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농업은 근간산업이며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근본이다라고 흔히 말한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수입개방의 어려운 현실... 농민 여러분의 노고... 잘사는 농촌... 저를 찍어주시면...'
그러나 수많은 정치인이, 대통령이 약속한 농업회생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보은군은 농업군으로 이러한 현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군에는 1944년 보은공립농업학교로 시작해 7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보은자영고등학교가 농업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농업인후계인을 양성하고 있다.
자영고는 2015년 충북도교육청이 지정한 '행복씨앗학교' 준비학교로 올해 2년째 맞이하고 있다.
또한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창조선도농업학교'로 선정해 내년 2017년부터는 '한국생명산업고등학교'로 개명되면서 첨단농업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고등학교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내북초, 삼산초, 보은여중에 이어 보은군의 네번째 행복씨앗학교인 자영고를 만나봤다.
# 전국 농업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땅을 지키고 있는 자영고
농업이 외면당하는 만큼 전국의 농업특성화고 또한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 기능이 약화됐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모든 농업고가 운영하던 논이나 밭이 사라져 갔다. 그러나 보은자영고만은 땅을 지켰다.
학교 옆 논에서는 친환경 우렁이쌀이 생산되고 밭에서는 고구마, 포도, 시금치, 버섯, 대추 등 각종 과일과 채소가 친환경농업으로 자라나고 있다.
수년을 연구하고 가꿔온 논과 밭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치지 않고도 병충해를 견디며 훌륭한 먹거리로 탄생되고 있다.
친환경농업기술 또한 수준급으로 발전해 3년 전까지는 보은농업인들을 위한 농업강좌도 개최했다.
지금은 보은군청의 교육경비가 중단돼 아쉽게도 사업을 지속하진 못하고 있으나 언제든 기회가 되면 지역사회에 노하우를 공유할 생각이다.
농업실습장을 갖춘 자영고에는 전국의 많은 학교들에서 체험학습을 다녀간다.
농업고 뿐만 아니라 일반 중학교, 초등학교도 체험학습이 이뤄진다.
자영고 이영실 교사 "실습농장을 운영하는 게 쉽지만은 않죠. 그러나 학교 자체가 농업현장입니다. 땀흘려서 일하고 보다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한 연구와 노력은 수확해서 먹어봤을 때의 기쁨으로 나타나죠. 그 자체가 힐링입니다"라며 자부심 넘치게 말한다.
농부가 누릴 수 있는 보람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끼고 있으며 학생들 정서순화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생명산업의 기본을 지키는 학교라는 자부심 속에서 자영고의 미래를 엿보는 듯 하다.
# 끼 많은 학생들
자영고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동아리 활동이다.
'꿈이 있는 교실 만들기'라는 주제로 매주 목요일마다 바리스타, 몸짱 클리닉, 지게차 운전반, 댄스반 등 8개의 동아리 활동에 학생들이 자발적 참여로 운영된다.
이외에도 '업사이클링 포트'라는 동아리는 재활용품을 이용해 예쁜 화분이나 분재를 만든다.
작품 하나하나의 개성과 창의력이 넘치며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나눔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또한 학교기업 창업동아리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독초를 우려내거나 미생물을 배양해 천연농약을 만들기도 하고 자연농업자재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이는 학교 특성을 잘 살린 동아리로 학교의 자랑거리이다.
2015년부터 행복씨앗학교 준비학교를 2년째 거치면서 자영고의 커다란 변화중에 하나는 학생자치법정이다. 보통 학교에서 흔히들 하는 자치법정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호들갑(?)일까 하는 의문도 들겠지만 자영고의 특성상 자치법정은 커다란 변화이다.
도교육청 행복씨앗학교 담당 이덕우 장학사는 "혁신학교는 학생중심의 교육으로 거듭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오늘날의 자영고에서 수준높은 자치법정을 열수 있는 힘이 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다.
어떠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피력하고 전문적 법률용어까지 사용하면서 수준높은 학생자치법정을 만들어가는 자영고의 변화된 모습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놀라운 변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학생들과 교사들의 표정이 달라졌어요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부임한 박선수 교장은 교직원들의 교육철학과 학생생활지도, 수업혁신에 중점을 두고 학교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움의 의지가 약하거나 여러 이유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교사들은 땀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6월, '담배없는 학교를 위한 사제동행 자전거 여행'을 개최해 160km에 달하는 힘든 여정을 진행한 바 있다.
자전거 여행은 사제간의 간극을 좁히고 학생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도록 했다.
생활지도를 영혼없는(?) 몇마디의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든 과정을 교사들이 함께 함으로써 학생들에게는 진심어린 지도가 돼 생활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
교사들과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생동감 넘치는 학교로 변화되고 있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학생들의 위한 실내미니정원을 직접 꾸미는가 하면 격주로 교사들이 모여 전문적 공동체학습을 통해 수업혁신, 생활지도, 교육철학에 대해 연구한다.
뿐만 아니라 자영고에는 오랜시간을 근무한 교사들이 많다. 5년마다 전출을 가야하는 교사들은 다른 학교에 잠깐 갔다가 다시 보은을 희망해 특별한 애정으로 자영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때문에 교사들간의 화합이 잘돼 어떤 어려운 일도 즐겁게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이는 아이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비약적 도약을 꿈꾸는 자영고
자영고는 이제 비상하기 위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다.
학교생활 자체를 어려워 하는 아이들을 위한 생활지도차원을 넘어 일등부터 꼴찌 모두를 위한 새로운 학교로 변화를 시도한다.
이를 위해 포도연구소, 대추연구소, 임흥과수연구소, 와인연구소, 유기농으로 유명한 흙살림 등과 연계해 다양한 체험학습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교내 실습장을 증축하고 연구와 실습수업을 강화해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의 교육은 전국FFK 전진대회(농업기능대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선진화된 유럽농업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도 얻고 있다.
또한 2017년부터 '한국생명산업고등학교'로 교명이 바뀌는 자영고는 신입생 입학전형부터 달라졌다.
신입생 100명 중 전국단위로 60명, 도단위로 40명을 모집한다.
또한 일반인에게도 특별전형으로 입학할 기회가 주어져 명실상부 농업전문학교로 거듭나고자 한다.
입학기준 또한 성실성과 영농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면서 과거의 취업을 위한 학교가 아닌 100% CEO농업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한다.
박선수 교장은 "쓸데없는 회의를 줄이고 교사들의 업무를 경감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장 중심의 의사결정이 아닌 전교직원이 함께 결정하는 의사결정과정은 학교변화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죠. 이제 자영고는 농업을 지키고 한국산업의 근간산업을 지키는 기본에 충실한 학교로 거듭날 계획입니다"라고 말한다.
창조적이고 따뜻한 품성을 지닌 원예전문경영인 양성을 위한 자영고의 발걸음은 어느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