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톺아보기 ⑫ 보은군 행복지표
보은톺아보기 ⑫ 보은군 행복지표
  • 편집부
  • 승인 2017.04.27 10:55
  • 호수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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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재

연초 이 지면에서 '보은군이 사라진다'는 제하의 글에서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전국 지역별 평균연령에 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세종경제뉴스가 행정자치부 발표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것을 보면, 3월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의 전국 평균연령은 41.2세이며 충북은 42.0세로 17개 시·도 가운데 7번째로 고령지역입니다. 충북도내에서는 보은군이 51.1세로 괴산군(52.3세) 다음으로 높고 전국 군 지역 평균 47.2세보다는 한참 높습니다. 뭐,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고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존립의 문제인만큼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연초에 저출산 극복을 결정짓는 두 가지 요인, 즉 사회엸문화적으로 양성평등의 기반이 조성되어 있는가 여부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및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라는 말씀을 드렸었고, 하여 이번에는 좀 다른 측면에서 살펴볼까 합니다.

엊그제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이 충북시민재단에서 '부탄에서 배우는 한국사회 행복의 길'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7월에는 흙살림 초청으로 부탄 농림장관이 와서 '오래된 미래 - 부탄의 유기농업'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마침 금년은 우리나라가 부탄과 수교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여서 활발한 교류 협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부탄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라는 단편적인 정보가 고작일 정도로 미지의 나라입니다. 히말라야 동쪽 산자락에 위치한 은둔의 왕국으로 1991년부터 외국인의 여행이 허용되었고, 방문자는 1일 200~250달러의 여행비용을 물어야 하며, 그나마도 제한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여행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부탄을 찾을까요. 아마도 독특한 자연환경과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난하지만 공동체를 이루며 평화롭게 사는 모습에 이끌리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부탄 행복의 비밀' 저자 박진도 이사장은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이기도 한데,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이기보다는 가난한 백성들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하는 국가의 정책이 국제적인 관심을 끄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실제 부탄의 한 고위관리는 "부탄은 동남아 국가에 비하더라도 특별히 행복하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정책적으로 국민 행복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나라"라고 말합니다. 2011년 유엔이 결의한 '행복 : 전체적 발전을 위하여' 결의문도 부탄이 주도한 것으로서 "행복은 인간의 근본적 목표이고, 보편적인 열망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은 그러한 목표를 반영하지 않는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빈곤을 감축하고, 웰빙과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용적이고 공평하고 균형잡힌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부탄이 GDP(Gross Domestic Product)가 아닌 GNH(Gross National Happiness)를 지표로 만든 사람은 제4대 부탄 왕 '지그메 싱게 왕축'입니다. 그는 "모든 나라 정부와 국민들이 경제적 부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것을 성취한 사람들은 안락한 생활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나라의 부가 늘어나도 빈곤하고 비참한 삶을 살고 심지어 사회적 소외를 당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부를 증대하기 위해 환경을 파괴한다. 모든 사람은 행복을 열망한다. 따라서 한 나라의 발전 정도는 사람들의 행복에 의해 측정되어야 한다. GDP보다 GNH가 더 중요하다"며 국민총행복(GNH)을 국가발전 전략으로 채택한 것입니다. 1960년대 부탄은 자동차도로가 없었고, 생계형 농업과 물물교환으로 살아가는 평균수명 38세에 1인당 소득 51$, 의사는 단 2명, 학교는 11개였었는데, GNH 정책이후 1인당 국민소득 2730$(2014), 유치원~10학년까지 의무교육, 공립고교·대학교육 무상, 모든 의료서비스와 해외병원 진료까지도 무상이며 기대수명이 69세로 높아졌고, 전 국토의 70%가 숲이고 51%가 생태보호지역인 가운데 전통문화 보존과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한 입헌군주국이 되었습니다.

부탄왕국 소개가 길어졌습니다. 국가차원에서 국민총행복 증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지역차원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도는 지역정책에 의해 달라질 것입니다. 지역은 주체적, 자립적, 대안적 존재입니다. 지역의 재발견에서부터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지역사회가 되려면 젊은이, 젊은 여성이 살기 좋은 지역사회라야 합니다. 가족은 사회의 기초로서 튼실해야 합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기 편한 사회, 일과 여가의 균형, 공교육의 정상화로 아이들이 해방돼 마을과 가정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국민총행복을 위한 지역공동체는 주민이 주역이 되어 지역이 지닌 잠재력을 찾아내고 꽃피워야 할 것입니다. 전국최초로 '보은군행복지표'를 만들어 추진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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