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알사탕
  • 편집부
  • 승인 2017.05.04 11:04
  • 호수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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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글·그림|책읽는곰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등으로 유명한 믿고 보는 그림책 작가 백희나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미니어처를 만들어 촬영하는 기법으로 만드는 그림책. 섬세하게 배경 소품 하나하나까지 만들어 그 정성을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이 책은 앞뒤 표지와 면지까지 활용한 꽉 찬 그림책이다.

친구들과 함께 놀지 못하고 혼자 구슬치기를 하던 동동이는 문구사로 새로운 구슬을 사러 갔다가 '마법의 알사탕'을 얻는다. 사탕 하나를 입에 넣자 소파의 목소리가, 반려견의 마음이 사탕을 물고 있는 주인공에게 들린다. 동동이의 표정과 재미있는 이야기에 키득거리며 읽다가 마음이 찡해져서 책장 넘기기를 멈추는 페이지가 등장한다. 한 페이지 가득 잔소리를 하는 아빠에 대한 복수로 사탕을 물고 잠들려는 동동이에게 아빠의 진심이 들리기 시작한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설거지하고 있는 아빠에게 다가가 백허그를 하며 살며시 내뱉는 "나도….".

이 책은 엄마가 등장하지 않는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전작인 '이상한 엄마'에서도 아빠가 등장하지 않는데, 백희나 작가는 이러한 구성들은 이야기 구조상 어쩔 수 없지만 구름빵에서 '아빠, 엄마, 누나, 남동생'으로 구성된 가정이 화목한 이상적인 가족으로 보여준게 미안해서 가능하다면 읽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여러 모습의 가족을 보여줄 수 있도록 모호한 상황을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책의 내용들이 나에게 대입되어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매일매일 잔소리하는 우리 엄마의 속마음, 요양병원에 누워계신 우리 할머니의 안부,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뒤로 미뤄두었던 내 친구들과의 관계. 많은 상황들이 머리 속을 스쳐간다.

투명사탕을 먹으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며 그간 동동이가 먼저 전하지 못했던 마음의 소리를 내뱉으며 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5월에는 감사를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달이다. 자녀에게도, 부모님께도 그리고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의 소리를 전하는 달이 되길 바라며,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알사탕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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