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한정식 요리 전문가가 만드는 성암골 백숙
30년 한정식 요리 전문가가 만드는 성암골 백숙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05.18 10:41
  • 호수 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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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토종닭과 한약재로 만든 백숙이 별미
▲ 성암골 백숙 원인순씨(사진 오른쪽)와 딸 고민혜양의 모습.

새로난 길은 사람들을 편리하게도 하지만, 마을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청주와 보은, 영동을 잇는 19번 국도는 강을 따라 만들어진 구불구불한 길과 산과 바위로 지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안겨줬다. 그러나 내북면의 많은 동네가 예전의 북적북적한 모습은 간데 없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희망을 일궈가는 가게가 있어 소개한다.

내북면 성암리(옛 명사십리)에서 '성암골백숙'을 운영하고 있는 원인순씨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보자.

#서울 토박이 원인순씨는 올 2월 성암골로 이사

7년동안 비어있던 가게를 남편과 결혼을 앞둔 딸의 손으로 다시 사람사는(?) 곳으로 탈바꿈해, 야생한방백숙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성암골백숙'식당을 열었다.

"닭은 야생 토종닭만을 사용하고 있어요"

토종닭에 느릅나무와 구찌뽕, 유근피, 엄나무, 헛개나무, 인삼 등 열대여섯가지나 되는 한방약초와 찹쌀이 어우러진 백숙은 땀흘리는 여름철은 물론, 몸이 나른한 봄날에도 더없이 좋은 영양식이다. 여기에 밑반찬으로 나오는 방풍나물·매실·두릅 등의 장아찌는 제철에 담아 맛과 향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 마늘이나 양파의 대를 이용해 만든 장아찌는 또다른 별미이다. 한정식 요리 전문가로 30년을 살아온 그녀의 손길은 평범한 식재료를 색다른 맛으로 탄생시키는 노하우를 지녔다.

"고춧가루며 마늘은 물론, 몇가지 나물들도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 제철음식을 손님들께 대접하고 있어요" 인순씨의 손맛과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본 고객은 어느새 단골로 이어지고 있다.

"청주를 오가는 사람들이 우연히 들렀다가 포장까지 해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녀와 대화를 나누던 중,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화물운송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 든다. 바쁜 그들에게 어울리는 삼계탕이 '뚝딱' 차려지고 이내 '아 맛있네', '든든하다'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온다.

최근, 성암골백숙이 소문나면서 한화와 이든푸드 등 내북에 있는 공장과 학교와 관공서도 그녀의 가게를 들른다.

"50여명의 단체손님은 물론, 가족모임이나 소모임 등을 위한 방이 따로 있어 모임하기에도 좋아요" 그녀의 말처럼 월간계획표 칠판에는 예약을 기록한 붉은색 글씨가 제법 차있을 정도로 성암골의 명성이 느껴진다.

#들꽃을 심는 아내 이를 뽑아내는 남편

서울에서 자란 인순씨는 들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면 너무 예뻐서 가게에 옮겨 심는다. 그러면 남편(고용성)은 특별한 것 없고 복잡하기만 하다며 뽑는다. 그러기를 반복하지만 처음 접해보는 시골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아들이 내려왔으면 좋겠는데..."

아들 또한 한식요리전문가로 현재는 서울에 있다. 결혼 후에는 보은에 와서 살기를 바란다.

"아들 내외한테 물려주고 저는 이제 쉬고 싶어요"

서울과 안양에서 웨딩홀 레스토랑, 백숙전문점 등을 크게 운영했던 그녀는 뒤로 물러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성암골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오래전부터 보은에 밭과 집을 샀던 그녀는 아들도 함께 시골에서 살길 바라지만, 부모의 뜻대로만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골에 사람이 많지 않아 장담하긴 힘들지만, 그녀는 정직한 맛과 정성을 믿는다며 미래를 밝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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