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대한민국 출판계의 큰별 보은의 인물 박맹호 회장을 추모하며
[추도사]대한민국 출판계의 큰별 보은의 인물 박맹호 회장을 추모하며
  • 편집부
  • 승인 2017.01.26 10:25
  • 호수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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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문(보은장학회 이사장, 아이케이 그룹 회장)

선배님, 1934년 보은읍 비룡소에서 정치인이며 갑부인 고 박기종 선생의 장남으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뛰어난 자질로 촉망을 받았고, 책과 음악이 유일한 멘토가 되었던 삭막하고 외로웠던 서울 경복중학교 유학시절엔 동서양문학에 심취, 이를 통해 삶의 철학이 형성되었으며 책을 통해 당신이 만들어졌고 책이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고 회고하신바 있습니다.

서양문학을 통해 인간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고 동양작품을 통해서는 삶의 방법을 배운 당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시며 어린 시절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독서야말로 인격 형성의 기초공장 역할을 한다고 하셨지요.

청주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문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시고 1966년 '올곧은 백성의 소리를 담는다'는 뜻의 민음사를 설립하기 까지 작가를 꿈꾸셨던 것도 청소년기 문학에 빠졌던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습니다.

1966년 5월 19일 서울 종로 청진동 허름한 옥탑방 한 칸을 빌려서 시작하셨다는 민음사의 나이가 어느새 지천명을 넘어 이제 비룡소, 황금가지, 사이언스북스, 황근나침반, 세미콜론, 민음인, 판미동, 까멜리옹 등 여러 자회사 및 브랜드를 통해 어린이 책에서 과학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 펴내는 종합 출판 그룹으로 도약해 우리 사회의 교양을 책임지는 하나의 축으로 우뚝 서게 된 지금, 훌륭하고 멋진 글을 향한 열정에 잠못 이루던 밤들과 아름다운 정신 하나를 만나려고 노심초사하던 날들을 수없이 쌓아 오직 책 한길로만 달린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셨던 선배님은 이제 홀연히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선배님은 문학과 인문학 분야의 책을 주로 펴내던 민음사 외에 고향마을의 이름을 따서 비룡소라는 어린이 책 전문 출판사의 설립을 통해 비상을 꿈꾸는 용의 연못을 뜻하는 비룡소를 우리나라에 널리 알리실 만큼 고향 보은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셨습니다.

민음사를 창업할 때부터 민음사를 문학의 영역을 넘어서 종합대학 하나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 아카데미즘의 중심으로 만들고 싶어 1981년 대우재단이 대우학술총서를 발간할 출판사를 공모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기도하셨죠. 시대정신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원칙을 잃지않고 꾸준히 양서를 펴내 웬만한 대학만큼 큰 영향력을 지닌 출판사를 만들고 싶어했던 선배님으로 인해 고은, 김수영, 김춘수, 이청준, 이문열 등 당대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도 민음사를 통해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2005년 2월 24일 임기 3년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으로 당선 되신후에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정부로부터 보관문화훈장을 받으셨을때는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서울대 인문대에 '민음 인문학기금'을 설립해 인문대 교수의 저술 및 연구비 지원을 도우며 인문학 발전에 기회가 닿는 대로 계속 힘을 보태고 싶다고 하셨던 선배님, 선배님은 진정으로 몇 십 년 급변하는 역사 속에서도 새로운 문학과 참된 지성의 시계를 끊임없이 탐색하셨던 개척자이셨습니다.

창조력은 오직 독서를 통해서만 올바르게 기를 수 있으며 책은 세계의 깊이를 사유하고 복합성을 고려하며 본질을 직관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힘을 크게 길러준다고 하신 선배님, 선배님의 말씀 절절히 공감하며 선배님의 뒤를 이어 선배님이 이루고자 하셨던 세상을 만드는데 이 후배도 일익을 담당하고자 온갖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보은의 큰 인물 박맹호 선배님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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