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공감했던 2시간
윤동주 시인과 공감했던 2시간
  • 편집부
  • 승인 2017.02.09 10:30
  • 호수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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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위대한 유산이라는 특집을 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힙합가수들이 역사를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 공연하는 특집이었는데 황광희(무한도전 멤버)와 개코(힙합가수)가 윤동주 시인의 삶을 주제로 '당신의 밤'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가사가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에서 인용한 시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노래를 들으면서 별 헤는 밤 시를 다시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친구에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빌린 후 천천히 읽어 보았다.

별 헤는 밤, 서시와 같은 교과서에 기재되어 있는 유명한 시들뿐만 아니라 호주머니 같은 짧지만 공감되는 시들도 많이 있었다.

서시는 중학교 수업시간에 외웠던 시여서 그런지 다른 시들보다 더욱 익숙해서 시인의 생각과 공감하기 편했다. 나는 시를 읽으면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시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시구의 깊은 의미를 몰랐었어도 '죽는 날까지'라는 단어가 나에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면서 시인의 굳은 결의가 느껴졌고 시를 공부할수록 시인의 고뇌와 다짐들을 자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시인 서시 알면 알수록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가 아닐 수 없다.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호주머니'라는 시의 본문인데 짧으면서도 소소하게 공감되는 내용이다. 평소에는 비어있던 호주머니들이 겨울만 되면 찬바람을 피하기 위한 주먹들로 꽉 찬다. 아마도 윤동주 시인이 겨울에 길거리를 다니면서 경험했던 것을 짧게 시로 쓴 것 같은데 시집에 시들 중 가장 공감됐었다.

2016년도 11월 10일 손석희 앵커가 뉴스룸 앵커 브리핑을 하면서 "지금의 세상은 온통 환자 투성이"라는 이 시에 대한 시인의 말을 인용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 시의 제목은 '병원', 사실 나도 최근 무한도전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됐는데 당시 윤동주 시인이 시집에 제목으로 쓰려고 했었으나 일제강점기 시대에 시집의 제목을 병원이라고 정한 후 출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기에 윤동주 시인은 병원이라는 시집의 제목을 지운 다음 새로운 제목을 정하지 않은 채 원고를 서랍 깊숙이 보관했었다.

시를 읽어 보면 시의 2연이 이 시의 모든 것을 나타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시인은 의학적으로는 전혀 병이 없지만 조국을 빼앗긴 아픔이 마음의 병이 돼서 힘들어하고 지나친 피로를 느낀다. 하지만 늙은 의사는 이걸 알 리가 없고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은 식민지인이기 때문에 성을 내서는 안된다는 시인의 처지가 너무나도 안타깝다.

그 시대의 암담했던 모습이 그대로 시에 투영된 것 같다. 시인은 그 시대를 병원으로 보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을 환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손석히 앵커가 빗댄 것처럼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도 마치 병원 같지 않은가?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되어 쏟아져 나오는 뉴스들과 자료들 그리고 끝없는 의혹과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 그 속에서 지쳐만 가는 국민들, 시처럼 지쳐버린 국민들은 마음에 병이 들었다.

시의 마지막 문장의 일부인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ㅡ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라는 말처럼 나 역시 하루빨리 사람들의 마음의 병이 회복되기를 빈다. 병원이란 시는 나에게 현실 사회와 관련하여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한없이 부끄러워한 시인 윤동주, 시집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들도 있었지만 그저 시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시인의 마음과 공감하고자 노력했다.

그가 그의 시에서 표현했던 감정들은 지금까지도 전해지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고 있으며 나 역시도 시집을 읽으면서 많을 것을 느꼈고 시에게 지쳐버린 내 마음도 위 받았다.

시간을 조금만 투자하면 금방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니 모두들 한 번쯤은 읽어 보면서 시인의 마음과 공감해 봤으면 한다.

박희태(보은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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