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사라진 속리산 황톳길
③사라진 속리산 황톳길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7.09.21 10:47
  • 호수 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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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에서 실패한 황톳길 계족산에선 통했다

 충북을 대표하는 관광지 속리산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었다.

대형버스 터미널에서 하차한 후 법주사나 문장대를 등반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행렬이 넓은 도로를 가득 메워 산을 보는 것인지 사람을 보는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하지만 잊혀버린 관광지가 된 속리산의 위상도 급격히 추락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지정 순위를 보면 1호 지리산(1967년), 2호 경주(1968년), 3호 계룡산(1968년), 4호 한려해상(1968년)이고 6호인 속리산은 5호인 설악산과 같은 해인 1970년 3월 24일 지정됐다. 현재 22곳의 국립공원 중 속리산의 역사성이 무색하리만치 쇠퇴해 버렸다. 급기야 올해는 문화관광부가 2년마다 선정하는 한국이 꼭 가봐야할 한국 관광 100선에서도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충북에서는 속리산과 단양팔경, 괴산 산막이 옛길이 선정됐었으나 올해는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가 선정됐고, 단양팔경은 연속 3회, 괴산 산막이 옛길은 2회 연속 선정됐다.

관광트렌드 및 관광객들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속리산의 실상으로 보면 탈락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현재 보은군의 관광정책으로 보면 속리산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할 관광 100선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데도 난망(難忘)하는 분위기이다.

속리산은 보은군의 대표먹거리, 지속가능한 미래식량이다. 불과 2, 30년 전만 해도 잘나갔던 속리산의 모습과 2, 30년을 지나오는 동안 추락한 관광지로 변한 속리산, 살리지 못한 숨은 매력을 재 발굴, 관광보은의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선진 사례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본다.

글싣는 순서

▷속리산의 화려했던 명성, 그땐 그랬다

▷속리산의 화려했던 명성, 그러나 지금은

▷지역 관광상품과 타 지역 관광상품 비교 보도

▶ 사라진 속리산 황톳길: 100선에 선정된 계족산 황톳길

  형식에 그치는 속리산 산신제: 유네스코 무형유산인 강릉단오제

  없어진 속리산 법주사 탑돌이 : 무형문화재된 월정사 탑돌이

  없어진 속리산 세조 어가행렬 : 수원 정조대왕 능행차 재연

  단발성 속리산송이놀이 : 상설공연 안동 하회 별신굿

  판 못키우는 송이놀이 : 5일장 상설공연 정선 판 아리랑

▷관광선진지 단양군 탐방

▷속리산 명성 부활대책Ⅰ

▷속리산 명성 부활대책Ⅱ

대전 계족산 황톳길은 3회 연속 한국인이 꼭 가봐야할 관광100선 선정

남의 떡이 커 보인다. 나는 실패한 사업을 다른 사람이 잘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속상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똑같은 사업을 놓고 우리지역은 실패했는데 다른 지역은 성공적으로 잘 추진하면 배가 아프다. 돈줄을 쥐고 있는 행정기관이 좀더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스런 맘을 갖기 십상이다.

이번 호부터는 국민관광지였던 속리산은 소중한 자원을 살리지 못하고 애물단지로 전락, 결국 버렸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같은 자원을 가지고 성과를 올리고, 명성을 높이고 있는 문화관광자원을 소개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것은 계족산 황톳길이다.

대전시 향토기업인 맥키스 컴퍼니는 황토를 뿌리는 등 황톳길 일체를 관리한다. 계족산 황톳길은 현재 단순한 걷기 길에 그치지 않고 맨발 축제, 마라톤대회나 음악회 등과 같은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돼 볼거리는 물론 즐길거리까지 충족시키고 있는 대전시의 명물이다. 전국적으로 소문나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는 곳으로 3회 연속 관광100선에 선정된 계족산 황톳길에 대해 살펴본다.

전국 최초 숲속 맨발걷기 시도

계족산 황톳길은 정말 유명하다. 대전이라는 광역시를 끼고 있는 지역이어서 대전시민들만 찾아도 100만명은 훌쩍 넘을 환경적 요인이 있지만 이곳은 대전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명소이다.

해발 429m에 불과, 비교적 낮은 계족산의 황톳길은 원래는 임도로 출발했다. 1994년 총 42.251㎞에 달하는 임도를 개설한 대전시가 이곳에 자연환경이 좋은 계족산 산림자원을 이용해 삼림욕을 하며 심신의 건강과 휴양을 할 수 있는 삼림욕장을 조성했다.

회색 콘크리트 건물 빌딩 숲에서 자동차 매연과 경적음에 노출됐으나, 휴식조차 하지 못하고 찌들어 사는 대전시민들은 도심 속의 허파인 계족산 황톳길을 걷고 삼림욕을 하는 것만으로 건강해지고 행복의 경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2007년부터 대전시와 손잡은 선양(현 맥키스 컴퍼니)이 이곳에 황톳길을 조성했는데, 숲속 맨발길 걷기를 주제로 전국 최초로 시도한 건강여행길이 되었다.

그동안 밑창 두둑한 신발 속에서 숨죽이며 살았던 발가락과 발바닥은 촉촉한 황톳길을 밟으며 촉감이 되살아났고 발바닥 전체로 전해지는 기운을 온몸 구석구석으로 보내며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 시민들은 맨발로 걷기의 천국 계족산으로 몰려들었다.

그 명성은 각종 기록으로도 보여준다. 황톳길을 조성한 지 1년 뒤인 2008년 여행전문기자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 관광 100선 3회 연속 선정, 5월에 꼭 가봐야할 명소 선정, 여름힐링 여행 21선에 꼽히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선정하는 국내 테마여행 10선에도 포함되는 등 각종 여행, 관광분야 우수 아이템 선정에서 빠지지 않는 대전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슬로우 문화의 대표적인 콘셉트인 황톳길 맨발걷기는 전국적인 걷기열풍과 맞물려 매 주말마다 5만여명이 찾는 특색있는 관광지가 됐다.

황톳길이 처음부터 이렇게 각광을 받은 곳은 아니었다. 처음 조성했을 때는 폭 3.5~4미터 되는 임도 전체에 5㎝ 정도의 두께로 황토를 도포했었다. 비가 오지 않았을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비가 오고 난 후나 겨울철 해빙기에 신발바닥은 온통 황토가 범벅이 됐고 급기야 바지 밑단도 버리게 되는 등 불편이 컸다. 일반 흙 길이면 이런 불편이 없을텐데 일부러 황토를 도포하면서 걷기 불편할 정도로 산책로가 엉망이었다. 결국 1.5~2m로 황톳길 폭을 조정했다. 그리고 나머지 폭은 원형대로 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사람, 그리고 신발을 신고 일반 임도길을 걷는 사람으로 구분이 됐다.

길은 이렇게 구분이 됐지만 계족산을 찾는 트레킹 마니아들은 신발을 신고 일반 임도를 걷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붉은 황토길을 걷는 것이 공식이 돼 버렸다.

맨발로 걸어도 걱정이 없다. 세족장을 만들어놓아 맨발로 걸은 후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지난 9월 1일 계족산 황톳길 세족장에서 두 딸과 발을 씻고 있는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 양모씨(43, 대구)는 "대전 가장동에 사는 친척 집에 왔다가 황톳길이 유명하다고 해서 일부러 와서 왕복 1시간 정도의 거리를 걸었다. 약간 질퍽했지만 편안하고 좋았다. 언제 우리가 맨발로 흙을 밟아보겠나. 아이들도 처음 맨발로 걸어본 것인데 아마 좋은 경험이 됐을 것 같다"는 소감과 함께 대구시에도 이런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대전 유성구에 산다는 임준석씨는 주말마다 계족산 황톳길을 찾는다면서 "올라갈 때는 일반 임도길을 달려서 올라가고 하산할 때는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데 피로도 풀리고 또 열도 식는 것이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맨발마라톤대회, 클래식 공연

계족산은 으레 신발을 벗고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풍경이 일상화됐다. 계족산 황톳길은 맨발 마니아들의 성지이고 맨발축제는 대전지역 문화관광의 새로운 아이콘이다. 200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맨발 마라톤 대회는 참가자를 5천명으로 제한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고, 2011년부터는 10월까지 매 주말마다 야외 음악당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도 상설화됐으며, 회사는 산중 음악공연을 위해 선양 뮤직 앙상블을 만들었을 정도다. 이같이 황톳길과 에코힐링 프로그램, 문화공연 등 공익적 가치가 확산되는 복합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대청호 근처 해발 430m 남짓한 계족산을 맨발 걷기의 메카로 에코힐링의 명소로 자리매김시킨 주역은 다름 아닌 맥키스 컴퍼니이다.

이들이 개입되지 않았던 2005년까지만 해도 계족산은 방문객이 드문 그저 그런 산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6년 황톳길 조성 후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는데 회사내에는 황톳길 관리를 위해 회사내 전담부서를 두고 있을 정도다. 10월까지는 공연이 열리는 주말마다 담당직원들이 황톳길로 출근해 황톳길을 다지고 또 물을 뿌려 촉촉하게 느껴지도록 관리하고 패인 곳은 황토흙을 보충해서 다지는 등 보통 정성을 쏟는 게 아니다.

이같은 작업을 위해 살수차와 황토흙을 다지는 로터리기계를 구입했을 정도다. 여기에 소요되는 관리비만 해도 연간 수 억원에 달한다. 황토흙은 점성이 강하고 살균효과가 뛰어난 충남 태안 등지에서 대량으로 구입해 살포하고 있다.

조웅래 맥키스 컴퍼니 회장은 "처음에는 민간기업에서 황토를 깔고 관리하는 것에 대해 지역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민간기업에서 하는 만큼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것이고 보여주기 식으로 몇 년 하다가 그만둘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12년째 황톳길을 관리하는 것을 보고 지역에서도 신뢰를 갖고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계족산 맨발축제는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한 삶을 살자는 에코힐링 문화체험축제로 민간기업과 시민이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한 도시마케팅의 성공사례라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행정지원에 더해져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발전하고 대전이라는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을 살리는 대표축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김지하 차장은 "계족산 황톳길이 유명해지면서 전국적으로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는 지자체가 많다. 계족산 황톳길을 맨발로 걸어보면 전국에서 왜 이 조그만 계족산까지 몰려오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울창한 숲 속에서 서너 시간을 자연과 교감하며 걸을 수 있는 14.5㎞의 황톳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라고 자부했다.

좋은 자원 내버린 속리산 황톳길

속리산에도 황톳길이 있다. 충북알프스 코스를 개발하고 황토제품을 관련상품으로 내놓으면서 한때 보은군은 황토제품 개발 붐이 일기도 했다. 당시 개발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황토볼이다. 황토볼을 이용한 대표적인 상품은 황톳길이었다. 동글동글한 황토볼을 밟아 발바닥 지압효과를 느끼게 한 것인데 15, 6년 전 속리산 사내리 잔디공원과 조각공원, 그리고 군청, 마로면 적암리 보호수 주변, 그리고 보은읍 누청리 말티공원 3거리 밀레니엄 탑 주변 등에 설치했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속리산 황톳길이다. 이곳에는 안내판을 설치하고 황토의 효능 등을 안내해 관광객들이 이곳을 걷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황토볼 분실로 여러차례 보충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 황토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또 황톳길 경계목도 부서진 채 방치하는 등 관광지 관리에 매우 소홀했다. 그러다 민선 6기 들어 사내리 잔디공원 옆 황톳길은 철거해버렸다. 관리측면에서 지속성, 연계성이 뒤처지는 것을 여기에서도 보여줬다. 이는 민간기업이 관리하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3회 연속 한국인이 꼭 가봐야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대전시의 계족산 황톳길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은군이 조성했던 황톳길의 황토볼이 굵어 맨발걷기 시 통증이 심한 단점을 보완하는 노력은 하지 않은 것.

아주 작은 황토알갱이에서 시작해 점차 굵기를 크게 하는 방법으로 개선하거나 아니면 계족산 황톳길처럼 아예 황토분말을 바닥에 살포해 새로 조성하는 등의 방법도 있을 텐데 이는 전혀 시도해보지도 않고 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없애 버렸다.

속리산 관광에 대한 행정당국의 이같은 낮은 수준의 마인드도 관광100선 탈락의 주요 이유일 수 있다.

지금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조성해놓은 자연관찰로 일부를 고운 황토로 도포해 맨발걷기 코스로 개발한다면 세조길과 연계해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법주사 오리숲길을 아스콘 위에 황토를 접착시켜 황톳길을 만들었는데 계족산 황톳길처럼 순수 황톳길인줄 알고 맨발로 걷기 위해 찾은 탐방객들이 끊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황톳길은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생태계가 철저히 차단당한 현대인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곳이다. 그래서 선풍적이고 많은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는 것이다.

계족산 황톳길이 그래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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