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서울'은 8.15해방을 맞은 지 40여일 뒤인 9월27일에 쓴 대표적 장시이기도 하다. '병든 서울'은 다분히 자전적인 서술로 되어있다. 총 9연 72행으로 이루어진 시다.
'병든 서울'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먼저 병든 것은 화자인 '나' 이다. 나는 민족적 고통이 아닌 개인적인 질병으로 죽어가야 하는 것이 원통했을 것이다. 식민지 조국의 아들이 아니라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한 개인으로 죽는다는 것, 그것이 마음 아픈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육체는 병들었고 정신적으로는 스스로를 불효한 탕아라고 생각한다.
고향과 어머니를 떠나 타향을 떠돌며 살다가 병들어 돌아온 것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거리에서 '나는' 서울이 병들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 번째는 조국의 해방을 장사의 대상으로 바꾸는 자본주의 병폐, 속물주의와 한탕주의에 실망한다.
두 번째는 정치이념이 분열하는 모습에 실망한다. '병든 서울' 안에는 서울을 가리키는 말이 다양하게 변화하며 등장한다. '병든 서울' 은 당시의 서울의 상태를 나타낸다.
심리적으로는 '다정한 서울' 이다. '아름다운 서울' '사랑하는 서울' '정들은 서울' 은 이렇게 느끼고 싶고 살고 싶고 사랑해온 서울이다.
그러나 그 서울이 '미칠 것 같은 서울' 이라는 것은 갈등과 모순이 복잡하게 얽힌 서울이면서 화자의 복잡한 심리상태가 투영된 서울이다.
'큰물이 지나간 서울' 은 해방의 크나큰 사회적 변화가 지나가는 서울을 말하는 것이고 그 서울의 하늘이 맑게 개이기를 바라는 것은 식민지 압제의 잔재, 제국주의 침략의 잔재와 봉건적 잔재가 사라진 민족의 하늘을 의미한다. 그런 하늘위에 자기같이 병든 시인이 아니라 씩씩한 젊은이들의 꿈이 흰 구름처럼 떠도는 서울의 하늘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시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서울', '사모치는 서울', '자랑스런 서울' 은 오장환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서울의 모습이다. 아름답고 자랑스럽고 그래서 사모하게 되는 서울을 꿈꾸는 것이다. 물론 서울은 이 도시, 이 나라, 이 땅의 의미까지 함께 지니고 있다.
'병든 서울' 이 당시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도식적 구호를 앞세워 무조건적으로 인민의 나라를 건설하자고 계몽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기 비판을 통한 진실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병든 서울'에서 오장환이, 해방이 된 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장 바라는 일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새나라 건설이었고 인민이 주체가 되어, 인민의 공통된 행복을 위하여 인민의 힘으로 새나라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임선빈(오장환 문학관 문학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