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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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승인 2016.09.29 12:18
  • 호수 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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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6년 9월 15일

밤에는 구름속에서 밝은 달 보았지요. 추석에 친척들 많이 왔다고 우리 영감은 오일전부터 집 청소하면서 잔소리 많이 하지요. 내가 청소할 시간이나 음식준비하기도 바쁜데 여자 하는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어요. 추석날 아침밥은 여자들이 짖고 제사상은 남자들이 차리지요. 식사 다 끝나면 설거지는 남자들이 다하지요. 여자들은 커피타서 여러 사람들에게 전해지요. 몸은 힘들어도 식구가 많으니까 좋은점이 더 많아요. 우리는 사 동서, 며느리가 둘, 조카 며느리 넷, 그래도 시골집에 와서 아침식사하니까 마음이 행복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 형제들 죽는날까지 이렇게 살자.

손순덕(70, 삼승 원남, 흙사랑 한글학교)

2016년 9월 27일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를 가물려고 하니 비가와서 못감았다. 그전 할머니들이 비오는날 머리 감으면 죽어서 비가 온다고 해서 안감았다. 흙사랑에서 점심으로 국수를 먹고 맥혀서 진땀이 나고 죽을것 같았다. 세시에 차타고 왔는데 아들이 엄마 나하고 보은좀 갔다올래요 해서 같이 배추세포기하고, 골파, 무를 사가지고 왔다.

장종남(82, 산외 동화, 흙사랑 한글학교)

2016년 9월 25일

오늘은 우리 막내딸을 데리고 밭에 가보았더니 벌써 들판에 곡식들이 누렇게 익어서 며칠안가면 가을걷이도 시작해야겠더라구요. 우리도 밭에 심은 깨를 베어놓고 왔다. 어찌 철은 그리 잘 찾아오는지 모르겠네요. 벌써 가을 되어서 어하다보면 김장철이 오겠지요. 더워더워 한지가 어제같은데 벌써 가을이 왔네요.

2016년 9월 26일

오늘은 오랜만에 저녁밥을 하는데 생선을 해먹어 볼까하고 냉장고에서 생선을 꺼내서 생선도 굽고, 호박도 볶고 해가지고 막내딸하고 저녁을 같이 먹었다. 매일 혼자 밥을 먹다가 딸하고 같이 먹으니까 밥맛이 더 좋았다. 날마다 그래살면 좋겠는데, 그것도 내맘대로 되는것이 아니지. 내가 마음이 허전한가봐요.

이옥순(74, 보은 교사, 흙사랑 한글학교)

2016년 9월 26일

오늘은 장날이다. 장구경을 갔다. 쪽파가 무척 싸서 두 단을 샀다. 집에와서 다듬어서 맛있게 담았다. 다 담고 설거지하다가 믹서기 칼에 손가락을 많이 볐다. 그래서 뒷집 이모네가서 약바르고 반창고를 부쳐주었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겁이났다.

2016년 9월 27일

오늘은 도토리 묵을 끓였다. 저녁에 친구들을 불렀다. 묵을 먹으며 옛날 얘기를 주고 받았다. 옛날에는 꿀밤을 주수러가면 다섯말씩 지고도 산에서 벌 달리듯 달렸다. 이제는 먼 옛날이 되고 말았다. 어쩌다 이렇게 세월이 가는지 야속하다. 잡을 수 있으면 잡고 싶다.

홍종예(66, 보은 교사, 흙사랑 한글학교)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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