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홀로 맞이하는 죽음
아무도 모르게 홀로 맞이하는 죽음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08.31 12:22
  • 호수 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홀로사는 어르신이 있다면 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해보자구요

여유로운 주말 오후를 즐기던 8월 26일, 오후 4시. 보은읍에 사는 A씨 긴급한 친정엄마 목소리에 몰려오던 낮잠이 확 달아나는 순간이었다.

아래층 103호 89세 어르신이 피를 토하고 앉은 자세로 죽음을 맞이한 것. 119전화를 황급히 돌린 후, 생존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팔을 슬쩍 만져봤다. 싸늘한 체온과 약간 강직된 상태를 보아 심상치 않았음을 직감했다. 맥박과 호흡을 확인해달라는 119대원의 요청을 차마 할 수 없을만큼 A씨는 공포에 휩싸였다.

세상의 시간이 멈춘 듯, 더디 가는 시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119구급대가 왔다. "호흡과 맥박이 정지됐고, 피부체온과 강직상태로 보아 돌아가신지 6시간 이상된 것 같습니다" 119대원의 말이었다.

아래층 할머니 B씨는 홀로사시는 독거노인이었다. 이웃집 어르신들과 어제까지 화투를 치며 즐겁게 담소를 B씨 할머니는 아침밥을 앉아서 먹다가 피를 토한 채 그대로 굳은 듯한 모습으로 세상과 이별을 했다.

B씨 할머니는 지난해부터 문을 잠그지 않고 생활했다. 혼자 살기 때문에 이웃 친구 누구든 자신이 갑자기 세상과 이별할 때 빨리 발견할 수 있도록.

보은군의 독거노인 수는 3천 172명(2016년 12월기준). 이중 독거노인 생활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는 대상 어르신은 634명이며 이들은 위급상황이나 안부확인을 정기적으로 확인받고 있다. 또한 전화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는 어르신도 160여명이다.

삼산리 박모씨 할아버지는 재작년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 살고 계신다. 이웃집 막노동하시는 50대 아저씨도 혼자 살고 있다. 오늘 저녁 퇴근길에 그들의 집에 불이 켜져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