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없소?
누구 없소?
  • 편집부
  • 승인 2017.09.06 20:12
  • 호수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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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음악방송을 맡고 며칠 후 동생이, "언니, 그 시장에는 링컨대통령을 닮은 고지식한 시인이 한 분 계셔" 구렛나루 수염은 없지만 정말 영락없는 링컨 대통령 같았어요.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듯 맑고 지적인 눈빛, 고집 센 표정. "악법도 법이다" 라고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처럼 고지식한 철학자 같으셨어요. 시집을 한 권 얻어 든 바로 그날부터 음악방송 중간 중간에 시낭송을 했지요.

조원진 시인 내외가 운영하는 산외상회와 현대방앗간 사이에는 제법 넓은 공간이 있는데, 그곳을 지나다가 우연히 벽에 기대어 놓은 평상에, <들마루카페>라고 검은 매직으로 삐뚤빼뚤 써 놓은 글자를 보았어요. 들마루카페? 몇 년 전, 일을 마친 시간이면 이웃끼리 둘러 앉아 삼겹살 굽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내곤 했던 자리였다네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없이 낭송했던 전통시장에 관한 많은 글 중 한편인 詩, <술시>의 고향이 바로 들마루카페, <시인의 카페>였어요.

<../팔다 남은 생선 도막에/대파 몇 뿌리/ 현대방앗간 고춧가루 듬뿍 뿌리고/속 터지는 얘기 거리도 저미고 다지며/(중략)/고단한 삶에 위안거리가/ 어디 흔키만 하랴/이슬같은 술잔 서로 돌리며..> 오늘 저녁도 시인과의 담소를 나누는 그 카페가 문을 여느냐고 궁금해 했더니, 고기 굽는 냄새가 싫다는 어떤 이웃의 원망에, 그날로 들마루카페 평상은 벽에 기대어 선 채 기약도 없는 긴 잠속에 빠져 있다네요. 이렇게 아쉬울 데가...ㅜㅜ

큐피트의 화살을 한 대 훔쳐내어 문화를 사랑하는 누군가의 심장을 향해 쏘고 싶네요. 전통시장의 들마루카페 문화에도 관심 가져 주세요~! 그 곳에는 창작문화를 앞장서는 시인 한 분이, 전통시장의 애환을 문학으로 꽃피우고 있다구요~!

오늘도 저는 카페의 재탄생을 열망하며, <창문을 두드리는 달빛에 대답하듯, 검어진 골목길에 그냥 한 번 불러 봤어♬>라는, 가수 한영애씨의 죶누구없소쥋죷노래에 빗대어 허공에 대고 묻습니다. 가게 문을 닫는 검은 밤이 와도, 온 몸으로 그리운 추억만을 껴안고 서 있는 <들마루 카페>를 다시 불 밝혀 줄, '누구 없소?'

박태린

보은전통시장음악방송 DJ/청주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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