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는 민들레
민들레는 민들레
  • 편집부
  • 승인 2017.04.06 10:27
  • 호수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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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이야기꽃

추운 겨울의 끝을 지나 새싹들이 고개를 내미는 따스한 봄날, 길가 담장 밑에서든 어디서든 민들레를 만날 때마다 생각이 날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한다.

"민들레는 민들레 / 싹이 터도 민들레 / 잎이 나도 민들레 / 꽃줄기가 쏘옥 올라와도 / 민들레는 민들레 … "

이 책은 그저 민들레의 한살이를 보여준다. 그런데 참 찡하다. 너무 흔해서 특별히 관심 갖는 이도 없건만 그냥 늘 어딘가 한구석에서 꿋꿋하게 자라나 멀리멀리 홀씨를 보내는 꽃의 이야기.

여백을 잘 살린 수채화와 정다운 말투의 글이 예뻐서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도 들었다가, 어떻게 자라고 어떤 모습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든 민들레는 민들레이듯이 나 역시 그냥 나였으면, 그렇게 존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다시 또 읽을 땐 "우리 삶 속에서 가장 평범한 것들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2015 볼로냐 라가치상 심사평처럼 괜히 먹먹한 기분도 드는, 책을 들고 있을 때의 기분에 따라 읽히는 책이다.

네이버 북캐스트에 실린 작가의 말을 빌어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작고 보잘것없는 책 한 권에도 몇 해의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들었다. 하물며, 이 책을 펴내려 할 즈음, 막 피어나는 초록 잎 같은 250여 명의 아이들을 포함하여 300명이 넘는 귀한 인간의 생명이 허무하게 스러져 간, 비참하고도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그래도 일상은 일상이라 자위하며 일주일 뒤 책을 냈다. 책엔 미안하나 기쁘지 않았다. 꽃이 져도 민들레, 씨가 맺혀도 민들레, 휘익 바람 불어, 하늘하늘 날아가도, 민들레는 민들레… 노래의 마지막 소절이다. 너무나 많은 꽃이 너무나 아프게 졌다. 졌으나마 그저, 더는 생존과 자존이 위태롭지 않은, 좋은 세상에 다시 피어나길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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