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빈들 납시오~!
귀빈들 납시오~!
  • 편집부
  • 승인 2017.09.27 21:21
  • 호수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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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때 나라의 미래였던 적이 있었지요. 어린이는 국가의 미래... 어쩌다  방송실 아래가 갑자기 떠들썩해 질 때가 있는데, 바로 어린이 집에서 단체로 시장견학을 왔을 때랍니다.

샛별 어린이집 어린이들은 앙증맞은 장난감 시장바구니들을 하나씩 팔에 걸고 나타나선 종달새처럼 종알종알종알, 두리 어린이집에서는 약 사십여명 정도 되는 어린이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그런 날 전통시장은 그야말로 부산 자갈치시장 못지 않은 생동감으로 넘치게 되지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따스한 눈길과 미소. 귀한 손님을 환영하는 뜻에서 아는 노래라도 한 곡 들려주면 전통시장이 떠나가라 얼굴을 치켜들고 목청을 높여 따라 부릅니다. 여름날 밤에 힘차게 노래하는 개구리 합창단 같습니다.ㅎ

그 이쁜 모습을 보시던 보은순대 사장님이 어느날부터 어린이들에게 순대를 한 점씩 잘라 입에 넣어 주셨는데, 다녀가신 분들마다 명품순대라고 소문을 냈다는 그 소문을 아는지 냉큼 받아먹는 아이, 먹지 않겠다고 입을 꼭 다물고 도리도리 머리를 젓다가, 친구들 맛나게 먹는 모습에 덩달아 먹어보고 더 달라고 하는 아이.

보은순대 건너편 가게 보은식품 사장님 내외께선 이런 풍경을 한없이 인자하신 표정으로 바라보며 웃으시죠. 얼마 전 출가시킨 따님에게 태어날 외손주를 미리 기대하시는 듯?ㅋ

마이크를 대주며 이름이라도 물어보면 어찌나 또박또박 대답들을 잘 하는지, 그럴 때는 씩씩한 꼬마병정들 모습입니다.

보은순대 사장님은 전통시장 견학을 오는 어린이들에게 계속 '순대한입환영'을 해 주겠다고 하시는데, 그 따뜻한 인정에 제가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어요.

나태주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고 풀꽃을 표현했는데, 아이들의 모습이 풀꽃 같았어요.

얼마나 예쁘면 인(人)꽃이라고 했을까요?

박태린

보은전통시장 음악방송DJ/ 청주 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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