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교육청의 '소규모학교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에 대해
보은교육청의 '소규모학교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계획'에 대해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05.25 11:03
  • 호수 3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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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로 농촌의 인구가 극감하고 출산율 저하는 작은학교 폐교를 넘어 지역의 존치 여부까지 고민하는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전국의 학생수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약 206만명(26%)이 감소했고, 앞으로 2020년까지 65만명(11%)이 추가로 감소될 전망이다.

보은군은 전국 평균보다 더욱 심각하다. 2001년 5천876명에서 2017년 2천741명으로 무려 3천135명(104%), 두배이상 감소했다. 또한 2022년에는 344명이 줄어든 2천397명으로 12% 추가 감소될 전망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은 도시에 비해 교육과 의료, 문화 등이 열악해 학생수 감소가 심각한 지경이며, 젊은 인구가 적어 자연적 인구감소로 학교규모가 영세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귀농귀촌인이 늘고 있지만, 도시유출과 자연적 인구감소는 귀농인 수를 훨씬 능가해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작은학교로 분류되고 있는 면단위 초등학생수를 살펴보면, 회남 18명, 회인 39명, 내북 46명, 산외 26명, 수한 30명, 종곡 34명, 송죽 19명, 판동 55명, 탄부 34명, 속리 37명, 수정 41명, 수정분교 6명, 관기 41명, 세중 23명이다. 교육부 기준 60명, 분교기준 10명의 요건을 충족한 학교는 단 한곳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현 교육부 기준대로 모든  작은학교를 통폐합 하는 것이 정답인가.

통폐합을 찬성하는 주장의 근거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 저해, 복식학급과 순회교사 배치로 정상적 교육과정의 운영문제점, 효율적이지 못한 교육운영비'를 들고 있다.

반대하는 주장의 근거는 '학교는 지역의 중심으로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일대일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고, 자연 속에서 발달하는 오감, 다양한 방과후 가능, 인근학교와 연합수업을 통해 사회성과 또래문화 형성' 등의 이유를 든다.

이런 논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보은군 학령인구 감소는 수년째 반복되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교육청은 최근들어 작은학교 살리기 일환으로 인근 3~4개 학교와 체험학습과 내고장 탐방, 방과후 연합수업 등에 대해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횟수가 적다.

또한 올해 처음 시작된 보은행복교육지구 사업은 토요일을 이용해 생태체험과 숲속놀이, 전통공예, 생활수공예, 마을기자단 등을 운영해 다른 지역과 다른 학교 아이들이 또래와 언니. 오빠들과 다양한 만남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 행복한 진로나눔 축제, 작은책방, 어린농부학교, 문화학교, 마을을 품은 학교축제, 학부모 성장교육 등으로 지역교육 기반을 넓히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또한 시행한지 이제 2달이 지났을 뿐이다.

작은학교와 지역이 황폐화된 시간에 비해 노력을 기울인 시간은 너무나 일천하다. 그렇지만 이는 아주 소중한 도전이다.

지난해 보은교육청은 '교육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이 함께 해야 한다'며 군청을 설득해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신청했다. 그결과 도교육청 2억원, 군청은 2억에 추가로 2억5천만원을 지원해 역대 최대규모로 교육예산을 편성했다.

어찌보면 이제 시작인 단계에서 보은교육청은 열매를 급히 따려는 것은 아닌가. 이를 반증하듯, 지난 5월 16일 보은교육청이 발표한 '소규모학교 적정규모 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삼가분교를 2018년에, 회인초와 중학교를 2019년에, 송죽초는 분교, 종곡초와 세중초는 다른학교로 통합한다는 계획은 위의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삼가분교가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지원없이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문회 힘으로 지금까지 수년을 버텨왔던 노력, 주말까지 반납하며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뛰어든, 그리고 보은으로 이사까지 온 교사들과 지역주민들의 교육활동 등의 노력은 모두 헛된 것인가. 가만히 있으면 편할 것을 굳이 행복씨앗학교를 신청해 고생하고 있는 학교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나라가 세워지고 우리는 서울로, 도시로 가야만 출세하고 행복한 줄 알고 살아왔다. 한편으로는 지역은 소외되고 중앙집권 중심, 대기업, 대규모, 경쟁, 효율로 치달아 왔다.

이속에 지방분권은 외면당하고 지역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십년동안 망친 불균형 발전은 어느새 우리들 마음속 깊숙이 자리잡은 것은 아닌가.

균형발전을 얘기하면서도 사람들은 서울로, 청주로, 보은 읍내로 향하고 있다.

중앙집권을 비판하면서도 면에서 읍으로 통학을 시키면서 아이들을 보내고 있고, 군에서는 또다시 청주나 대전으로 아이들을 내보내고 있다.

시골에 살면서 장래희망을 '농업이요'라고 말하면 반아이들의 와~ 터지는 웃음소리. 우리 아이들조차 지역에 대한 자긍심없이 키우고 있으면서 귀농귀촌인을 해바라기마냥 바라고만 있지는 않은가.

무엇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이며, 무엇이 아이들의 행복과 미래의 비젼을 제시해줄 지 고민하지 않고 계산기로, 책상에서 숫자놀음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 겨우 작은학교 살리기, 지역과 마을 살리기를 위한 걸음을 시작했을 뿐이다. 성급한 열매따기에 급급하지 않고 몇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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