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하고 무질서한 보은읍 중심지
삭막하고 무질서한 보은읍 중심지
  • 편집부
  • 승인 2016.08.18 00:03
  • 호수 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됩니다. 연세가 높으신 어른들께서도 "내 생애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라고 하시며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 냅니다. 이런 폭염이 앞으로 1주일은 더 지속될 것이라는 날씨예보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 반 탄식 반의 지친 반응을 보입니다.

예전 같으면 지금 같은 불볕더위에서는 보청천이 물놀이 하는 아이들로 만원을 이루었을 것인데 단 한 명의 아이도 보이지 않습니다. 참으로 괴이한 현상입니다. 보은군의 인구가 줄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농촌의 아이들도 모두 부모와 함께 워터파크나 바닷가로 바캉스를 떠났기 때문일까요.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보청천 수질이 오염되어 그럴까요? 원인을 콕 집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은군의 인구가 12만 명에 육박했을 때 수질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법규나 시설은 전무했었습니다. 그 때와 비교한다면 인구가 거의 1/4 수준으로 격감하고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는 지금은 보청천의 수질이 늘 1급수를 유지하여야 정상입니다. 육안으로 볼 때도 보청천의 물은 아이들의 물놀이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맑게 흐릅니다. 인구가 줄어 한적하고 수질도 잘 관리되어 깨끗한데도 불구하고 이 더위에 물놀이 하는 아이들이 없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우리 보은군민들에게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보은읍의 중심지 삼산리 일대는 삭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우회도로 네거리에서 남다리까지, 또 동다리에서 보은읍사무소를 지나 장신리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가로수가 한 그루도 없습니다. 보은군의 최고 중심지라서 땅값도 제일 비싼 곳입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인 보은군 처지에서는 개인 소유의 땅을 구입하여 공원녹지를 확보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입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보은읍 중심지에 공원녹지를 확보하는 것이 정말로 불가능한 꿈이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았다고 확신합니다.

보은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보은에서 살고 있는 필자의 기억으로는 삼산리 일대에 공용 부지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모두 상가가 자리 잡고 있지만 싸전이라고 부르던 미곡시장 자리, 또 채소전 자리가 있었고 현재의 읍사무소 자리는 본래 군청이 있었습니다. 군청이 이평리로 이전하는 바람에 읍사무소가 이전을 하였으니 본래의 읍사무소 자리도 비어 있었습니다. 만약에 이 세 곳의 공용부지에 소공원을 조성했다면 보은읍 중심지가 오늘날처럼 삭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보은군에 등록된 자동차가 1만대를 넘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한 자동차의 증가는 전국을 주차난에 시달리게 합니다. 보은군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불법주차를 막기 위하여 간선도로의 인도를 높이는 고육책을 썼지만 여전히 불법주차는 일상화되고 거리는 무질서합니다. 더군다나 유료 주차장 영업을 하던 곳에 건축공사를 하면서 읍내 중심지에서는 주차할 공간이 대폭 줄어들어 주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보은군처럼 가난한 지역을 특별히 지원하는 제도 중에 '소도읍 가꾸기사업'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소도읍 지역에 특별 예산을 지원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을 실행하는 것이 그 제도의 목적이었습니다. 보은군에서는 그 예산으로 현재의 길상리에 있는 '펀파크'를 조성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 예산으로 얼마 전 까지 유료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부지를 구입하여 지하에는 공용 주차장을,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하였다면 주민들의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에'라는 말은 참으로 무기력하고 무책임하고 무지한 사람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보은군이 공용 부지를 매각할 때는 다 그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지금의 '펀파크'를 조성하는 과정도 합리적인 절차를 밟았을 것입니다. 그 때 그 일에 관련된 분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통찰력이 공직자에게는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할 뿐입니다. 날씨가 더무 뜨거운 탓에 '만약에'라는 무책임한 말을 두 번이나 이 글에 사용했습니다. 독자들께서도 "글 쓴 사람이 아마도 더위를 먹었나보다."라고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울러 독자들께서도 더위 먹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최 규 인

보은장신 / 보은향토문화연구회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