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을 닮은 총각네 가게 당신의 사랑을 믿습니다
카네이션을 닮은 총각네 가게 당신의 사랑을 믿습니다
  • 편집부
  • 승인 2017.08.17 10:16
  • 호수 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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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빨간 카네이션의 꽃말이라고 합니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를 선물해 준다면, 황당한 기쁨이라고 해야 하나요? 별처럼 반짝이는 선물 하나를 받은 듯 그런 기분을 주는 곳을 처음 보았을 때, <고래수산>이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저는 <총각네 생선가게>라고 늘 생각하게 되었어요. 미혼인 총각 둘이서 열심히 일을 하는 곳이거든요. 지난해 가을 어느 날, 시외버스 터미널 쪽 전통시장 입구를 들어서는데 깨끗하고 정갈하게 진열되어진 생선들 곁에 빨간 카네이션들이 방긋거리는 고운 얼굴로 앉아 있는 것을 보았어요.

5월 달도 아닌데 웬 카네이션?

저도 모르게 우뚝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더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해맑은 얼굴의 훈남 둘이서 제게 미소를 지으며 무엇을 찾으시느냐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마음속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일 년이 다 되도록 생선 곁의 빨간 카네이션이 주던 깊은 감동의 되새김을 멈출 수가 없네요. 많은 어머니들께서 가족들의 먹거리를 위해 시장을 찾으시는데 그 분들도 나처럼 꼭 같은 감동을 받으신다면, 빨간 카네이션의 꽃말처럼 서로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정으로 얽힌 실타래를 하염없이 풀어내며 즐거운 하루를 엮어가지 않으실까요?

요즘 시장경제의 승부는 감동마케팅이라고 하던데, 감동 마케팅을 보여주고 있는 총각들에게 한사람은 미국의 영화배우 숀펜처럼 생겼고, 또 한사람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젊은 세대 어떤 가수를 닮았다고 했더니, 얼마나 쑥스러워 하는지 진심으로 말을 꺼낸 제가 더 아리송하고 부끄러워졌답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버릇이 있다는데 제게는, 생선 곁에 놓여 있던 빨간 카네이션의 감동이 정말로 진했나 봅니다.

어쩌다 카네이션을 닮은 그 총각네 가게를 지나치실 일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잠시 인사를 나누어 보신다면 고운 처자들을 소개시키고 싶은 마음이 아마, 절로, 절로 샘물처럼 솟아나실 걸요? 당신의 사랑을 믿으니까요. ㅎ

박태린

보은전통시장 음악방송 DJ/청주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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