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 편집부
  • 승인 2017.06.01 10:28
  • 호수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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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옥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나 보은군에서는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없는 것 같다. 보은교육지원청이 '농어촌지역 소규모 학교의 적정규모화'를 근거로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를 2018년 3월 1일 자로 학교 문을 닫고 더는 삼가분교를 학교로 유지하지 않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교육부는 학교를 수치화하여 문을 닫고, 통합하는 인위적 행위로 예산을 줄이고, 이를 이행하는 교육청엔 몇십 억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 학교를 권리금 받고 타인에게 넘기는 학원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학교를 폐지하면 학생 수에 따라 몇십 억을 교육청에 지원해 준다는 생각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병우 충북도 교육감의 공약에도 '작은 학교 살리기'가 있다. 보은교육청도 김병우 교육감의 공약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의무교육은 학생 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학생, 학부모, 졸업생, 주민이 학교가 사라지는 것에 관심이 없고, 뭐 다른 학교로 가면 되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학교를 폐교 하는데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학교를 이루는 일원들이 폐교를 반대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며 다양한 교육 방법을 시도하면서 학교의 존재가치와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는데 행정적인 차원에서 접근해 학교를 유지하지 않는 방향으로 몰고 간다면, 우리의 교육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필자는 현재 마로면 소여리의 폐교된 소여분교에 살고 있다. 처음 내려올 땐 작업실로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현재는 마을 주민과 함께 그림과 도자기 등의 작업을 하면서 학교라는 기능을 상실한 건물을 어린 학생이 아닌 주민과 함께 학교라는 기능을 살려가고 있다. 이런 과정 중에 소여분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옛날에는 교실이 커 보였는데 지금은 작아 보이네.' '여기가 교무실이었는데.' 등 칠판에 백묵으로 그림을 그리듯 다양한 추억을 꺼내 놓고는 한다. 학교가 폐교되었다는 것에 아쉬움이 가득하고, 폐교되기 전에 한번 찾아 올 걸하며 후회를 하는 졸업생도 있다. 이렇게 학교라는 것은 고향 같은 것이다. 학교가 폐교된다는 것은 학생들과 졸업생들에게는 고향을 잃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폐교되어 관리를 하지 않으면 건물은 낡고 흉물스럽고, 운동장은 밀림의 왕자 사자가 나올 듯 잡초가 우거져 그야말로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폐교가 되어버리고 만다. 학교라는 존재는 학생, 졸업생뿐만이 아니라 마을 주민에게는 마을 공동체의 핵심적인 곳이기도 하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에서 오재미를 던지며 우리 박이 빨리 터지길 바라며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목 터져라 응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온다. 마을 주민이면서 학부였던 그들과 함께하던 운동회를 다시 볼 수는 없겠지만, 덜컹덜컹 경운기를 타고, 들일 가면서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어린 학생들을 보며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는 할아버지의 웃음마저 빼앗아 간다면 너무 건조한 사회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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