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시백
안경낀 할매가 오랜만에
시장보러 시내에 나왔습니다
나온 김에 지사 지낸다구 안경점에 들렀습니다
아담한 안경점 사모님이 궁중한차를 따시하게 타서 드립니다
홀짝 홀짝 정겨운 눈빛이 오가고
할매는 희미한 눈으로 기계너머 다른 시상을 봅니다
"잘 보이시쥬?"
"잉, 보여 워케 이리 잘빈데."
이야기 속에서 그간에 살아낸 땡볕과 쭉쟁이 소출은 잊었습니다
높은 의자에 앉아서 신신당부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어머님, 안과에 꼭 가셔유."
"오늘 가야 혀?"
"그리유."
오른쪽 눈 시력이 거의 떨어졌다는 말은 차마 못합니다
내 커피맛이 씁쓸합니다
시인 이시백
말티재휴양림 숲해설가
2002년 문학과창작통해 등단
2003년 시집 숲해설가의 아침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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