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 ①이탈리아 토리노 사례
해외사례 ①이탈리아 토리노 사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6.12.01 02:19
  • 호수 37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 음식에 대한 철학이 글로컬 브랜드로 성장

'글로컬 시대 지역 콘텐츠가 답이다'

'글로컬'.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뜻한다. 지구촌이라 할 정도로 세계는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고 세계화라는 큰 그늘은 지역의 정체성마저 함몰시키고 있다. 이로인해 지역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잠재적 가치를 발굴해 경제효과를 가져오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많이 들어왔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글로컬 시대에 가장 부합하는 명제라고 할 수 있다. 본사를 비롯해 전국 주간지와 일간지가 공동으로 '글로컬 시대 지역자원발굴과 활용'이라는 주제로 국내 및 해외사례 발굴 기획취재를 다녀왔다. 굴뚝 없는 공장, 관광에 대한 관심은 끊임이 없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잘 보존된 자연환경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고, 지역 고유의 문화가 관광상품이 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여행요소가 되는 추세다. 기획취재지역은  전통 문화유산과 올림픽, 인기 드라마세트장, 재생 레지던스 등을 바탕으로 글로컬 브랜드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강원도 태백·정선, 그리고 강릉과 평창을 비롯해 그린시티로 유명한 독일 프라이부르크, 슬로푸드의 발상지 이탈리아 브라와 지역자산을 소중히 지키고 있는 이탈리아 토리노, 골목관광으로 지역경제를 살린 스위스 루가노였다. 지역의 숨어있는 수많은 문화자산들이 세계적인 관광콘텐츠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고 글로벌 브랜드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공동기획취재를 바탕으로 지역자원으로 지역의 가치를 살려 지역경제·로컬 브랜드 모델을 꾸준히 발굴하며 글로컬에 도전하고 성공한 국내외 사례들을 보도한다.

 

국내 사례-태백, 정선 평창, 강릉

■ 해외 사례

① 음식, 이탈리아 토리노 시민들이 만든 글로컬 브랜드

②이탈리아 브라에서 먹거리 본질 생각하다

③독일 프라이부르크 주민, 그린정책과 통했다

■글로컬 시대, 지속 가능한 보은만의 콘텐츠 찾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이탈리아 토리노는 원래 토종 자동차인 피아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표적인 공업도시였다. 하지만 자동차 공장은 1982년 문을 닫았고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에게 토리노는 2006년에 열린 제 20회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으로 익숙한데 이곳은 지역민이 지역의 식자재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지역민들은 이곳의 제품을 사랑하면서 외지인들이 이곳을 찾아오게 할 정도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웠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도착해 찾은 카를로 광장 주변에는 글로컬 브랜드로 꼽고 있는 브랜드 가게들이 많았다. 실제 이들 가게를 보기 위해 패키지 관광을 온 것 같이 보이는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는 카페베네 등과 같이 프랜차이즈 산업이 성업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토리노는 대전의 성심당 같은 지역 토종 커피 전문점이 수백 개가 넘는다고 했다. 덜 관리되지만 지역의 것을 사랑하는 주민들이 멀리서도 그 맛을 보기 위해 올 정도라고 한다. 이것을 지역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들이 나고 자란 지역이나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또 규모가 크지 않지만 부모가 일궈놓은 가업을 물려받아 확장해나가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100년이 넘는 카페와 100년이 넘는 초콜릿 가게 등을 거리마다 쉽게 만날 수 있다.

한 자리에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탈리아인들은 규모가 크던 작던 자신의 기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아마도 이는 생산자이든, 소비자이든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이곳 토리노에서 굳이 라바짜( (Lavazza :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이태리 기업의 브랜드 이름) 커피를 찾지 않아도 된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인 커피 전문 메이커 '스타벅스'가 6년 전 이탈리아에서 철수한 후 지금까지 재개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일 것이다.

글로컬, 지역콘텐츠가 답이다 기획취재 해외사례 첫 번 사례로 이탈리아 토리노의 글로컬 브랜드를 소개한다.

▲ 이탈리아 파스티피치오. 1949년에 할아버지가 창업후 3대를 이어 파스타를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3대째 파스타 생산 가업을 잇는 사람들

토리노 시내에 자리한 파스타 전문 생산업체 파스티피치오 볼로그네즈(PASTIFICIO BOLOGNESE). 1949년 할아버지가 창업 후 아버지를 거쳐 현재는 손녀인 크리스티나 무짜렐리(50, 큰딸) 대표와 동생(47)으로 3대를 이어온 곳이다.

현대식으로 기계화된 공장에서 20여명의 직원들이 9여종의 파스타를 생산해 이탈리아 전역과 해외에 수출을 한다. 하루 생산량은 1천200㎏, 연 매출 120만 유로 즉 150억원을 올린다.

아버지와 두 딸, 그리고 사위까지 모두 공장에 근무하며 아이들에게도 가업을 물러주기 위해 계획 중이다. 파스타 주재료인 밀가루는 물론 대부분의 재료를 이곳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지역 농산물품을 구입해 가공한다.

밀가루를 이용해 갖가지 모양의 파스타를 만드는데 숙성을 거쳐 포장까지 모두 이 업체에서 이뤄진다.

파티피치오 볼로그네즈의 공동경영자인 크리스티나 무짜렐리는 이곳의 파스타 면이 사랑받는 이유를 지역회사이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오랜 전통을 갖고 있고 슬로푸드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의 신선한 재료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같이 음식에 대한 철학을 갖고 파스타 면을 만들기 때문에 지금은 국내는 물론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등 해외에서도 맛을 인정받아 외국의 유명 요리사들이 이곳의 파스타 면을 주문할 정도다.

► 2대째 커피볶는 사람들

커피 강국인 이탈리아에는 120년 전통의 커피 브랜드 라바짜(Lavazza)가 있다. 현재 라바짜는 유럽 커피 시장의 70%를 점유할 정도다.

기획취재단이 방문한 토리노에도 라바짜의 1호점 카페가 있다. 하지만 토리노에서 라바짜 커피가 아니더라도 100년된 카페, 50년된 카페가 많다. 그 중의 한 곳 토레파지오네 카페테리아(TORREFAZIONE CAFFETTERIA)을 방문했는데 이곳도 6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48년 문을 연 이 카페는 취재단 일행이 방문했을 때 66㎡(20여평) 남짓한 가게 한 쪽에는 원두를 볶는 기계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버지 다모소가 처음 시작한 카페를 엔조 다모소(74)씨와 빠올로 다모소(64)씨가 이어가고 있는데 커피와 쿠키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이곳에서 동생은 커피, 형은 쿠키 등 커피 판매로만 연 2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곳의 성공 비결은 커피의 맛인데 이는 이들의 경영철학과 맞물려 있다. '온리 그린 커피(only green coffee)'. 오직 좋은 커피 생두를 공정무역을 통해 가져와 이곳에서 직접 로스팅에서 지역민들에게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데, 커피 맛을 평가하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마니아들로부터 최고의 맛과 품질로 인정을 받고 있다.

카페 운영자인 빠올로 다모소씨는 "이곳 다모소의 커피는 로마와 피렌체 뿐 아니라 스웨덴까지 판매되고 있다"며 "이는 커피가 좋고 맛있는 맛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지역민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꾸준히 해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3대째 운영하는 와이너리

토리노의 외곽 시골마을에 위치한 농가형 와이너리 발비아노(Balbiano)도 1941년부터 3대째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루까 발비아노(34)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좋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재원인 발비아노는 어려서부터 와이너리를 운영한 아버지를 보고 자라 와이너리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어 자연스럽게 고향으로 돌아와 6㏊과수원에서 직접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와인은 빌라 델라 레지나(villa delaregina)다. 여왕이 살던 빌라내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만든 와인을 1년에 4천개만 한정 판매를 해 매년 매진된다. 이런 역사적인 이야기와 진한 와인 맛은 지역에서는 이미 알려진 와인 중의 하나다.

이곳 와이너리의 특징은 콧대 높은 판매전술을 쓰고 있다. 매년 4천병만 한정 생산하고 레스토랑에서 주문이 들어온다고 해도 모두 판매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직접 판매처를 결정할 정도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신들을 비롯한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시내에서 포도밭을 보유한 와이너리 3곳과 협약을 맺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루까 발비아노씨는 "우리 와인으로 도시를 알릴 수도 있고 주민들이 생산과정을 볼 수 있어 주민들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경제적 마케팅 위주로 음식을 판매하면 성공 확률은 낮아진다.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오래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방문한 3곳의 공통점은 바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자재를 이용해 최고의 맛과 최상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같은 가치실현은 이들에게 자연스레 부(富)를 가져다주었다. 본질에 충실한 것이 이곳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 글로컬 브랜드들의 특징임을 알 수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