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청주 동화초등학교의 행복씨앗학교의 모습은
⑥ 청주 동화초등학교의 행복씨앗학교의 모습은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6.08.18 00:25
  • 호수 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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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학교, 함께 소통하고 결정하는 힘으로 만든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교육이 변화하고 있다.

단편적 지식 위주 교육에서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한가지의 정답을 찾기 위한 교육이 아닌 질문과 토론이 있는 교실로, 단순한 기능인 양성이 아닌 전인적 교육을 사회가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이 단순한 배움의 공간을 넘어 지역공동체이자 문화공동체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황폐화 되어가는 농업·농촌의 현실에서 학교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농업·농촌의 황폐화와 젊은층 인구감소는 학교의 존폐마저 위협하고 있다.

본보는 2012년 '작은학교가 희망이다'라는 기획취재보도를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학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었으며 4년이 흐른 지금 보은에서 '행복씨앗학교'가 싹을 틔우고 있다.

행복씨앗학교를 탐방함으로써 공교육의 변화를 살펴보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호까지 보은군 4개의 초·중·고등학교의 행복씨앗학교를 탐방하고 이번호부터는 타시군의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청주 동화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른 아침의 동화초의 운동장은 활기가 넘쳤다. 교문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일일이 쓰다듬고 보듬어 주며 해맑은 얼굴로 맞이하는 최영순 교장. 아이들은 이미 익숙한 듯 교장선생님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아침인사를 주고 받는다.

부지런한 아이들은 이미 운동장을 꽤 차고 놀이에 여념없다.

동화초는 청주시에 소재돼 있지만 전교생 85명의 6학급으로 보은의 작은학교보다 학생수가 약간 웃돌았다.  위치 또한 옛 청원군 남일면에 있어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여 있고 학교뒷산은 상큼함을 더했다.

 

# 동화초만의 벽화

동화초의 행복씨앗학교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혁신학교(행복씨앗학교) 공약을 내세웠던 김병우 교육감이 2014년 당선되기 훨씬 오래전부터 동화초는 자체적으로 혁신학교를 진행해왔다. 폐교위기에 있던 학교가 혁신학교를 준비하면서 조금씩 활기를 띄고 최근 제도적 뒷받침에 따라 전성기(?)를 맞고 있다.

혁신부장인 한서경 교사를 만나기 위해 본관 뒤편에 주차를 하는 도중, 허름한 건물에 커다랗게 펼쳐져 있는 '동화책'이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이란다.

동화초 건물은 작아 교실로 사용하기에도 벅차보였다.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공간이 없자 컨테이너 박스를 본건물 뒷편에 설치했다.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 컨테이너 박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페인트가 벗겨지고 흉해지자 아이들은 다모임 시간을 통해 도서관을 새롭게 단장하자는 의견이 일기 시작했다.

벽화로 그리자는 의견이 모아지자 어떤 내용으로 그릴 건지 다시 논의한다. 동화책 그림으로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학교측에서는 아이들 의견대로 벽화를 그릴 수 있도록 일정이나 예산등의 지원만 해준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직접 그린 벽화로 도서관은 한권의 동화책처럼 탄생된다. 아이들이 만든 도서관은 활기를 띄고 도서관 이용률도 높아진다.

한서경 교사는 "요즘 어느 학교에서나 벽화그리기는 다 하죠. 그러나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한 것과 교사 일방적 결정은 결과물은 같을지 몰라도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과 느끼는 감동은 커다란 차이가 있죠. 벽화 하나만 보더라도 행복씨앗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이에요"라고 설명한다.

 

# 생태체험학습 프로젝트

동화초 학교 안과 주변에는 논과 밭, 동물농장까지 있어 커다란 생태체험학습장을 보는 듯 하다. 텃밭에는 옥수수, 들깨, 상추, 보리, 밀, 감자 등 온갖 곡식과 채소로 넘쳐난다.  논에는 친환경 우렁이쌀 체험농장이 운영되고, 학교 뒤에는 토닥이 농장(아이들이 이름지음)이 있어 토끼, 닭, 공작, 염소, 비둘기 등의 동물들이 어우러져 산다. 방문객 참새도 토닥이를 드나들며 먹이를 함께 나눈다.

동화초 생태체험학습장은 별도의 사업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학년별 사회, 과학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살아있는 교육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는 학년별, 계절별로 다양한 채소와 곡식, 동물농장으로 아이들의 손에 의해서 다시 태어난다.

4계절을 느끼고 절기에 맞춘 행사는 아이들의 전통음식과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있다. 화전, 수릿날, 밀수확 등에서 아이들은 놀거리와 먹을거리, 전통문화까지 배우게 된다.

밀수확할 때는 '밀떼기'를 체험으로 불에 구워먹는 밀알로 땀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한다. 이렇듯 생태체험은 아이들이 지역에 대한 애향심을 불러일으키고 이후 커서 고향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최영순 교장은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삽니다. 지금 농촌 어느학교나 학생 한명한명이 소중한데 이들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 또한 학교와 지역의 관건 아니겠습니까. 20~30년 후의 지역과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 대해 교육방법이 바뀌어야 합니다"고 강조한다.

# 집중 방과후수업

시골학교인 동화초는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가 많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집중 방과후수업을 진행한다.

집중방과후는 문화예술 분야 중 기능이나 집중을 필요로 하는 마술, 연극, 바느질과 같은 수업을 진행한다.

학기중에 진행하는 방과후는 소프트한 부분을, 시간이 여유로운 방학에는 집중수업을 진행함으로써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동화초에 맞는 방과후로 진행된다.

한서경 교사는 "보은과 같은 작은 농촌군에 교육경비가 중단돼 어려움이 있겠지만 어려운 시골일수록 교육예산이 많이 확보돼야 한다. 또한 연합방과후도 기획해볼 수 있다. 교육청과 학교가 긴밀하게 연계되면 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작은학교일수록 학겨별 연대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작다고 학교를 폐교하는 게 아니라 발표회나 체험학습, 학교별로 각각 주제를 정해 공동학습과 같은 형태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또래문화는 중요합니다. 소수의 또래를 넘어 다양한 지역, 더 많은 또래문화를 다양하게 접하는 것은 사회성과도 연결돼죠"

얼마전 동화초는 연합수련회를 다녀왔다. 수련회는 객관적 환경도 열악하고 놀이프로그램도 흥미롭지 못해 아이들의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동화초 아이들은 지루한 놀이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에도 잘 견디며 유연성있게 연합수련회를 보냈다며 동화초의 저력을 한서경 교사는 자랑한다.

 

# 행복씨앗학교의 힘

"작은학교가 행복지수가 높을 것 같죠?"라며 한서경 교사는 질문한다.

교육철학과 체계적인 교육계획 없이 지원되는 예산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받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은 이후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비싼 놀이공원도 공짜로 다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것에는 감흥이 떨어지죠. 또한 내가 사는 곳이 못사는 곳이기 때문에 공짜구나 하는 생각은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떨어뜨리기도 하죠"라며 안타까워 했다.

작은학교에 보다 많은 예산이 지원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예산을 쓰는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예산지원에 익숙해지기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학교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작은학교들은 각종 예산지원으로 문화예술사업을 진행합니다. 빨리 달궈진 것은 빨리 식듯, 교육효과가 높다고 볼 수 없죠"

또한 동화초는 학부모 문화도 점점 바뀌었다 한다.

"자모회가 이제는 교육과정을 논의에도 함께 하죠. 누구누구 특정엄마가 아닌 모든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부모다모임으로 바뀌었습니다. 행사 때 무엇을 사주며 속칭 생색내기가 아닌 진짜 교육의 주체로 학부모들이 참여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다모임이 매년 3월에는 교육과정을 학부모가 함께 합의하고 결정하게 됨으로써 학부모회의 역할이 높아지고 있다.

"행복씨앗학교의 가장 큰 힘은 소통하고 함께 결정하는 거에요. 교사들이 마음을 모으고 학부모들이 마음을 모아요. 어른들의 변화된 모습에서 아이들은 말이 아닌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빠른 속도로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동화초는 민주적 학교운영을 넘어 교육과정 재구성, 창의적 수업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행복한 배움, 깊이 있는 배움이 진행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아이들이 낯선 사람의 방문에 이것저것 관심을 가지고 질문한다. 호기심 어린 눈빛은 동화책 속의 어린왕자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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