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말하는 예산타령, 법타령, 인력타령
공무원들이 말하는 예산타령, 법타령, 인력타령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7.03.23 11:16
  • 호수 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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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이들 축사문제로 똑같은 말만 반복

동안이들 축사 신축과 관련해 주민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환경을 위해 가축사육 제한조례를 강화해야 한다'와 '축산업이 위축되어서는 안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축사 악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80억원을 들여 신축한 내북초등학교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못놀아요. 똥냄새나서"라며 여름에는 창문도 못열고 수업한다.

인구증가에 기여한 우진플라임 사원 아파트는 입주를 꺼리고 있다. 심지어 외지를 나갔다가 보은IC가 다가오면 '축사냄새 나는 걸 보니 보은 다 왔나보다'하며 잠을 자다가 깬다고 한다.

동안이들 축사(돈사) 악취는 뱃들공원을 넘어 황실, 주공아파트까지 미치고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수차례 축사악취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군은 '가난한 보은군', '현행법으로 어쩔 수 없다'만 반복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가 '축사악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선진기술, 친환경 축산업 장려, 심각한 악취축사 이전 등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동안 보은군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문제만 보더라도 군의 안일한 행정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풍취리 축사가 들어서기 전, 축산농가는 동의를 받고자 이장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이전 축사만으로도 주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다른 곳을 찾아봐라고 반대했다. 이후 군에 전화와 방문을 통해 축사민원을 제기했으나, 언제 허가가 났는지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삼승면 둔덕2리 대형축사도 마찬가지이다. 주민들은 반대민원을 제출했고 군은 축산인에게 마을설명회를 하라고 했지만,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가운데 주민들 모르게 축사허가가 났다.

문제가 붉어지자 군은 "거리제한을 강화한다, 이후 축사들은 모두 허가를 미룬다"라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깊은 고민없이 내놓은 군의 정책에 마을주민들과 축산인들과의 또다른 갈등관계로 치닫게 됐다.

마을주민들이 500m나 350m를 논한 것도 아니다. 군이 먼저 제시했다.

오히려 보은읍 행정, 문화, 주거가 밀집된 지역에는 강화하지만, 면지역에는 차등을 둬야 하는 방법이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을 때, 환경과는 '조례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제안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또한 기존 100m로 하고 '주민동의절차'를 언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을 때도, 군은 '상위법에 어긋난다. 그런 사례가 없다'고 말했지만, 주민들 스스로 찾아본 결과 타시군의 사례를 찾아 제시할 정도였다.

더구나, 최근 동안이들 신축축사 불법이 발견되고 고발했지만, 삼승면 둔덕2리 사례처럼 즉각적인 행정조치(원상회복결정)가 이뤄지지 않고 마감일만 기다리는 군의 일관성 없는 행정에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결국 도에 감사청구를 신청한다고 한다.

정상혁 군수는 '공무원들의 예산타령, 법타령, 인력타령 3가지 타령을 금지'한다고 말했던가.

그러나 돈사악취로 주민들 민원제기되면 예산타령, 단속을 잘하라고 하면 인력타령, 인허가 신중히 해달라고 말하면 법타령을 한다.

한가지 일로 3가지 타령 모두가 적용되는 사례는 찾아보기도 드문일이다.

또한 공무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3가지가 '늦장대응, 졸속행정,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고 했던가.

축사와 환경문제가 붉어지기 전에 주민, 축산인, 군, 축산단체 등의 만남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인허가가 나기전 주민과 축산인들의 조율과정을 주선해야 했다.

환경과 생존권 사이의 문제를 고려한 보은군 현실에 맞는 정책이었야 함에도 일방적 졸속행정으로 또 다른 갈등구조를 양산하고 있다.

불법에 대한 일관성 없는 행정에 대해 주민들은 군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 도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한다.

보은군은 망신살이 뻗힐 위기에 있다.

이미 동안이들 축사문제가 붉어진지 한달이 넘었지만 군은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루가 멀다하고 마을주민들은 물론, 축산인과 단체들까지 군과 의회를 방문하고 있고, 다리와 허리 가 아픈 연로한 어르신들이 거리로 나왔다.

공무원의 3가지 타령과 3가지 행정을 한다는 비판이 일지 않도록 군은 빠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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