리는 글씨를 가르치지만 어르신들은 농사짓는 법도 가르쳐주시고, 인생의 지혜를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보물창고이지요"

할머니들이 한글을 제대로 쓰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만 갖춘다면 훌륭한 문학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에 갖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재능기부라는 표현보다는 '공동배움, 공동성장'을 얘기한다.

"퇴직한 교사, 지역의 뜻있는 분들이 보다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한다. 가르침과 배움이 공존하는 흙사랑이라며 행복한 공간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또한 지금 시장안 좁은 공간에서 월세내며 살고 있는데 보다 안정적인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라며 평생교육시설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얼마전 백제문화탐방으로 공주와 부여로 1박2일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충청, 전국 운동회와 박람회 등은 어르신들이 난생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죠"라며 이후 스마트폰과 인터넷 교육, 영어, 문화, 역사 등 사람은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평생 배워야 하는데 흙사랑이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람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을 서로 나눌 때 이웃이, 사회가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이들은 교소도 인성교육 자원활동을 하고(윤석주), 내북면 풍물패와 보은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오황균) 지역사회와 어울렁 더울렁 더불어 산다.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집니다"라고 말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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