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의 시 이야기- 붉은 산
오장환의 시 이야기- 붉은 산
  • 편집부
  • 승인 2017.04.13 10:42
  • 호수 3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붉은 산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이따금 솔나무숲이 있으나

그것은

내 나이같이 어리고나.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가도 가도 고향뿐이다.

 

소나무는 솔나무라고도 하는데 '솔'과 '나무'가 합쳐진 명사로 '솔'은 무리 속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수리'가 '술'을 거치면서 변한 말이다. 나무 중에 으뜸인 솔나무 즉 소나무는 경사면이나, 또 다른 종의 나무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바위틈 등 환경적으로 생육이 어려운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민족정신을 은근과 끈기라고도 하는데, 소나무의 생태를 보면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도 꿋꿋하게 나라를 지켜 반만년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우리의 민족성을 많이 닮아 있다.

고려시대는 궁궐을 짓는데 필요한 목재가 느티나무였다면, 조선시대는 모든 건축에 소나무가 쓰였다. 쓰이는 곳이 많다 보니 질 좋은 목재를 얻기 위해서, 또는 산이 헐벗지 않도록 벌채를 금지하는 표식을 세우기도 하였고, 산림 감시원 신분증인 금송 패를 만들어 소나무를 보호하도록 하였다.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소나무 숲의 면적은 전체 산림 면적의 70%가 넘었다. 그 면적이 급속히 줄기 시작한 것은 불을 지펴서 방을 덥히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온돌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의 민족정신과 고유문화를 말살시키기 위한 간계로 침략자 일제가 퍼트린 근거가 없는 '소나무 망국론' 때문이다.

광복 후에도 소나무 도벌은 줄지 않았고, 큰 폐해를 입은 산은 민둥산이 되었다. 막대한 산림자원이 사라지면서 비가 조금만 내려도 산사태가 났다. 나라 경제도 어려웠지만 농촌 경제가 심각한 시기였다.

'가도, 가도 붉은 산이다'

지독히 가난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