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처럼 산다면
솔개처럼 산다면
  • 편집부
  • 승인 2017.10.12 10:08
  • 호수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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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오면 왜들 마음이 들뜨는 것일까요? 즐거움뿐이랴, 마음속에 눌러 놓았던 어떤 그리움 하나까지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올리고, 춤추는 발레리나 곧추선 까치발로도 모자란 설레임까지 동원시키지 않던가요? 그 들뜬 느낌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 아니겠어요? 어린 시절, 두 손으로 엄마 치맛자락을  잡고 시장 나들이 한번 나서면 어찌 그리도 마음은 날아갈 듯 기뻤던지요.

대목장날도 방송실에서 CCTV로 시장풍경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한무리의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서는 모습을 포착, 나중에 알았는데 군수님 일행이었어요. 무언가 구입도 하시고 대화도 나누시면서. 바로 군수님과 함께하는 명절 장보기 행사라는데 왁자지껄 생동감 있는 모습이 얼마나 좋았는지요. 시장은 시끌벅적해야 제 맛인 것은 당연지사...

스스로 노화된 제 몸의 날갯죽지를 뽑아내고 발톱조차 뽑아낸후 다시 30년을 더 살아간다는, 수필 <솔개처럼 산다면>이나, 한사람이 등불을 켜고 또 한사람이 등불을 켜다가 어두운 밤 온 동네 사람이 불을 켜면 온 천지가 환해진다는 <더하기의 마력>. .../<중략>하지夏至날 길고 긴 낮/어둠은 왔고/ 동지冬至날 기나긴 밤/새벽은 왔었지/...<중략>/<인생>이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글의 저자가 군수님이라는 사실은 흥미롭기도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요.

스토리텔링의 문화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한 전통시장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아무리 하지날이 길다 해도 밤은 오고 동지날 긴 밤이 영원할 듯 해도 새벽은 처마 밑으로 찾아들 듯, 제 몸을 뜯어내는 고통을 참아내고 활기찬 새 삶을 누린다는 판도라의 상자속 희망, 성취 100%를 이룬 멋진 솔개의 모습으로 떠올려졌어요.  한사람이 밝힌 등불을 여러 사람이 함께 밝힌다면 그 효과는 더할나위없이 대단하겠지요?

또한, 군수님의 명절장보기 행사는 물론 당연히 반기지만 평소에도 자주 들리셔서, 시장 외진 곳에서 한숨짓는 애환도 틈틈이 다독여 주시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욕심인가요? 

박태린

보은전통시장 음악방송DJ/ 청주 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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