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 사업 열쇠 움켜쥔 군수가 손 펴야
지역균형발전 사업 열쇠 움켜쥔 군수가 손 펴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6.10.20 13:54
  • 호수 3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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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과정에 주민은 없고, 의회 의견 수렴은 요식행위, "군부독재 시절도 아닌데…"

[ 글 싣는 순서 ]

▶① 복합문화시설  누구를 위한 것인가(1)

   ② 복합문화시설 사업변경도 검토해야

   ③ 한옥마을 타당성 있나

   ④ 속리산복합휴양단지가 의회도 몰랐다

보은군이 추진하는 많은 사업이 상향식이거나 사업을 결정하기 전에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결정해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충청북도 조례에 의해 지원되는 지역균형발전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1단계를 거쳐 2단계 사업은 올해 종료하고 내년부터 5년간 3단계 사업이 추진되는데 3단계 사업도 마찬가지로 집행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사업이 결정되고 있다.

집행부의 구도 안에 군민은 없다. 지방자치의 양대 수레바퀴라는 군의회 조차도 절차상 거쳐야 하는 하부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듯하다. 지역사회 논의 없이 행정적 판단, 아니 군수 독단으로 사업을 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업의 오류로 인한 피해는 행정, 특히 정책을 결정한 군수가 그 책임을 지고 변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몫은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돌아간다. 지역에 돌아간다.

돈을 주고 산 용역사와 충청북도가 운영하고 있는 자문위원의 자문을 거치지만 책임은 없다. 따라서 철저한 분석과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고 절차와 과정을 거쳐 타당성이 높은 사업을 결정해 추진해야 한다.

본보는 이번호부터 3회에 걸쳐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군정질문에서 하유정 의원이 정상혁 군수를 대상으로 한 질문, 답변을 바탕으로 보은군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복합문화시설 사업 누구를 위한 시설인가

복합문화시설은 내년부터 5년간 총 230억원이 투입되는 보은군의 3단계 지역균형발전 사업 중 하나로 보은군은 이 사업에 국도군비를 포함해 12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상혁 군수가 말하는 복합문화시설은 미술관, 박물관, 지역 무형문화재의 작품 전시체험관, 야영장 등으로 구성한 시설을 말한다. 정 군수는 이들 시설을 구 속리중학교에 지어 수학여행 1번지였던 과거 속리산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수학여행이 아니라 체험학습이고 또 과거처럼 단체 관광이 아닌 학급 또는 동아리별 소규모로 체험학습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 속리산으로 수학여행을 오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복합문화시설, 즉 미술관 박물관이 들어선다고 해서 속리산이 수학여행 1번지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정 군수가 복합 시설을 염두에 둔 것은 단일 시설로 지을 경우 국비 확보를 40%밖에 하지 못하지만 2, 3개 시설을 복합할 경우 국비 보조 비율이 최대 50%까지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아직 예산이 확정되지 않고 보은군이 계획한 122억원이라는 돈도 예상액이어서 실제 설계에 들어가면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는 보은군이 스포츠파크 조성 사업에 당초 69억원을 계획했지만 사업 종료시에는 295억원 이상이 들어간 것만 봐도 증가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국도비를 확보해도 군비로 충당해야할 몫은 더 크게 늘어난다.  재정이 열악한 보은군으로서는 보통 부담이 아니다. 또 짓는 것이야 국비와 도비 지원을 받아 어떻게든 짓는다고 해도 시설을 관리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전액 군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열악한 재정형편의 보은군으로선 감당할 수 있는 도를 넘을 수 있다.

►정 군수 미술관에 집착

정 군수가 고집을 부리고 있는 이열모 미술관을 과연 보은군이 122억원을 들여 보은군이 지어야 하는 가에 대한 타당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열모 미술관 얘기가 나온 게 지난해 10월이다. 국내에 있는 친척집처럼 매년 미국을 수차례 방문하는 정 군수가 의회와는 협의도 없이 덜컥 작품을 인수해왔다.

작품에 대한 감정 평가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작품의 가치가 높은지 낮은지 조차 가늠할 수 없고 또 이열모 화가가 보은군 출신이라는 확실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술관장 선임문제와 대우문제 등 불공정한 협약 조건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는데도 이를 소급해 행정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정 군수의 의회 무시행위가 표면적으로 드러났는데도 보은군의회는 작품 표구비용 4천450만원과 부지 매입비 22억원을 의결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같은 문제가 지난해 5월 군정질문에서 정상혁 군수를 대상으로 한 군의회 하유정 의원에 의해 짚어졌다. 이로인해 군민 대부분이 재정자립도가 약한 보은군은 미술관을 짓는 게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직 민원비서 출신인 김승종씨는 1인 시위를 벌이며 강력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5일 열린 군정질문에서 하유정 의원은 이열모 미술관을 비롯한 복합문시설에 대한 문제를 재차 짚으며 사업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상혁 군수는 미술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3회 추경에서는 하유정 의원 등 반대하는 쪽을 "여 봐라"는 듯이 복합문화시설추진 지도비 40만원을 편성하는 등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다.

하유정 의원은 지금까지 수십 군데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다녀왔다며 정 군수에게 미술관, 박물관을 방문 한 곳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현장방문이 왜 중요하는가 하면 관광활성화 측면, 지역경제활성화 측면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며 데이터가 모아지고 우리군의 실익을 따져보고 수지타산을 따져보면 절대로 보은군에는 이런 시설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지역 유물 타지에 있는게 수치인가

미술관과 함께 정 군수가 고집하는 것이 박물관이다. 정 군수는 보은군 출신들이 남겨놓은 유물 작품 중 타관에 있는 것을 모아 고향에 전시하는 것이 주민의 자존심을 살리는 것이고 그것이 외지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이고 그것이 기본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군에 박물관이 건립되면 가져올 수 있는 유물 작품은 국립 청주 박물관에 있는 보은군 발굴 유물 1천126점, 대전 역사박물관에 있는 충암 김정 선생 서적 등 유품 400점, 충북대박물관에 있는 보은 종곡 출신 고 김만철씨가 기증한 104점,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동학 유적 76점, 이천의 월전 미술관에 이열모 화가 작품과 서적 268점, 그리고 군청사 앞에 있는 향토민속자료전시관 480점 등이다. 이들 작품을 한 군데로 모은다는 것이 정상혁 군수가 계획하고 있는 박물관의 모습이다.

이중 이미 김만철 선생이 기증한 유물이나 충암 선생 유물 등은 그동안 해당 박물관에서 예산을 투입해가며 잘 관리해오고 있다. 이들 유물을 우리 지역의 것이라고 해서 꼭 지역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주목해야 한다.

유물은 지나간 역사를 바르게 알 수 있는 거울이며 후손들이 두고두고 그 시대를 생각하고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유물 유적을 단순한 전시기능에 그치지 않고 항온, 항습 등 시스템을 갖춘 고도의 시설을 요하는 것으로 많은 관리운영비를 필요로 한다.

재정자립도가 7.8%에 불과한 보은군 형편으로선 미술관, 박물관을 짓고 관리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가난한 보은군이 이들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문화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격상되는 것은 아니다. 거액을 주고 매입한 화가의 그림을 소유한 것에 만족해하며 부자놀음을 할 여유가 보은군은 없다.

►솔향공원 내가 한 것 아니다

그렇다면 보은군에 박물관이 없을까? 대답은 '있다'이다. 미등록이지만 전국 박물관 현황에 박물관으로 분류된 보은군의회 청사 앞 향토민속자료전시관과 솔향공원내 소나무를 테마로 한 홍보전시관이 그것이다.

보은군청 정문 앞에 있는 향토민속자료전시관은 관리도 제대로 안된 채 먼지만 쌓여있고 운영비만 나가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오래다.

솔향공원의 소나무 전시관 또한 마찬가지로 활용도가 높지 않다. 특히 솔향공원은 인근 둘리공원, 도깨비공원. 그리고 스카이바이크와 복합돼 있지만 둘리공원이나 도깨비 공원을 이용하고 스카이바이크를 타는 방문객은 많지만 소나무 전시관을 찾는 인파는 거의 없다.

하유정 의원은 "이같이 박물관 성격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도가 낮고 관리비만 나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도 활용하지 못하는데 왜 미술관과 박물관을 짓느냐"며 사업변경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대해 정 군수는 정색하며 "그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재임한 후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해 해당 시설을 관리해온 입장에서 정 군수의 이같은 답변은 매우 옹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향후 정 군수 때 지은 시설물이 활용도가 낮아 위와 같은 지적을 받으면 차기 군수는 정 군수가 답한 것처럼 "그것 내가 한 게 아니다"라고 답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그런 답변을 하기 전에 있는 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군민민 행복지수부터 챙겨야

정 군수는 재정자립도가 높고 낮은 것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짓는 전제 조건이 아니고 전시할 작품 유무가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이 지역에 있는 게 그 지역의 문화척도를 재는 기준이라며 사업 변경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미술작품을 이해하고 유물 유적을 볼 수 있는 심미안도 부족하고 관심이 없는데 단순히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지역에 있다는 것만으로 그 지역을 문화수준이 높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보은군민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보다 더 관심을 갖는 문화시설은 영화관이고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니라 온전한 도서관이다.

기적의 도서관을 시작으로 지역마다 아이들이 뒹굴기도 하고 부모와 함께, 친구와 함께 놀이터처럼 이용하고 있는 군립, 시립도서관이 지역마다 일반화되고 있는 것과 달리 보은군은 교육지원청 관할의 독서실 역할을 하는 작은 도서관이 고작이다.

영화관 또한 전국적으로 군 단위에 작은 영화관을 건립해 지역민들에게 영화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정남진 장흥, 진안, 고흥, 순창, 부안, 사천, 남해, 화천, 영동에도 작은영화관이 들어서 지역주민들의 여가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많은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있다.

이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초점을 맞춘 행정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반면 보은군은 외부인들을 위한 시설을 갖추는 데는 혈안이 돼 있다.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스포츠 파크도 지역민 보다는 외지인들에게 맞춰진 시설물이랄 수 있다. 거액을 들여 짓겠다는 미술관도 외지인을 위한 것이다. 언제쯤 보은군민이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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