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인근 농촌지역 옥천여자중학교
⑦ 인근 농촌지역 옥천여자중학교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6.08.25 10:46
  • 호수 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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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심의 '행복지구'를 꿈꾸는 학교

친구야 신나는 학교 가자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교육이 변화하고 있다.

단편적 지식 위주 교육에서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한가지의 정답을 찾기 위한 교육이 아닌 질문과 토론이 있는 교실로, 단순한 기능인 양성이 아닌 전인적 교육을 사회가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이 단순한 배움의 공간을 넘어 지역공동체이자 문화공동체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황폐화 되어가는 농업·농촌의 현실에서 학교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농업·농촌의 황폐화와 젊은층 인구감소는 학교의 존폐마저 위협하고 있다.

본보는 2012년 '작은학교가 희망이다'라는 기획취재보도를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학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었으며 4년이 흐른 지금 보은에서 '행복씨앗학교'가 싹을 틔우고 있다.

행복씨앗학교를 탐방함으로써 공교육의 변화를 살펴보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옥천여중학생들이 교내합창대회에서 끼와 재능을 발산하고 있다.

보은에서는 보은여중이 행복씨앗학교(준)로 새로운 교육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 옥천에는 옥천여중이 행복씨앗학교로 2년차를 맞고 있다.

옥천여중을 방문한 날은 학교가 썰렁할 정도로 고요했다. 바로 교내합창대회가 있던 날.

옥천여중 합창대회는 학교에서가 아닌 문화원에서 축제처럼 성대히 치룬다. 이날은 학생들의 날로 갈고 닦은 끼를 맘껏 발산하며 학부모를 비롯한 주민들, 교사들도 덩달아 흥에 겨워한다.

#학교변화의 힘, 교사들의 마음이 모아져야

옥천여중은 도교육청이 선정한 모범적인 행복씨앗학교이다. 그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하던 차에 교무실을 들어선 순간 실무사 외에는 단 한사람의 교사가 없어 당황했다. 모두 합창대회를 보러 간 것.

대부분의 중·고등학교를 가보면 학생들 행사가 있는 날은 교사들이 쉬는날(?)로 여겨진다. 행사장에는 관계자 교사 외에는 학생들만 북쩍일 뿐. 그러나 옥천여중은 달랐다.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학생행사에 교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진 않았죠.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교무실에 남아 있지 않아요"라며 성현진 혁신부장은 자랑하듯 말한다.

▲ 교육 3주체(학생, 교사, 학부모)가 스스로 정한 3가지 약속.

옥천여중이 이렇게 되기까자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혁신학교를 준비하면서 많은 진통도 겪었고 무엇보다 교사들의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한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전문직으로 자신만의 교육관이 확고하고 고집이 센(?) 교사들이 교육철학을 공유하고 학교비전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만만치 않다.

"밤낮으로 만나고 다녔어요.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거에요... (웃음)"

그녀의 짧은 웃음 속에 행복씨앗학교를 위한 그동안의 고충이 느껴졌다.

"행복씨앗학교가 왜 필요한지 교사들이 하나둘씩 체감하면서 속도가 빨라졌어요"

교사, 학부모, 학생에 이르기까지 즐거운 배움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한 과정을 겪은 옥천여중은 수업혁신의 깊은 단계에 돌입했다.

공개수업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방식을 토론한다.

"공개수업의 원칙은 절대 비판은 하지 말자였어요. 자존심 강한 선생님들이 비판에는 약하거든요. 그런데 2년차 되니까 좋은말 말고 개선할 점을 얘기해달라 아우성이죠"

아는 지식이 많아도 가르치는 방법에 따라 학생들의 배움정도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동료교사들에게 자신의 수업을 평가받기란 쉽지 않음에도 이제는 서로 하겠다고 할 정도로 가르침의 열정이 넘쳤다.

 

"정년이 몇 달 남지 않은 허금숙 선생님께서 10월에 공개수업을 해요"

허금숙 교사는 행복씨앗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계셨다 한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아이들이 변하고 교사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개수업결정을 내린 것이다.  평생을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지켜온 교육방법을 동료교사들로부터 평가받고 인정받고 싶은 그마음 속에 학생들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느껴지는 말이다. 한달을 근무하더라도 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수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은 행복씨앗학교가 갖는 커다란 힘이다.

#3주체가 지켜야 할 약속

옥천여중 현관 앞에는 3개의 현수막이 놓여져 있다.

바로 교육3주체의 3가지 약속이다.

학부모는 '아침밥 챙기기, 칭찬하기, 자녀앞에서 학교의 부정적 이야기 안하기', 학생은 '공손한 인사, 바른언어, 친구 배려하기', 교사는 '준비된 수업, 학생차별 금지, 긍정적으로 학생을 대하고 칭찬하기'이다.

모두 맞는 말이고 당연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각각의 3가지 약속을 정하기까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각각 많은 토론과정을 거쳤다. 때문에 다른 약속보다 내가 스스로 정한 약속이기에 실천력이 담보된다.

옥천여중은 학년별로 교육목표를 달리 하고 있다. 1학년은 '자존감', 2학년은 '배려', 3학년은 '공동체'로 교육과정을 융합적 형태로 재구성한다.

1학년은 칭찬 프로그램, 자기뽐내기, 자존감 높이는 진로교육, 발표기회 모두에게 주기 등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 집중한다.

2학년은 다문화체험, 감성관련 영상교육, 자유복 입는날(패션쇼), 심성훈련프로그램, 학급자치시간 확보 등을 통해 인성교육에 집중한다.

3학년은 세계시민의식, 공동체의식 주제의 뮤지컬, 자존감향상프로젝트, 1일반장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하는 삶에 대한 행복을 배운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동아리활동도 눈에 띄어 지역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활발하다. 교사들은 '수력(수업력)발전소' 동아리를 통해 가르침에 대한 연구를 자발적으로 하며 독서동아리 활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교사들이 달라지니까 학생들이 달라져요. 또한 학생들이 달라지니까 교사들도 달라져요"

학생이 배제되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중심이 되고, 교권이 땅에 떨어져 교사가 된 것을 후회했다는 선생님들이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다며 마치 새내기교사가 된 것 같다는 말에 변화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도약을 위한 새로운 변화 시도

보통의 중학교는 학년담임제, 부장제를 두고 있다. 옥천여중의 학년담임제는 여느 학교와 같았고 부장제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수업연구부, 학생자치부, 방과후, 교육복지, 행복씨앗부의 5개로 간편화 되어 있지만 꼭 필요한 부서만 두었다.

불필요한 조직을 과감하게 개편해 학생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다른학교에서는 보지 못했던 교과담임제를 볼 수 있었다. 각 과목마다 담당교사가 있어 과목별로 교사들간의 수업연구가 이뤄진다.

이는 교육내용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뿐만 아니라 학년별로도 연속성이 담보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교사가 바뀌면 아이들 공부하는 방식도, 문제푸는 방식도 바뀐다. 교과담임제는 연속성과 체계성, 선택과 집중을 하는 교육방법으로 질이 달라지고 있었다.

이렇듯 학교를 가볍게 하고 학생중심으로 학교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옥천여중이 '행복지구'사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행복지구란 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하는 사업으로 옥천군청과 옥천여중이 함께 교육주체가 되는 것이다.  지자체는 재정적, 인적자원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이것이 교육에 함께 하는 것이다. 혁신학교의 본고장인 경기도 지역에서는 이미 혁신지구라는 이름으로 지자체가 학교와 연계에 교육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충북에서도 최초로 옥천에서 행복지구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학교와 마을, 지자체가 배움의 가치와 다양성을 공유하며 함께 책임지는 형태로 진행될 행복지구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행복씨앗학교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좋은 교사, 좋은 학생, 좋은 학부모가 행복한 배움을 함께 만들어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교무실에 무릎 꿇고 손들고 있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웃음이 가득하죠"

사람들은 성현진 교사를 행운부장이라 부른다. 행복씨앗학교운영부장을 줄여 행운부장이라 부르지만, 실제 행복씨앗학교가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모든 이들의 얼굴이 밝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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