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미용실 '빨강머리 애니'
숲속미용실 '빨강머리 애니'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06.29 10:53
  • 호수 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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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기 봉사활동이 아닌,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요
▲ 빨간머리 애니 미용실의 한현애씨와 남편 이영순씨

읍내 시내권이 아닌, 시골동네에 미용실이?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풍취리 논길을 지나 언덕산을 향해 길을 따라 가니 숲속 미용실이 나타난다. 한현애씨가 운영하는 '빨간머리 애니'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한다.

#숲속미용실? 빨간머리 애니

미용실이 동네 안에 있다? 어울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잘가꾸어진 꽃길과 이름모를 야생화, 넓은 정원과 주변의 나무들까지 '빨간머리 애니'를 방문했을 때, 휴양지에 쉬러 온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여느 미용실과 다를바 없다. 그러나 창문 바깥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긴 시간동안 이뤄지는 머리손질을 즐겁게 한다.

바깥 정원쪽에는 흔들리는 나무그네가 있고, 발코니 테이블도 있어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기에 더할나위 없다.

고급스런 미용실 분위기에 파마가격이 제법 되겠구나 싶었지만 그렇지 않다. 속칭 아줌마파마 가격도 읍내 미용실과 같은 가격이며, 젊은 여성들도 읍내 가격으로, 아니 보다 저렴하게 머리를 할 수 있는 가격이다.

#잘나가던 사업을 접고 고향 보은으로 오다

안양에서 30년간 미용실을 운영했다는 그녀의 고향은 보은이다. 어릴적 고향을 떠나 다시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지 이제 두달째이다. 그러나 이미 십년 전부터 귀촌할 계획으로 밭을 일구며 주말농장을 위해 자주 방문하곤 했다.

"너무 이른 나이에 귀촌한다고 주변 지인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요"

그녀가 운영하던 미용실과 남편 이영순씨의 건강원, 그리고 마트까지. 3개의 사업체를 접고 시골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마음을 비워야 가능해 보였다.

"이미 5년전에 내려오려고 했는데, 사업이 한창 바빠서 조금더 조금더 미루다보니 금새 5년이 지났어요"

풍족하지 못했던 어린시절을 보낸 그녀와 남편은 일에만 몰두했다.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과, 노년에는 힘든 이웃을 돌보며 살고 싶다는 부부의 마음은 자신들의 몸이 축나는 줄도 모르고 일에만 전념했다.

"그 또한 욕심이더라구요. 좀더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보다 젊었을 때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더 늦으면 요양이 되잖아요(웃음)"

#사진찍는 봉사활동은 싫어요

안양에서 남편 이영순씨는 각종 봉사단체와 사회단체 활동을 활발히 벌였다. 남편을 따라 몇 번 모임에도 가봤지만 그녀는 실망감이 들었다.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찾아보기도 힘들었으며 마치 '사진찍기'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집정리를 마무리하면 남편하고 차를 타고 돌아다닐 생각이에요"

봉사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시골 깊숙한 동네를 찾아다니며 조손가정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현애씨는 미용기술로 남편은 힘으로 돕겠다는 계획이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평생 꿈이었던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잖아요"

아침이면 산에서 들려오는 새 우는 소리로 잠을 깨서, 야생화를 가꾸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누군지 모를 분이 감자를 한봉지 문앞에 두고 가셨어요. 어떤 분인지 감사인사 드리고 싶은데 찾질 못했어요"

어떤 분의 고마운 마음올 갓 캐어난 감사를 삶아 먹었더니 꿀맛이었다며, 인심좋은 동네로 이사와서 뜻하지 않은 호강을 누린다고 그녀는 행복해 한다.

힘든 가운데서도 밝고 긍정적인 빨간머리 앤처럼 살고 싶었다던 그녀는 풍취리 숲속미용실과 고향 보은에서 새로운 인생을 그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앤처럼 함박 웃음을 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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