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한 공치사(功致辭), 역겨워한다
과한 공치사(功致辭), 역겨워한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7.06.01 10:27
  • 호수 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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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간 수한지구 저수지 사업비 245억원 확보라는 기사가 계속 나왔다. 충북도발 보도자료를 통한 소식을 시작으로 보은군 그리고 박덕흠 국회의원까지 한 개의 사업을 모두 3개 기관, 3명이 서로 내 공이라고 공치사를 했다.

충북도가 지난 5월 10일자로 제공한 보도자료의 요지는 농림축산식품부 '다목적농촌용수개발사업'에 보은군 수한면 수한지구가 선정돼 국비 247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보도내용을 본 정상혁 군수는 충북도가 공을 채갔다고 느꼈는지,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5월 19일 열린 대추축제추진위원회에서 정상혁 군수는 지난 2015년 주민 민원을 받고 농업용수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찾아서 정부 돈을 얻어놨더니 "며칠 전에 신문을 보니 마치 충북도가 모든 일을 한 것처럼 엄청나게 크게 보도했던데 이건 도 관할이 아니다"고 말하고 충북도발 보도에 대해 매우 불쾌해했다.

이에 공을 놓칠세라 보은군도 수한지구 사업비 확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 5월 16일에는 정상혁 군수가 수한면이장협의회에 참석해 보은군이 사업비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즉 사업 추진 배경까지 나열하며 상세하게 알렸다. 즉 지난 2015년 6월 가뭄시 정상혁 군수가 수한면 질신리 가뭄 현장을 돌아보던 중, 이 지역 주민들이 해마다 농업용수 부족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어 이를 해결해 달라는 건의를 받고 농어촌공사보은지사와 수차례 협의한 끝에 차정저수지를 확장하는 방안이 확정돼 최종 결정된 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박덕흠 국회의원실에서도 지난 5월 20일 보도자료를 생산했다.

박덕흠 국회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를 설득해 국비 사업으로 확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수한지구가 만년 가뭄지역에서 탈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같이 하나의 사업을 두고 3개 기관(장)에서 공치사를 했다.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는 식이다.

선출직의 과한 공치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농특산물 공동브랜드인 결초보은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농특산물 공동 브랜드를 결정하는데 박경숙 군의원과 정상혁 군수가 누가 먼저 시작해서 결정이 됐느냐, 즉 치적을 두고 잠시 냉기류가 흐르기도 했었다. 이 역시 공치사로 빚어진 것이다.

2016년 1월에는 공공실버주택사업에 보은군이 선정된 것을 두고 정상혁 군수와 박덕흠 국회의원간 공치사가 다툼으로까지 비춰지기도 했다.

박덕흠 국회의원은 2015년 국정감사에서 공공실버주택을 주거환경이 취약한 농어촌 지역으로 확대할 것을 지적했고,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장차관 및 실무자들과의 회의를 통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게 노력하였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하고 사업대상지의 위성사진을 첨부했다.

보은군에서도 시간을 다퉈 보도자료를 냈는데 보은군은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한 65세 이상 '공공실버주택 공모' 결과 충북도내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는 것을 홍보하면서 정 군수가 담당 6급 주사와 함께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에게 사업을 설명하는 사진을 첨부했다. 결코 손안대고 코를 푼 것이 아니고 이만큼 노력했으니 내 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용 같았다.

이 보도자료를 보면서 본사는 내부적으로 공치사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 아닌 회의를 한 바 있다. 공치사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까지 미쳤기 때문이다.

선출직들이 공치사에 열을 올리는 것과 달리 군민들은 보은군, 충북도, 국회의원이 해야할 일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좋은 결과를 얻는데 대한 어려움과 노력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공치사할 일은 아니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선출직들은 모두 군민, 도민, 선거구민들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자청해서 선출직이 된 사람들 아닌가?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 것이다. 절대로 공치사 할 일이 아니다.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들이 자신의 능력보다 더 높은 성과를 올리면 그것을 널리 알리고 자랑하고 싶은 맘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공을 내세우는 방법이 상대편의 호감을 사지 못하면 스스로 공을 갉아 먹을 수 있고 자신이 나서서 공치사하면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누구나 공치사는 듣기 싫은 법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자기 자랑이기 때문이다.

공치사하기 전에 겸손부터 배울 수는 없나. 축구에서도 골을 기록한 스트라이커가 조명을 제일 많이 받지만 구단에서 점수를 매길 때에는 골을 넣은 선수, 어시스트를 한 선수 모두에게 같은 점수를 배정한다. 에베레스트 등반 때도 산의 정상에 올라가 깃발을 꽂는 것은 한두 명뿐이지만 그 한두 명을 위해 팀원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무거운 짐을 지고 정상에 오를 때까지 방법을 찾고 희생하지만 알려지지 않는 직원들이 흘린 땀을 선출직들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군민들은 선출직들의 과한 홍보, 공치사를 역겨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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