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 이젠 한 숨 놓으세요
제부, 이젠 한 숨 놓으세요
  • 편집부
  • 승인 2017.06.08 10:27
  • 호수 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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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선 송대관의 '네박자'라던지 태진아의 '옥경이'나 '동동구루무'같은 종류의 노래가 좋다구요? 음악의 장르를 문의하는 내게 뽕짝을 좋아하는 우리 제부가 그렇게 지도를 해 줄 적에 저는 열심히 수첩에 받아 적었지요.

그리고 3개월을 나름대로 고심한 끝에,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를 일단은, 눈치 챌 정도는 되었습니다.

신나는 노래를 좋아할 듯한 날렵한 상인회회장님은 묵직..하고도 분위기 있는 노래를 좋아하시고, 클래식을 좋아할(?)듯 한 분위기인 체격 좋은 부회장님은 뽕짝 마니아, 너무나 지적인 이미지와 근엄(?)한 인상으로, 전통시장의 애환을 담은 시를 많이 쓴 시인이신 감사님은, 조용한 가곡을 좋아하실 듯 했는데 팝송을 좋아하신다 하네요.

그런데 이 와중에서도 젤 두각을 나타내신 분은 부녀회장님 이신데요. 오직 두 곡, 한 맺힌듯 애가 타게 부르는 이미자씨의 '여자의 일생'과 '시집살이'입니다.

어느날 부녀회장님께서 느닷없이 방송실에 나타나셔선 이 두 곡을 들려 달라고 하셨는데, DJ 로서는 음악신청이 들어왔으니 얼씨구나~하고 노래를 내보냈지요. 순간 방송실 밖에서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알아보았더니 전통시장 통로에서 '여자의 일생'노래를 들으시면서 부녀회장님이 목메이게 우시는 것이었어요. 통곡소리와 합친 노래는 부녀회장님의 인생사를 들은바 있는 제 마음 속까지 눈물로 짠~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처형이 전통시장에서 음악방송DJ를 하니까 실수라도 할까봐 동생 내외가 마음고생을 좀 했지요. 원체 제가, 노래라고는 한 곡 제대로 부르지도 못 하는 음치인데, 게다가 평생 클래식만 했으니까요.

DJ노릇 잘 하라고 음악 레퍼토리 지도를 해 준, '제부, 이젠 한 숨 놓으세요.' 제가 전통시장에서 젤 목소리가 큰 부녀회장님을 울렸다니깐요? 물론, 신청곡이긴 했지만서두요. ㅎ

박 태 린

보은전통시장 음악방송 DJ

청주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 단원.

음악신청 ☎544-6637 (평일오후 2시~4시)

https://youtu.be/wV7R16B7PXI <모바일인터넷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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