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아 충북학교비정규직노조 조직부장
최은아 충북학교비정규직노조 조직부장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08.31 11:06
  • 호수 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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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에는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없는 공정한 사회;가 되야죠

학교 비정규직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8월 24일 생명산업고를 방문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충북조직부장을 맡고 있는 최은아 교무실무사를 만나기 위해 교무실에 들어선 순간, 그녀의 책상에 쌓여있는 서류와 여기저기에서 울려오는 전화. 한눈에 봐도 그녀의 일상이 눈앞에 그려진다.

"학교하면 대부분 가르치는 교사, 배우는 학생들을 떠올리죠. 그런데 학교에는 건강을 책임지는 조리분과, 체육을 지도하는 스포츠강사, 사서, 상담, 영양사, 특수교육, 기간제교사, 청소, 당직 등, 수십가지 형태의 교육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에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눈에는 그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특히 저와같이 교무실무사로 일하는 사람들은 교육현장에서 전천후 멀티 플레이어가 돼야 해요"

교무실무사는 교무실의 행정업무와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로, 전화업무는 기본이며 복사업무와 공문처리, 정보통신업무 등 교실에서 가르치는 업무 외에 그녀의 손길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만능역할을 하고 있다.

"보은지역 교무실무사들 한결같이 하는 말은 '우리가 동네 북인가?'라는 말이에요"

최근, 교육청에서는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공문처리나 교과목 이외의 업무에 대해 교사업무 경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변화이지만, 이를 전제로 인력충원 문제가 해결돼야 해요. 하지만 충원없이 교무실무사들에게 업무가 전가되고 있어 업무폭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그나마 민주적으로 학교운영을 하는 곳은 교사와 직원, 관리자 전체가 참여한 속에서 업무분장을 하지만, 관리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업무지시를 받는 경우에는 자존감마저 상실되는 비인간적 대우로 고민하는 실무사들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교육하는 공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비민주적인 학교운영을 한다면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으로 연결될 수 없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노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도 심각했다.

"10년을 일해도 그대로인 월급을 보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 어떠한 생각이 들까요?"

비정규직들이 힘을 합쳐 이제 겨우 급식비 수당과 명절상여금, 정기상여금, 장기근무가산금이라는 것을 쟁취했다.

"하지만 장기근무가산금이라는 용어 자체도 문제에요"

이는 근속수당없이 가산금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으며, 정확하게 근속 1년에 따른 개념을 도입해 호봉제로 전환해야함을 강조했다.

"현재 도교육청과 교육공무직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들은 교무실무사 직무수당을 쟁취하기 위해 보은과 청주, 옥천, 영동 등 돌아가며 도교육청 앞에서 피켓 집회를 열고 있다.

"업무가 끝나면 청주로 나가죠. 피곤하지만 저를 비롯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때까지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가 존중되고 제대로 평가받길 원한다. 일한만큼 댓가를 받고 공정한 사회가 되는 것은 당연함에도 그길이 멀고 험하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당당한 엄마,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 지켜지고 모든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이 인정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는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없었으면 좋겠어요"라며 그녀는 인터뷰를 마친 후, 빗길 속을 헤치며 다시 청주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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