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봄은 아직도 먼 듯합니다
대한민국의 봄은 아직도 먼 듯합니다
  • 편집부
  • 승인 2017.02.23 10:48
  • 호수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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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성 진 (산외면 탁주리)
▲ 박성진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 중략 ...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1926년 일제치하 속에서/'개벽'/ 지에 발표된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시를 1980년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구슬픈 민요조로 부른 노래를 옮겨 보았습니다.

2017년 이 노래가 이 봄 나의 마음을 울립니다.

2000년 이래 최악의 청년 실업률은 젊음의 희망찬 재잘거림으로 가득해야할 대학 졸업식장을 자리가 반 이상을 차지하는 풍경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명절 때 또는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자식 취직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아야할 금기 사항이 된 지도 오래입니다.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그리고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젊은 친구들이 절망에 빠져 일제 시대와 같이 따뜻한 봄 아지랑이 피어나고 만물이 생동하는 이 봄에 봄조차 빼앗겨 버린 것은 아닐까 마음이 아픕니다.

비리의 수준이 아닌 나라를 무너뜨릴 정도의 파국적인 국정농단의 끝은 보이지 않고 그 주범들의 뻔뻔하고 교만한 고함소리만 요란한 요즘입니다.

국민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손에 손에 움켜진 촛불하나로 시대의 잘못을 끝내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피해는 흙 수저 국민들이 짊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경제파탄의 결과인 수만의 정리해고자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정부가 손 놓아 버린 육아는 각 가정의 노부모와 맞벌이 부부의 몫이 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무거운 현실의 무게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분노와 우울과 외로움으로 병들게 합니다.

며칠 전 봄을 재촉하는 비가 밤새 내렸습니다. 봄은 만물을 생동하게 합니다. 허나 우리의 마음은 생기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듯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토닥 토닥 토닥 어린 시절 부엌에서 어머니의 칼질 소리가 나를 깨운 적이 많습니다. 어머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라가 혼란스러운 때일지라도 토닥토닥 도마 소리 내는 부엌일을 멈추지 않았고 따뜻한 밥을 식구들에게 내어 주셨습니다. 어두운 시대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원동력도 어머니의 부엌 도마소리에 기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답답한 지금 어머니 나이가 되어가는 나도 다시 마음 다잡고 나와 가족을 향해 따뜻한 밥 한 공기 지어내듯 봄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희망은 누가 나에게 주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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