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 편집부
  • 승인 2017.08.24 10:19
  • 호수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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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9일 개학하기 전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갔다. 동생이 아직 어려서 가벼운 코미디를 볼까 했지만, 개봉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택시운전사'를 선택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일어났던 참극을 담은 영화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 간 광주 시민과 전남 도민들이 계엄군에 맞선 민주화 운동이다. 지금은 교과서로 배우고 자주 들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 무장 간첩이 침투해 일으킨 만행'이라고 왜곡했고, '폭동'이라는 무서운 단어로 감추어버렸다. 당시 언론 매체는 물론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광주 사방에 군대를 배치해 방송, 신문 그 어느 것에서도 이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건을 전 세계에 알린 사람은 바로 독일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였다. 그의 목숨 건 폭로가 없었다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역사에서 은폐되고 왜곡되어 진실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 용기 있는 기자만이 아닌 서울의 평범한 택시운전사 '만섭'이다. 홀로 딸아이를 키우며 셋방살이로 허덕이는 소시민인 그가 외국인 기자를 택시에 태워 광주로 간 것은 그저 밀린 방세를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도착한 광주에서 국민을 지켜야하는 군인이, 죄 없는 국민을 때리고 무참히 죽이는 믿기 힘든 현실과 마주한다. 충격 받은 '만섭'은 다친 광주 시민을 돕고 힌츠페터의 취재를 돕는다.

"기자는 사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힌츠페터는 왜 광주에 왔냐는 광주시민의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영화 초반부터 울컥했던 나는 이 부분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나는 언론 탄압과 왜곡에 맞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밝히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 현실 때문에 피해를 입으며 살아가는 약자를 대변하는 게 내 삶의 목표였다. 기자라면 진실을 밝혀야한다는 그의 신념이 기자의 꿈을 가진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또 한 번 내 꿈에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내 꿈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절망할 때가 와도 아마 그의 답변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영화는 '만섭'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외부시선'일 수밖에 없었던 현시대 사람들을 광주 그 곳으로 이끌었고 고통을 함께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같이 기자의 꿈을 가졌거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한번 봤으면 하는 영화 '택시운전사'이다.

송예진(보은고 2)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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