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 월급 깎아서 저를 고용한다고요?
내 아버지 월급 깎아서 저를 고용한다고요?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06.22 10:59
  • 호수 3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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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 월급 깎아서 저를 고용한다고요?'

우리나라에서 적용되는 임금피크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명 '정년연장법'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미만은 2017년부터 60세로 정년이 법으로 보장됐다.

그러나 보은농협은 정년연장으로 인해 상승하는 인건비부담에 대해 경영혁신을 통한 새로운 방법을 찾기보다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선택했다.

몇 개월 전부터 협의회를 구성하고 임금피크제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이 안에서는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하는 특별퇴직금을 월평균임금의 3개월로 하느냐 12개월로 하느냐 등의 줄다리기가 있었을 뿐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난상토론으로 이어지자, 특단의 조치로 투표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결과는 103명 직원 중 66명이 찬성(64%)해 입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와같은 투표결과를 얻고 난 뒤 어떤 사람들이 찬성했는지 등의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았던 시절에 취직해서 평생 농협맨으로 충성(?)을 다했지만, 후배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인가' 등의 추측은 직원들간의 불협화음과 사기진작에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사회 중 일원은 '새정부가 들어서고 65세까지 법정 정년을 연장한다고 하는데, 굳이 임금피크제를 성급히 도입해야 하는가'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고 한다.

보은농협은 당초 임금상승분에 대한 해결방안을 임금피크제로 한정해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 부차적인 방법이 아니라, 근본적 경영혁신의 방안을 모색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현재 충북권역 내에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지역농협과 그렇지 않은 지역농협들이 있다. 다른 농협의 사례를 연구하고, 또 보은농협 자체적으로 경영혁신을 어떻게 해서 운영비를 절감하고 매출상승, 사업장 운영의 방법 변경 등의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했어야 함에도, 손쉬운 방법을 선택해 노동자간의 갈등을 양상시켰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이 존재하고 있고, 세대간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충분한 합의를 도출하기 보다는 투표로 결정함으로써 모든 책임은 투표한 직원들에게 돌아가도록 했다는 지적도 직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청년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임금피크제를 강력하게 추진하던 박근혜 정부시절, 청년실업은 증가했으며, 공공부문 기업마저도 소수가 도입, 게다가 법정 정년 60인데도 평균 52세로 정년을 마감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현실과 거리가 멀어 조기퇴출 될 제도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능력껏 일하고 능력만큼 임금을 받는 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이며, 이는 100세 시대를 살아갈 국민들의 행복과 청년층이 노년층을 부양해야하는 부담을 줄이는 문제이기도 하다.

어정쩡한 일을 맡으며 후배직원들의 눈치보기와 자괴감에 빠질 것이 예상돼 조기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임금피크제는 정당성도 어떠한 명분도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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