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이의효씨 이야기
환경미화원 이의효씨 이야기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06.22 10:46
  • 호수 3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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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사춘기인 아들과 캠핑가는 게 좋아요
▲ 이의효씨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밤사이 취객이 버렸을 법한 담배꽁초와 생활쓰레기들로 뒤엉킨 보은거리가 낯설기만 하다.

"월요일에는 담배꽁초로 거리가 하얀색이에요"

일요일에는 거리청소를 하지 않아, 쓰레기양이 많다는 것을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며 검게 그을린 얼굴로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인다.

환경미화원으로 6년째 일하고 있는 이의효씨는 20살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팔을 잃었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처음 만났을 때 "남들 받는 월급받고 일하는 거는 똑같은데 왜 굳이 제가?"라며 한사코 거절했지만, 때마침 청소를 마친 동료들이 겨우겨우 설득해 그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오른팔을 쓸수 없지만, 그의 비질하는 속도는 눈을 의심케 한다.

"비질보다 힘든 건, 음식물 쓰레기에요"

식당은 보통 50리터짜리를 사용하는데, 혼자 들기에는 버거워 땀이 훌쩍 난단다. 특히나 좁은 골목 안쪽에 있는 식당거리는 수거차량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거리청소하는 미화원이 리어카로 직접 들어 날라야 한다. 20리터짜리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또다른 어려움은 날카로운 것에 베이는 거죠"

깨진 병이나 날카로운 폐기물을 따로 표시를 해두지 않거나, 신문지 등으로 싸서 버리지 않을 때에는 깊은 상처가 나기 일쑤다.

"시간에 쫓겨 일하니까 잘 살피지 못할 때는 상처가 나죠"

원래는 6명이 거리청소로 배치되게 돼 있는데, 차량이 한 대 늘면서 빠지고, 휴가 등으로 비는 자리를 대체하는 인력으로 빠지기 때문에 4명이 보은거리를 청소한다.

그래도 지금은 장비도 좋아졌다며, 선배동료들은 모든 것을 리어카 하나에 의지해 청소하고, 사회적 인식은 물론, 일에 비해 임금 또한 적어 고생이 많았단다.

"저보다는 수십년된 다른 선배동료들을 취재하는 것이 나을 텐데요"

그러나 거리 청소하고 있는 이의효씨가 눈에 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고난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냐는 질문에 "쉽지 않네요"라고 말한다. 사고당시 몇 년을 방황했고,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이 더 힘들었을 거라며 애써 웃어 보인다.

"오늘 일끝나면 아들하고 캠핑 가려고 했는데..."

쉬는 날이면 조용한 산속에서 쉬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아들에게 거절당했다며 계면쩍어 한다.

"6년째 사춘기를 앓고 있어요(웃음)" 고3인 아들은 아직도 사춘기를 무기삼아 종종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고 한다.

자신이 젊었을 때처럼 아들도 방황을 심하게 해 속상할 때도 많지만, 아들이 떠올랐는지 다시 미소를 보이며 부지런히 비질을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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