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의 샛별 보은 삼산 황동민씨
안무가의 샛별 보은 삼산 황동민씨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6.07.28 10:54
  • 호수 3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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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데 즐겁기까지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요?"
청소년들 진로강사로 활약하며 춤의 세계 홍보, 직업으로의 긍지 역설
 ▲ 서울 홍대 거리에서 댄스를 선보이는 황동민씨의 모습(위로부터 다섯번째까지) 그리고 에이젯 크루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다.

88만원세대' '이태백' '삼포세대'에서 '오포세대' 다시 7포세대로, '청년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 '인구론'(인문대 졸업생 90%는 논다)에 이어 헬조선에 이르기까지 청년과 관련한 신조어다. 청년 문제는 이제 세대담론이 아닌 시대담론이 되었다. 우리 사회가 청년의 현실과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다가올 미래 우리 삶의 바로미터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필수불가결한 '투자'의 대상인 청년들. 지극히 평범한, 유별난, 의욕이 넘치는 청년을 만나 그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전해본다.(편집자 주)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춤, 댄서, 안무가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청년 황동민씨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춤이라고 하면 바른생활 사나이 같던 40대 중산층 남자가 댄스교습소에 나가면서부터 달라지는 일상을 잔잔히 스케치해나간 '쉘위댄스(Shall We Dance)', 자유를 찾기 위해 망명한 소련 무용가 니콜라이의 멋진 춤과 하얀 밤이 인상적이었던 '백야' 같은 영화가 떠오른다.

마흔 넘어 노래를 시작했다는 장사익 씨가 모시 두루마기를 입고 흥겨운 노랫가락에 맞춰 들썩이던 어깨춤이 떠오른다.

SBS '스타킹'에서 BWB(Blue Whale Brothers)가 선보인 팝핀댄스와 '불후의 명곡' 우리 가락 편에서 박애리와 팝핀 현준부부가 보여준 아리랑 공연은 가슴을 뭉클하게 까지 했다.

어디 이뿐인가 젊은이들이 광적으로 환호하는 방송연예인들의 댄스, 비보이의 브레이크 댄스 외에도 과거 밀실에서 몰래 추다 사고(?)가 나기도 했던 탱고, 자이브, 차차차 등은 이제 스포츠의 한 장르로 자리를 잡으며 어린아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열광하는 춤이 됐다.

춤 소리만 나와도 뒤로 숨기 바쁜 몸치들에겐 가장 부러운 대상, 세상에 나와있는 춤을 거의 섭렵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젊음의 거리인 홍대를 주름잡는 댄서 중에 보은사람이 있다.

#춤,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시작

바로 보은읍 삼산리가 집인 황동민(23)씨. 댄스 세계에서 '갓동민'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동민씨는 앞으로 가정도 꾸려야 하는데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노파심의 돌직구에 "직업이예요. 춤추는 것으로도 내가 즐겁고 또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또 적지만 돈도 벌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어디 있겠어요?"라고 당당히 말한다.

꿈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다가가 당당하게 직업으로서의 댄서를 설명하며 재미있게 춤을 추는 황동민씨.

몸치, 박치, 음치까지 삼박자를 갖춘 기자도 춤을 설명하는 내내 잘 생긴 얼굴에 건치를 드러내 보이며 환하게 웃었던 춤꾼, 댄서 황동민 아니 갓동민의 춤 세계에 입문해본다.

2008년 보은중학교 2학년인 황동민 학생은 비보이 회원을 모집하는 에이 젯 크루(AZ Crew)댄스 클럽에 가입했다. 춤에 관심이 있었긴 하지만 춤보다는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응모한 것이다. 그렇게 인연이 됐는데 벌써 9년차를 맞는다.

당시는 브레이크댄스로 대별되는 비보이들의 활약이 대단했을 때다. 하지만 시골인 보은에서는 일반화되지 않았고 쉽게 볼 수 있는 공연도 없었다. 브레이크 댄스팀으로 활약했던 에이 젯 크루도 문화원 로비의 큰 거울을 춤 선생으로 해서 연습을 하고 문화원 출입문이 닫혀있으면 밖에서 춤 연습을 했다. 지도하는 선생이 없었기 때문에 큰 거울은 자세교정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춤을 좋아하는 청소년 댄스동아리인 에이 젯 크루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춤추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보은청소년문화의집의 댄스동아리로도 활동하며 춤실력은 나날이 성장했다. 회원들 스스로 안무를 짜고 영상을 보고 춤 연습을 하는 등 독학을 한 것이지만 에이 젯 크루 댄스실력은 요양병원 뿐만 아니라 청소년축제, 동학제 등 지역행사에 참여해 무대에 설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또 속리산도깨비축제 등 여러 대회에 출전해 1등을 하기도 했고 2010년에는 부산벡스코에서 열린 제 6회 대한민국 청소년박람회에도 출전해 전국의 춤꾼들과 실력을 겨루기도 했다. 춤을 독학해온 황동민 학생은 에이 젯 크루에서 활동하면서도 지역의 댄스 스포츠 학원을 다니며 춤을 배우고 어머니들과 스포츠댄스 경연대회에도 출전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춤 세계를 접했다.

# 춤, 잘하는 것이고 행복했다

정말 춤만 추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춤에 빠져있던 학생 황동민은 고등학교 3학년때 춤이 과연 미래를 보장해줄까 하는 고민에 빠졌고 여느 학생들처럼 춤을 접고 영어 등 대학입시공부를 했다. 또 수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춤추는 것만큼 행복하지는 않았다.

성장통을 겪는 아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본 어머니(스타미용실 원장)는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권했다. 어머니의 지원은 천군만마가 되어 황동민 학생은 백제예술대학 실용댄스학과를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발레, 탭댄스,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폭넓게 배우며 댄서로서의 자질을 크게 함양시켰다.

그러나 대학만 졸업하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앞은 불투명하고 진로를 찾지 못했다. 미용사 자격증도 따는 등 여러 살길을 모색하면서 좋아하는 춤은 중단하지 않았다.

앞이 막막하던 황동민씨에게 댄서, 안무가로서 진로를 개척할 수 있게 한 것은 2013, 4년경에 개최된 충북대 축제다. 당시 충북대 축제구경을 갔다가 댄스공연을 한 닉네임 '춤추는 곰돌', 지금 황동민씨의 롤 모델의 공연을 본 것. 당시 의기양양하게 "나(황동민)도 한 번 추고 싶다"고 손을 들었고 '춤추는 꿈돌'은 춤을 추는 황동민을 눈여겨보고 자신의 댄스클럽 소속으로 홍대 거리공연 및 안무가로 활동하게 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황동민씨에게 홍대거리는 그야말로 환상의 공연장이었다. 물만난 고기가 되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황동민씨에게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로 마니아층도 늘었다. 불과 2, 3년 사이에 황동민씨는 스타성까지 갖춘, 이제는 홍대거리에서 낯설지 않은 안무가가 되어 있다.

# 춤 안무가 활동만으로 성장

"춤을 추는 동안 나도 즐겁지만 내가 추는 춤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한 황동민씨의 1주일은 참 바쁘게 돌아간다.

월요일은 쉬고 화요일은 개인 레슨을 하고 수·목요일엔 보은청소년문화의집에서 방과후 특강을 하고 금요일은 '춤추는 꿈돌'의 안무팀이 모여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밤새 연습을 한 후 토·일요일엔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홍대에서 공연을 한다.

홍대에서의 거리공연은 실시간으로 촬영돼 아프리카TV에서 유투브를 통해 방송하는데 조회수가 1만건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거리에서 만나는 춤꾼 황동민이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여지면서 안무가로서의 이름이 더욱 많이 알려졌다.

그래서 2015년 9월부터는 서울에서 춤추는 꿈돌의 연습실을 이용, '갓동민 댄스교실'까지 열었다. 이곳에서 대학진학 및 춤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방송댄스, 브레이크댄스, 팝핀, 창작안무 등 댄스를 가르치는데, 수강생들이 늘고 있다.

아직은 기대하는 것 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라는 속담처럼 하나하나 일궈나가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한 황동민는 "향후 댄스 전문 학원을 설립해 수강생들에게 춤을 지도하면서 프리랜서로 무대에도 서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저는 참 운좋고 행복한 것 같아요. 청소년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모르겠다고 하면 우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지 찾아보라고 말합니다." 23살 청년의 진로특강이 우수하다.

폭발하는 에너지와 질주하는 패기, 강하고 테크닉, 속도감 넘치는 춤으로 인생을 설계하는 아름다운 청년 황동민씨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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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2016-07-28 12:56:31
우리지역의 춤꾼으로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