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행복씨앗학교(준) 보은여자중학교
④ 행복씨앗학교(준) 보은여자중학교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6.07.28 10:47
  • 호수 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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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올라가는 덩굴식물처럼 아이들의 꿈이 자라고 있다
▲ 학생들이 김동순 수학교사의 거꾸로교실 형식의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말괄량이처럼 장난끼 많던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교복을 입는 순간, 멋내기에도 부쩍 관심이 많아지고 꿈도 많아지는 여학생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나고 떨어지는 낙옆만 봐도 눈물이 흐른다는 감수성이 풍부한 여중생들에게 행복씨앗학교는 어떻게 다가가고 있을까하는 기대감에 보은여자중학교를 방문했다. 운동장을 따라 길게 늘어선 작은동산에 수많은 이름모를 야생화가 낯선 방문객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학교숲 가꾸기

예전의 보은여중 넓디넓은 운동장에는 꽃한그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황량했다. 작년부터 행복씨앗학교 준비학교를 하고 있는 보은여중은 매일아침 아이들이 걸어다니는 운동장에 작은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150종의 나무와 야생화는 계절따라 꽃과 잎의 색깔이 바뀌며 탐스럽게 익은 불루베리는 지나는 '여고생들의 공격'으로 수난을 겪기도 한다.

또한 교실 창문 밖으로는 땅에서부터 옥상까지 이어진 줄을 따라 조롱박, 수세미, 까치콩 등의 덩굴식물들이 보랏빛, 노란빛의 아름다운 꽃들과 열매들이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어가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다양한 빛깔을 가진 아이들이 꿈을 향해 날개짓을 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멋내기 좋아하고 자아에 대한 고민이 많은 아이들에게 야생화나 덩굴식물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오감을 통해 우리 뇌를 자극하고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치유의 힘을 주고 있다.

▲ 보은여중 교사들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있다.

꿈과 끼로 가득한 아이들에게 힐링을 주고 싶었던 우종국 교감선생님과 구금회 선생님, 이선기 기사님은 땀을 아끼지 않았다. 그 땀은 블루베리를 만들고 모든 여중생 입을 즐겁게 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연수)

행복씨앗학교 교사들은 매주 전문적 학습공동체 연수를 진행한다. 이시간을 통해 교육철학, 독서, 강연, 교육방법, 학생생활지도 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교사들은 머리를 모으고 마음을 모은다.

한 강의를 소개하면, '자신이 어떤 교사로 기억되길 원하는가'라는 글을 종이비행기에 적어 날린 뒤 교사들과 공유하는 강연이다. 함께 했던 우종국 교감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아이들과 평생을 보낸 분이다. 동료교사들 앞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짧은 영상으로 머릿속을 스치며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함께 했던 교사들도 같은 마음이었기에 모두 훌쩍 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랜시간을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았어도 동료들과 자신의 교육관을 인생관을 허심하게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 그들은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했으리라.

그날의 연수이후 교사들의 마음이 모이기 시작한다. 연수를 통한 교육철학의 공유, 교육방법, 독서, 문화 등의 다양한 내용을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친목과 화합, 행복감이 그들에게 스며든다. 이러한 행복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돼 수업의 활기와 학교의 변화로 다가간다.

▲ 협동수업을 통해 여중생들이 보은역사문화에 대한 책을 그들만의 색까로 만들었다.

 

#교실의 변화(거꾸로수업, 협동수업)

교사들의 수업변화에 대한 노력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협동학습부터 거꾸로수업, 토론수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교사들은 연구하고 검증한다. 예전에는 혼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행복씨앗학교는 공유함으로써 내용을 풍부히 한다. 그 중 거꾸로 교실을 소개하고자 한다.

쉽게 설명하면 일등부터 꼴등까지 모든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수업방식이다. 교사는 수업전에 네트워크를 통해 동영상이나 사진자료 등 수업자료를 올린다. 아이들은 미리 다운받아 조별로 준비해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조별 수업은 잘하는 아이가 학습이 어려운 아이에게 도움을 준다.  그러나 도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재능을 나누는 문화를 어려서부터 경험하며 가르침으로써 자신의 지식이 확고히 다지고, 또한 리더십이 길러진다.

김동순 수학교사는 "처음 시작할 때는 고민이 많았죠. 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안착됐고 성과를 보고 있습니다. 현재 수학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학교는 일등부터 꼴등까지 모두를 위한 공간이어야 하고 교실은 더욱 그래야죠"라고 말한다.

중학교 수학시간은 앞에 있는 몇 명만 듣는 수업으로 통상 알고 있는데 김동순 교사의 수업은 실로 높게 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사회와 한문도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역사과목의 협동수업도 눈여겨 볼만 하다.

구금회 교사는 방학과제로 '보은지역사회의 역사문화'를 주제로 책만들기, 신문만들기 등의 과제를 준다. 어떤 아이들은 문화재를 어떤 아이들은 오래된 가게를, 시장을 이렇게 탐방된 내용들은 책이나 신문으로 결과물이 도출된다. 아이들만의 시선으로 새롭게 조명된 역사물이나 지역의 가게, 풍물들에 대한 소개는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보은지역문화를 탐방하면서 고향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되고 이는 나의 자존감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과제물 제출과정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 간의 존중과 배려가 없이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없죠"라고 설명한다.

#학교생활문화와 아이들만의 마당

보은여중은 '그린마일리지' 제도를 없앴다. 쉽게 말하면 용모, 언어, 행동 등 수십가지의 항목에 점수를 매겨 상점을 주기도 하고 벌점을 주기도 하는 제도이다. 생활지도에서 강제성과 자발성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며, 또한 자발성은 순간 얻어지는 결과물이 아니기에 현재로서는 누가 효과적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교사들의 지도방식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간단히 벌점주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교사의 진정어린 조언이나 제안이 필요하다. 강요는 당장 눈앞에서만 해결될 뿐 학교 밖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교사들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이런 어려움들을 논의한다. 2학기에는 '공감교실'을 열어 생활문화에 대한 연구를 깊게 할 계획이란다.

보은여중에는 아이들 특색에 맞는 다양한 동아리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전국최고의 동아리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라온제나, 인형을 만들어 수익금으로 이웃과 함께 하는 인형동아리, 뜨개질로 나비를 만들어 위안부할머니와 함께 하고자 하는 뜨개질동아리, 또래상담부 , 뉴페이스 등 많은 자치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동아리 역사가 쌓이면서 오디션을 보고 신입생을 뽑는가 하면 학교축제 때나 지역행사 때에도 다양한 나눔활동을 펼치고 있다.

관심있는 분야를 자신들이 계획하고 실천함으로써 때로는 진로와 연결되기도 하고 특기가 길러지기도 한다. 또래문화가 갖는 힘은 무궁하다. 이외에도 뮤지컬, 연극, 통기타, 플릇 등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축적케 한다.

보은여중은 행복씨앗학교 준비학교이다. 이제 교사들의 마음을 모으고 아이들 문화에 대한 새로운 변화, 수업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중이다.

학교변화를 묵묵히 뒷받침 해주는 우종국 교감은 "학생중심의 배움과정으로 학교가 바뀌어야 합니다. 행복한 배움은 현재와 미래의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듭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학교 곳곳을 손봐야 할 것과 온갖 굳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혁신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구금회 교사는 "혁신학교는 따뜻한 품성, 즐거운 배움, 신나는 학교로 압축해 설명할 수 있죠. 21C 아이들을 20C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사회를 책임질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시스템이 변화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긴시간의 인터뷰로 피로가 쌓일 법도 한데 창문 너머 바람결에 흔들리는 강낭콩은 작은 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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