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이충근 청년농민 이야기
26살 이충근 청년농민 이야기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6.11.24 12:22
  • 호수 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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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은 장사꾼이 되어서는 안된다"
▲ 26살 청년농민 이충근씨가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농부가 되기까지...

아버지 이성한씨와 어머니 김영숙씨의 3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충근씨는 학창시절 부모님의 걱정을 많이 끼쳤다 한다.

초등학교부터 운동부 활동했던 그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늘 운동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진로를 최종 결정해야하는 보은고 시절, 아버지는 충근씨가 하고 싶은 것을 하되, 기간을 정해놓고 책임지는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고 2학년 때 보은에 폭설이 심해 피해가 많았던 때가 있었죠. 방학이라 부모님을 따라 무너진 인삼밭을 고치는 일을 한달간 도와 드렸어요. 너무 힘들어서 농사만큼은 짓지 않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그는 경영학과에 입학해 취업이나 창업을 생각하며 푸른꿈을 안고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1학년을 마친 충근씨는 그해 12월에 입대해 22살에 제대했다. 복학하기까지 5개월 가량 시간이 있던 그는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왔다.

 

어려서부터 단련된 체력은 아버지의 고된 노동에 커다란 도움이 됐고, 충근씨 또한 농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서 농부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보은을 오가는 것이 멀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농사일이 그만큼 저에게 맞았던 거죠"

2학년 복학 후에는 수업시간표를 조밀하게 짜서 주말포함 3일을 시간을 확보했다. 또한 4학년 때는 학점을 미리 따서 1학기에 조기졸업을 하고 고향에 뼈를 묻기로 했으니, 그것이 작년 여름이다.

# 아버지의 농사철학을 배우다

통학을 하면서 농사일을 돕는 것과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하는 것은 달랐다. 인삼농사 뿐만 아니라 콤바인 기계를 이용해 벼를 수확하는 과정, 어머니의 소소한 농작물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겪은 그는 농촌현실이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함이 현실로 다가왔다.

"제가 농부의 명함을 가지고 작년에 가장 많은 씨삼을 부었죠"

작년 8천여평을 심고, 올해는 9천여평을 심을 계획이라 한다.

"이제 11월 말부터 씨앗을 심고, 짚을 덮은 다음 내년 4월까지 지주목을 세우고 차광막을 설치하는 가장 힘든 일이 시작돼죠"

다른 농작물에 비해 인삼농가는 농한기가 짧다. 그만큼 쉴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한 것이다.

충근씨는 한가지 일을 더한다. 블로그와 스토어팜을 운영해 인삼직거래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진생베리라고 불리는 인삼딸기 수확을 해 인터넷 직거래로 완판했죠"

예전에는 인삼딸기는 영양분만 축낸다고 농가에서는 따서 버리기 일수였다. 그러나 사포닌 영양소가 인삼못지 않게 풍부하다는 효능이 발견되면서 고가에 팔리고 있다.

"주문량은 많은데 수확량이 적어 다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다른 농가에서 사서 팔자고 아버지께 제안했으나, 아버지는 단칼에 반대했다. 천천히 가더라도 원칙을 어겨서는 안되고 자기실력으로 서서히 농업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아버지의 농사철학에 그도 수긍했다.

"아버지만의 농사철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 원칙에 있어서만큼은 아버지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이성한씨는 30여년 동안 인삼농사에 매진하고 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짓는 것에도 원칙이 있습니다. 몸을 이롭게 하기 위해 인삼이든 다른 농작물이든 생산하는 것인데, 눈앞의 이익만 쫓다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농부가 된다는 것이 아버지의 철학이죠"

최근에는 농약이 저농약으로 바뀌면서 휘발성이 강해 약을 뿌려도 대부분 증발되고 농약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때문에 생산비가 늘었다. 그러나 규정대로 농사를 지으면 잔류농약이 거의 남 않는데, 예전에 하던 방식을 고수하며 자기만의 처방으로 농약을 사용하게 되면 안전한 우리농산물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홍삼액도 파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품으로 꼭 하시죠"

사람들이 홍삼액을 찾을 때는 건강을 생각해서 찾는 것인데, 나쁜 인삼을 사용하면 그만큼 효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그는 '정관장'에 대한 문제의식도 언급한다.

"지분 60% 이상이 외국계인 공사는 이미 사기업이나 다를바 없죠. 더구나 정관장은 6년근 홍삼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습니다"

정관장은 계약재배를 하면서 6년근 인삼만을 취급한다. 그러나 재약재배 농가 현실을 보면 '은피(사람으로 치면 피부병과 같은 현상으로 인삼중 최하급)'나 '황'과 같은 병든 인삼도 키로수만으로 전량수매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도 인삼은 4년 이상되면 사포닌부터 다양한 성분의 함량차이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상당수 되지만 막강한 자본력으로 광고를 통한 판매전략을 일반 개인농가가 당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인삼농사의 가장 중요한 것은 토질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토질관리를 위해 2년간은 농토를 놀리며 볏짚농법으로 흙을 부드럽고 숨을 쉴 수 있도록 지력을 회복한 다음 농사를 져야한다.

"어떤 사람들은 수확주기를 빨리 하기 위해 1년 정도 채운 후 바로 씨삼을 붓기도 하지만 아버지는 한번도 원칙을 어기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충근씨는 아버지의 정직한 농업과 농사철학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 25시간을 사는 청년농꾼

충근씨의 하루는 25시간을 사는 듯 바쁘기만 하다. 낮에는 농사일에 전념하고 저녁에는 블로그와 스토어팜 운영을 해야 한다.

농사일기를 쓰듯 인삼농사에 대한 정보도 올리고 상품에 대한 소개도 한다. 잠깐의 농한기가 다가오는 겨울에는 인터넷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얼마전에는 '정보화농업인경연대회'에서 IT마케팅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술요? 가끔 친구들 만나면 마시기도 하죠. 다음날 생활이 흐트러지진 않을 만큼만 해요"

보은에 살고 있는 친구도 더러 있지만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운동을 좋아해 친구들과 아는 형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정도로 여가를 보내고 있다.

"얼마전에는 전라도 '영파마스'라는 젊은 농민들이 만든 영농조합 모임을 다녀왔어요. 정보도 나누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협력하면서 농사짓는 모습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시설도 없고 영화하나 보기 위해 도시로 나가야 하는 작은 보은이 그에게 답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늘 말씀하시죠. 농사꾼이 장사꾼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정직한 농사로 농산물 가격결정을 농민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규모화'에 대한 욕심을 갖지 않는다.

"지금은 부모님과 저의 노동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적정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농사를 짓기위한 기반없이 규모만 늘리다보면 초심을 잃기 쉽고 돈을 쫓아가는 농사로 되는 것을 우려한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부딪치는 것도 있어요. 젊은세대와 생활적·문화적 차이가 있죠"

가끔 부모님과 아옹다옹하기도 하지만, 60평생 땅을 지켜온 부모님의 삶과 농사철학을 그는 존경한다며 미소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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