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리 보은여고 교사
전유리 보은여고 교사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10.12 10:27
  • 호수 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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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친구처럼 언니처럼 함께하고 싶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거꾸로 수업' 이름만 들어도 예전의 수업방식과는 전혀 다른 수업이라 생각된다. 더구나 수학과목을 거꾸로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전유리(수학, 3학년 2반 담임) 교사를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배워요

전유리 선생님은 2014년 9월, 보은여고로 첫발령을 받고 3년째 보은과 인연을 맺고 있다.

"지금 가르치고 있는 3학년 아이들은 1학년 때부터 꾸준히 3년간 가르친 아이들입니다"

'미래교실 네트워크'라는 교사모임을 통해 수업연구를 꾸준히 해온 그녀이지만, 막상 인문고에서 거꾸로 수업을 한다라는 결정을 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했다.

"학교가 소수 잘하는 학생들만 위한 수업이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더구나 수학은 대다수 학생들이 포기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했죠"

일반수업은 수업시간에 강의를 하고 숙제를 내준다. 그러나 거꾸로 수업은 동영상을 통해  학생들이 사전에 10~20분짜리 짧은 동영상으로 수업을 하고, 정규 수업시간에는 과제나 문제풀이를 모둠별로 진행한다.

모둠별로 과제를 해야하기 때문에 일단 수학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가 없어졌다. 그리고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돌연 질문을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겠지?'라고 말하려는 찰나, "선생님이에요"라고 말한다.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배움을 얻는다는 얘기이다. 그녀는 수업시간에 교사가 하는 말을 학생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모둠별로 문제풀이를 하다보니 잘하는 아이는 설명을 하고, 평소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설명하다보니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 또한 알고 있는 지식도 잊어버리기 일쑤인데 말로 설명하면 그것은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공부가 더딘 아이들은 학생의 언어로 쉽게 설명하니 교사가 설명할 때보다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한다.

3년간 꾸준히 거꾸로 수업을 한 결과, 올해 전국 모의고사에서 보은여고 수학성적은 보은군을 떠나 청주시 인문계와도 비교해볼 정도로 눈부신 실력향상률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길러졌다는 것이 성과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으로 연결될 거라는 확신까지 차 있었다.

#시끄러운 교실, 활기찬 학교 생활

그녀의 수업시간에는 조용히 할 필요가 없다. 모둠중에 수학을 제일 잘하는 아이들도 모르는 문제에 맞닥뜨리면 다른 조와 상의를 하고, 돌아다니며 문제풀이를 스스럼없이 진행한다.

또한 수학동아리 활동도 두드러져 전국 최초로 수학의 미분과 적분을 동화책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간모자와 다수의 동화 주인공이 등장하는 창작동화로 적당한 곳에 미적분 공식과 개념이 들어가 있다.

또한 사회창의동아리 활동으로 생활주변의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지난해에는 보은군 가로등 문제점을 발견하고 많은 해결까지 이뤄졌으며, 올해에는 여고 앞 버스정류장의 위험성에 대해 조사하고 군청과 간담회도 진행했다. 이러한 성과들이 도대회에서 1등을 하고 보은여고가 도지정 수학나눔학교에서 올해는 교육부 수학나눔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그녀는 올해 벅찬 한해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고민하는 모습과 대학, 사회 어디에 나가서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주도적 삶을 이끌어갈 것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모두를 위한 학교, 인생을 스스로 준비해나가는 아이들로 성장하도록 친구처럼 언니처럼 함께 하고 싶을 뿐이에요"라며 그녀는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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