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신구 조화 이룬 스위스, 관광객 불러
④신구 조화 이룬 스위스, 관광객 불러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6.12.22 13:36
  • 호수 3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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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골목길 루가노를 관광명소로 만들다

'글로컬 시대 지역 콘텐츠가 답이다'

'글로컬'.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뜻한다. 지구촌이라 할 정도로 세계는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고 세계화라는 큰 그늘은 지역의 정체성마저 함몰시키고 있다. 이로인해 지역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잠재적 가치를 발굴해 경제효과를 가져오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많이 들어왔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글로컬 시대에 가장 부합하는 명제라고 할 수 있다. 본사를 비롯해 전국 주간지와 일간지가 공동으로 '글로컬 시대 지역자원발굴과 활용'이라는 주제로 국내 및 해외사례 발굴 기획취재를 다녀왔다. 굴뚝 없는 공장, 관광에 대한 관심은 끊임이 없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잘 보존된 자연환경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고, 지역 고유의 문화가 관광상품이 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여행요소가 되는 추세다. 기획취재지역은  전통 문화유산과 올림픽, 인기 드라마세트장, 재생 레지던스 등을 바탕으로 글로컬 브랜드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강원도 태백·정선, 그리고 강릉과 평창을 비롯해 그린시티로 유명한 독일 프라이부르크, 슬로푸드의 발상지 이탈리아 브라와 지역자산을 소중히 지키고 있는 이탈리아 토리노, 골목관광으로 지역경제를 살린 스위스 루가노였다. 지역의 숨어있는 수많은 문화자산들이 세계적인 관광콘텐츠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고 글로벌 브랜드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공동기획취재를 바탕으로 지역자원으로 지역의 가치를 살려 지역경제·로컬 브랜드 모델을 꾸준히 발굴하며 글로컬에 도전하고 성공한 국내외 사례들을 보도한다.

 

국내 사례-태백, 정선 평창, 강릉

■ 해외 사례

① 음식, 이탈리아 토리노 시민들이 만든 글로컬 브랜드

②이탈리아 브라에서 먹거리 본질 생각하다

③독일 프라이부르크 주민, 그린정책과 통했다

■글로컬 시대, 지속 가능한 보은만의 콘텐츠 찾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이탈리아 국경을 넘으면 가장 먼저 만나는 스위스 티치노주의 루가노는 호반을 끼고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살려 관광수입에 큰 비중을 둔 스위스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이다.

인구는 6만명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스위스에서는 세 번째로 큰 경제도시, 남알프스 관광중심도시로 역사, 문화, 패션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명품거리와 골목문화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한 호수에는 유람선과 요트가 줄지어 있고, 호수 앞 잔디밭에는 백조들이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노닌다.

1884년 피아차 델라 리포르마(Piazza della Riforma) 광장이 만들어지면서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루가노에는 대표적인 골목이 두 개가 있다 바로 비아 나싸와 비아 페시나다. 나사 거리 끝자락에는 1499년에 만들어진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Chiesa di Santa Maria degli Angeli)이 있다. 이곳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제자가 그렸다고 전하는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마리에 리제(61)루가노 관광정보센터 관계자는 "성당이 만들어지면서 골목들이 생겨났고, 리포르마 광장이 조성된 이후 루가노가 더욱 알려지게 됐다"며 "이탈리아를 넘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도시인 루가노는 교통의 요충지이고 호수를 낀 휴양지여서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있다"고 말했다.

♦ 자연경관이 뛰어난 축제의 도시

현재의 루가노는 스위스 남부 중심도시로 관광과 금융이 주요 수입원이지만 과거에는 호수를 중심으로 한 어업이 시민들의 주 소득원이었던 어촌이었다. 하지만 어업의 쇠퇴로 어(漁)시장이 섰던 이곳은 1800년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어촌에서 명품 도시,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루가노는 관광천국이다. 루가노 시내에서 출발해 호수를 돌며 작은 마을마다 정박하는 유람선도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여행 코스 중 하나다. 각 마을에는 이탈리아 건축양식에 영향을 받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루가노는 호수를 가운데에 두고 유람선이 호숫가를 원형으로 돌면서 마을마다 관광객을 내려준다. 자연지형을 살리면서 들어서있는 작은 카페들이 눈길을 끌었다. 취재단 일행은 티치노 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 간드리아에 잠시 들러 마을을 둘러보았다. 간드리아의 집들은 예전에 치즈와 올리브 등을 직접 만들고 재배하던 터전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은 관광수입으로 먹고 사는 마을이다 꽃을 가꿔 경관을 만들고 작은 소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고 호수가 보이는 큰 창, 건물을 낡고 비좁았지만 좀더 있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고즈넉한 골목, 자그마한 골동품 가게,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카페는 짧은 시간에도 낭만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1년에 24개 이상의 축제가 열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흥미를 끈다. 2월 열리는 카니발을 시작으로 봄·가을과 크리스마스에는 농산물시장이 열린다. 스위스인들이 유난히 사랑하는 재즈를 비롯해 클래식, 뮤지컬 축제가 여름밤 루가노의 낭만을 더한다. 여기에 가을에 하는 군밤축제는 물론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컬러파우더를 뿌리는 컬러축제와 문신축제까지 다양하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점등식과 먹거리 장터 등이 진행되는 '크리스마스 광장 축제(Natale in Piazza)'가 관광객들을 맞는다. 관광객들이 심심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진 전통문화와 축제, 여기에 쇼핑이 결합돼 특유의 글로컬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골목 문화

 

루가노의 매력은 오랜 역사와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골목문화다. 1499년 산타마리아델리안졸리 성당이 건립되면서 하나둘씩 생겨났기 시작해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가장 유명한 골목은 페시나(Pessina)거리와 나싸(Nassa)거리다.

어부들이 물고기를 담던 나무 바구니를 일컫는 나싸(Nassa) 거리는 명품 숍이 들어서있다. 나사거리를 따라 불가리, 루이비통, 구찌, 까르띠에 등 세계적인 명품 숍들의 즐비하며 루가노 호수변을 산책하면서 세계 명품 숍을 볼 수 있다.

또 80년, 100년 역사를 가진 전통음식과 식재료를 파는 등 오래된 가게가 몰려있는 페시나(Pessina) 거리,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숍과 디자이너 제품을 판매점포가 즐비한 거리까지 재미있는 골목길을 형성하고 있다.

페시나 거리는 1937년부터 이어온 작은 식료품 가게와 과일가게, 그리고 보세품 가게가 고풍스런 골목길과 함께 줄지어 서 있다. 식료품 가게는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신선한 식재료와 건강을 담은 음식들이 가득했다. 치즈와 햄, 생산과 해산물 샐러드 햄버거, 고기와 채소를 곁들인 도시락이 관광객들의 입맛을 붙잡는다.

페시나 거리에선 '살라미'(Salumeria:소고기나 돼지고기에 소금 간을 해 건조시킨 향이 강한 이탈리아식 소시지)가 즐비하게 걸린 80년 역사의 가빠니(Gabbani) 식료품가게가 특히 눈길을 끈다.

물고기를 잡아서 생활하던 어부들이 어업의 쇠퇴로 새로운 먹거리로 조성한 현재의 페시나 거리는 그렇게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었다.

골목 안에서는 1803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알 포르토(Al Porto)라는 카페도 만날 수 있는 것도 골목 관광의 재미다.

이렇게 골목을 누비다 다리가 아프면 알포르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고풍을 즐길 수도 있고 아니면 호수가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차와 식사를 하는 멋도 누릴 수 있다. 루가노가 주는 매력이다.

♦ 3대째 가업 잇는 페시나 거리 대표 가빠니

 

1937년에 시작된 가빠니 식료품점은 80여년,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페시나 거리의 대표적인 명소이며 루가노의 명소 중의 명소로 가게 입구에 매달린 수십개의 거대한 살라미가 가게의 특징을 설명해주고 있다.

3대인 프란체스코 가빠니(29)는 경영철학에 대해 "원산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가축 원산지에 가서 재료를 본 후 가게에 가져와서 직접 손질하고 자르는 등 가공 전 과정을 위생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한다. 7유로짜리 샌드위치에도 최상의 재료를 넣어서 만들 정도로 최상의 재료와 맛을 유지하며 서민적이면서도 세대를 잇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품질의 식재료를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이 가빠니라고 말할 정도로 가빠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도메니코 가빠니 할아버지와 줄리에피 할머니가 가게를 열었을 당시인 80년 전 페시나 거리는 샌드위치와 식료품을 파는 매우 서민적인 가게 30개 정도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가빠니 였다고 한다.

그러다 1950년대에 프란체스코씨의 아버지인 리노 가빠니(82)씨가 이 가게를 리모델링해 확장하면서 식재료의 질과 원산지를 중요한 콘셉트로 잡았다고 한다. 또 살라미(Salumaria:소고기나 돼지고기에 소금 간을 해 건조시킨 향이 강한 이탈리아식 소시지)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정육점과 식료품 가게에 머물지 않고 치즈나 와인 까지 팔고 점포도 확장해나갔다.

 

이렇게 가빠니가 사업을 확장하는 등 발전하면서 다른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해 지금 페시나 거리에서 대를 이어 장사하는 식료품 가게는 가빠니가 유일하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서 취급하는 품목만 5, 6천여종에 달하고 치즈만 해도 300종이 넘으며 직원도 80여명에 이르고 있고 호텔사업까지 하고 있다.

1937년부터 팔던 음식인 살라미는 아직도 팔고 있는데 여전히 인기이지만 가빠니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오래된 베스트 메뉴는 '파테 라고'이다. 이 음식은 도메니코 할아버지의 레시피를 담고 있는 전통음식이다.

 

10여년 전 점포를 물려받아 형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프란체스코씨는 "형과 나는 매일 오전 5시30분에 일을 시작해 오후 8시30분까지 계속 한다"며 "오래된 가게여서 고객연령층이 높기 때문에 젊은 고객층을 유지하기 위해 늘 신제품과 행사들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코씨는 또 "매주 수요일 오후 6~8시까지 3, 4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해피아워(Happy Hour)를 운영해 음료를 시키면 와인, 햄, 치즈, 빵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최상의 품질을 추구하고 루가노에서 유일하게 가업을 잇는 자부심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가빠니의 가업철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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