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추천하는 10월의 책- 대추 한 알
사서가 추천하는 10월의 책- 대추 한 알
  • 편집부
  • 승인 2017.10.12 10:25
  • 호수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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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 시 ㅣ 유리 그림ㅣ 이야기꽃
 

10월 13일부터 보은대추축제가 시작된다. 다양한 공연, 전시, 체험, 연계행사도 풍성하지만, 보은의 달고 아삭한 생대추들이 단연 축제의 주인공이 아닐까. 봄 가뭄부터 집중 호우, 뜨거운 태양까지 열악한 기상 상태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맛있는 보은대추를 수확하기까지, 그것들을 자라게 한 햇빛과 비, 구슬땀을 흘리는 농부의 손길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한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 대추 한 알 전문

8줄짜리 짧은 시와 대추가 붉고 둥글어지기까지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그린 그림이 눈앞에 생생히 펼쳐진다.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작은 것에도 우주가 들어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모든 일이 당연한 것이 되기까지 필요했던 것들이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묵직한 그림 속에서 먹먹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대추 한 알이 익어가는 것과 살아가는 것이 같다고 느껴지면서, 붉게 대추가 익어가는 동안 올해의 나는 잘 영글어 가고 있는지, 와 같은 이런 저런 생각도 든다.

삶과 노력, 생명에 대한 자세를 수박을 키워내는 일을 통해 보여주는 유리 작가의 또 다른 책인 '수박이 먹고 싶으면'도 꼭 함께 만나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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