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글로컬 시대, 지속 가능한 보은만의 콘텐츠 찾기
⑤글로컬 시대, 지속 가능한 보은만의 콘텐츠 찾기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6.12.29 13:22
  • 호수 3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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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송이놀이 세계화 할 수 있는 글로컬 콘텐츠다

'글로컬 시대 지역 콘텐츠가 답이다'

'글로컬'.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뜻한다. 지구촌이라 할 정도로 세계는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고 세계화라는 큰 그늘은 지역의 정체성마저 함몰시키고 있다. 이로인해 지역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잠재적 가치를 발굴해 경제효과를 가져오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많이 들어왔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글로컬 시대에 가장 부합하는 명제라고 할 수 있다. 본사를 비롯해 전국 주간지와 일간지가 공동으로 '글로컬 시대 지역자원발굴과 활용'이라는 주제로 국내 및 해외사례 발굴 기획취재를 다녀왔다. 굴뚝 없는 공장, 관광에 대한 관심은 끊임이 없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잘 보존된 자연환경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고, 지역 고유의 문화가 관광상품이 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여행요소가 되는 추세다. 기획취재지역은  전통 문화유산과 올림픽, 인기 드라마세트장, 재생 레지던스 등을 바탕으로 글로컬 브랜드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강원도 태백·정선, 그리고 강릉과 평창을 비롯해 그린시티로 유명한 독일 프라이부르크, 슬로푸드의 발상지 이탈리아 브라와 지역자산을 소중히 지키고 있는 이탈리아 토리노, 골목관광으로 지역경제를 살린 스위스 루가노였다. 지역의 숨어있는 수많은 문화자산들이 세계적인 관광콘텐츠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고 글로벌 브랜드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공동기획취재를 바탕으로 지역자원으로 지역의 가치를 살려 지역경제·로컬 브랜드 모델을 꾸준히 발굴하며 글로컬에 도전하고 성공한 국내외 사례들을 보도한다.

 

국내 사례-태백, 정선 평창, 강릉

■ 해외 사례

① 음식, 이탈리아 토리노 시민들이 만든 글로컬 브랜드

②이탈리아 브라에서 먹거리 본질 생각하다

③독일 프라이부르크 주민, 그린정책과 통했다

■ 글로컬 시대, 지속 가능한 보은만의 콘텐츠 찾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Glocal)'은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의미하고 있다. 즉 지역만이 지닌 역사적 가치나 특성을 살리고 담아내는 활동은 곧 세계 속에 지역의 브랜드가 되고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호 까지 5회에 걸쳐 강원도의 태백, 정선, 평창 강릉시와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에서  글로컬한 지역콘텐츠를 살펴봤다. 모두가 그 지역만이 갖고 고유 가치로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 지역의 사례를 다시 한 번 요약해보면 국내 사례지로 탐방한 강원도는 지역 특성에 따라 도시가 지닌 역사·문화유산이나 지리적 여건을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그중 특히 정선군이 정선아리랑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 주목됐다.

정선아리랑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정선군은 '정선아리랑'과 개장 50주년을 맞은 정선 5일장을 대표적인 글로컬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강릉은 신사임당, 이이, 오죽헌, 허난설헌, 허균 등 지역의 인물이 글로컬 브랜드로 충분해 활용가치가 높았고 이미 강릉시는 이들 인물의 생가 등 지역의 대표 문화유산을 활용하고 있다.

태백시는 탄광으로 번성했다가 폐광 후 쇠락한 도시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폐광지를 드라마 촬영장소로 제공하는 등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한류를 이끄는 관광지로 발전했다 '태후앓이' 라는 경향까지 만든 태백 폐광지의 드라마 촬영장은 지역의 브랜드로 성장했고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평창군은 동계올림픽 시설은 동계스포츠를 위한 전용구장을 넘어 색다른 관광코스로 활용해 관광객들을 유입, 행사후 시설 활용에 대한 고민을 덜고 있는 모습이었다.

해외 사례지로 방문한 이탈리아의 토리노와 브라, 스위스 루가노는 100년, 3대를 걸쳐 잇고 있는 가업이 글로컬 브랜드로서 자리를 잡아 지역으로 외부인들의 발길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특히 슬로푸드라는 음식문화를 전 세계에 확산시킨 이탈리아에서는 먹거리가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산자의 수입가지 생각해야 하는 진정 먹거리의 본질까지 생각하게 했다.

자동차 소유율이 독일 도시 중 가장 낮은 반면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은 운송수단의 절반에 달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사례는 더욱 주목을 끌었다.

시내 자동차를 주차할 곳이 사전 예약이 안되면 아예 끌고 가지 않고 자동차나 트램 등 대중교통 이용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시민의식이 신선했다. 이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주거환경을 친환경적으로 유지하려고 하는 시민의식의 발로에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원전 반대운동으로 시작해 햇빛발전으로 이어지는 보봉시의 사례 등은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전형적인 사례지였다. 이같은 시민의식과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또 프라이부르크의 정책은 프라이부르크의 도시브랜드, 도시 네이밍인 그린시티를 탄생시켰다.

지역 고유의 콘텐츠는 글로컬 브랜드로 정착되고 이것이 지역관광으로 이어져 지역성장을 이끌고 있는 지역들이다.

►우리지역만이 갖고 있는 글로컬콘텐츠

 

글로컬 브랜드를 통한 지역의 성장 동력, 즉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밀접한 분야는 바로 관광이다.

보은군이 속리산을 보유하고 있는 관광군이라고는 하지만 관광군이라고 하기엔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표(관광객 수)를 갖고 있다. 속리산, 구병산, 대청호 등 자연자원도 중요하지만 지역이 갖고 있는 콘텐츠를 활용하면 위의 사례지역들처럼 글로벌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은의 글로컬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속리산 송이놀이, 법주사 팔상전 탑돌이, 그리고 삼년산성 설화, 세조의 딸과 김종서 손자의 사랑의 도피, 일설이긴 하지만 복천사의 선승이었던 신미대사의 훈민정음 창제와 세조의 행차와 정이품송, 고려 태조가 얇은 돌이 깔린 고개를 넘었다는 말티(박석재) 등 다양한 유무형의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 낙화, 야장, 불상조각, 여기에 전통술 제조까지 포함된 무형문화재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존재하긴 하나 방치되고 다듬어지지 않고 전해지긴 하나 기록상에만 있거나 구전으로만 전해지고 제대로 꿰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처럼 이들 지역 콘텐츠들을 잘 엮어 글로컬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속리산 송이놀이의 상설화

속리산 잔디공원에서 펼쳐진 속리축전 보은풍물경연대회에서 산외면 풍물보존회가 송이놀이를 시연하는 모습이다.

정선군의 대표적 콘텐츠로 자리잡은 아리랑 판굿을 보면서 떠오른 것이 바로 속리산 송이놀이의 상설공연이었다. 해가 뜨자마자 해가 넘어가는 두메산골로 인구는 4만명이 채 못 되는 작은 도시 정선군이 펼친 아리랑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으뜸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광범위하고 뛰어났다. 정선아리랑은 구전으로 이어지던 노래를 현대적인 감각에 맞춘 창극으로 재해석한 것인데, 정선 5일장인 2일과 7일마다 정선군을 찾은 외지인들에게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아리랑고지인 정선군은 600여 석의 관람석을 갖춘 아리랑홀과 아리랑 박물관, 카페 등으로 구성된 '아리랑센터'를 개관했고 아리랑센터 인근에는 아라리촌도 조성돼 있다

아리랑 공연은 2008년 창단된 군립 아리랑 예술단이 공연을 하고 있는데 단원은 판소리, 무용, 기악 등을 전공하고 가무악에 두루 능통한 춤꾼으로 구성됐다.

1865년 경복궁을 중건하는데 정선의 낙락장송들이 경복궁의 기둥과 들보가 되었는데 바로 이 목재를 뗏목으로 정선 아우라지에서 한양의 마포나루까지 수송하는데 불려진 가락이다. 시나리오는 다양한 이야깃거리, 절절한 사연이 담겨 공연을 본 많은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보은군에도 속리산 산신을 기리는 판 굿 송이놀이가 있다. 특히 속리산은 보은군을 비롯해 괴산, 상주 문경까지 4개 시군에 걸쳐 있지만 보은군의 대표라고 할 수 있어 지역 고유의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충분히 글로컬한 브랜드가 가능한데 여기에 송이놀이라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더할 나위 없이 글로컬 소재가 될 수 있다.

속리산은 산 이름이 여덟 개일 뿐더러 봉우리나 바위부리, 석문, 계곡에 놓인 다리 등이 모두 여덟 개씩 꼽혀왔다. 천황봉·비로봉·길상봉·문수봉·보현봉·관음봉·묘봉·수정봉 등 여덟 봉우리가 그렇고 문장대·신선대·학소대·입석대·경업대·배석대·봉황대·산호대 등 여덟 개의 바위부리가 그렇다.

곳곳에 우뚝 선 바윗덩이 석문도 내석문·외석문·상고내석문·상고외석문·비로석문·금강석문·상환석문·추래석문 등 여덟 개가 이름붙여 꼽힌다. 지금은 그중 몇 개만 있지만 계곡에 놓인 다리도 여덟 개가 꼽혔었다.

속리산은 산의 형세가 꽃잎처럼 돋은 여덟 개의 대로 감싸인 불국토의 형국이라고 풀이되기도 한다.

속리산 송이놀이는 조선말에 법주사 승려들이 대자재천왕제가 끝난 후 남근공의를 연희화한 송이놀이를 했는데 음란하다 하여 폐지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1998년 박대종 문화원장 재임시절 청주대 김영진 교수를 통해 송이놀이를 체계적으로 문헌화 했고 이를 산외면풍물보존회가 재연해 충북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보은문화원이 발행한 '보은 속리산의 민속문화'라는 문헌에 따르면 송이놀이는 조선 말기 법주사의 승려들이 나무로 남근(男根)을 깎아 붉은 칠을 하여 속리산 여신에게 공물로 바치는 남근공희를 연희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놀이를 스님들이 재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산외면 풍물보존회에 의해 재연돼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속리산 송이놀이는 사또행차, 물건(송이)찾기, 오방기 놀이 등 3막으로 구성됐는데 25분 분량을 연극화하여 젯상과 제물을 차려 놓고 산신제와 무당굿을 펼친 후 신분에 맞는 의상을 갖춘 현감과 이방, 포졸 등이 자리잡고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송이찾기가 전개된 후 놀이의 여흥을 살리기 위해 오방기 놀이로 구성하고 있다.

송이놀이를 정선의 판 아리랑 공연처럼 성설화하기 위해서는 실내 공간이 필요하나 봄, 가을 등 야외활동이 가능한 시기에는 현재와 같이 속리산 잔디공원을 이용하고 비가 오거나 겨울 등 실내 공연을 해야 할 경우 문화예술회관이나 체육관과 같은 실내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또 현재와 같이 속리축전 때만 시연할 것이 아니라 송이놀이 군립 예술단과 같은 상설 공연팀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 기존의 송이놀이 시나리오에 민요나 사물 공연 등을 추가하고, 시나리오 자체에 풍자와 해악을 더 가미해 각색하고, 재미있는 공연으로 재구성해서 주말마다 공연을 하면 한 편의 전통 뮤지컬, 전통 국악 오페라가 탄생하는 것이다.

해학과 유머가 담긴 송이놀이 판 굿은 보은만이 갖고 있는 글로컬 브랜드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외에 지금은 없어진 법주사 팔상전 탑돌이 행사도 글로컬 브랜드로 충분한 지역콘텐츠이다. 사월초파일 법주사 팔상전을 돌며 소원을 비는 의식인데 자녀의 대입 합격, 취업, 자녀 결혼 등 소원하는 일을 간절히 비는 의식행위이다. 사찰에서 하는 종교적인 의식행위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가 있는 탑돌이를 인간이 간절히 염원하는 것을 승무, 소원지 담기, 촛불, 또는 풍등날리기 등 이야기가 풍부한 시나리오로 재구성하면 주목을 끄는 글로컬한 콘텐츠로 살아날 수 있다.

낙화, 야장, 불상조각, 여기에 전통술 제조까지 포함된 무형문화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지역의 글로컬 브랜드다.

우리지역 문화유산의 글로컬 브랜드화는 지역의 무형문화재와 연계하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기틀이 될 수 있다.

지역의 독특한 내재적 역사성을 찾아내 지역 최고, 최적의 축제의 콘텐츠를 찾아내고 발굴하여 이를 세계화시킨다면 그게 바로 글로컬 지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의 콘텐츠 그 힘과 소득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다. '글로컬'의 출발과 목표는 지역성과 경제살리기에 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머물러야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관광객유치에 몰두하고 있고 축제를 개최해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데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매년 축제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방문객수도 모두 이같은 고민해서 빚어진 일들이다.

한양대 관광학부 이훈 교수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한계와 문제점은 시장 편중과 차별화된 관광상품 부재에 있다"면서 "관광객들의 재방문은 결국 '차이'에서 나오고 그 차이는 '다름'의 전략과 맞닿아 있어서 같은 대상도 '차이'를 만들어 낼 때 반복의 이유가 생겨 지속가능한 관광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고유의 글로컬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 지역이 갖는 힘이라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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