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소리없는 교육변화를 꿈꾼다. 삼산초등학교
③ 소리없는 교육변화를 꿈꾼다. 삼산초등학교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6.07.20 23:24
  • 호수 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갈 생각에 눈이 저절로 떠져요
▲ 운동장조회 대신 동그랗게 모여 앉아 진행되는 다모임. 아이들은 다모임을 통해 존중과 배려의 문화와 더불어 서로의 생각을 소통하며 스스로 공동의 문제를 결정하고 해결해 나가며 능동적 삶의 자세를 배워나가고 있다.

요즘 대부분의 학교에서 운동장 활용은 운동회, 체육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운동장이 아이들 노는 소리로 '꽉' 차고 생동감 넘치는 학교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삼산초등학교.

뜨거운 여름이라 덜하지만 봄, 가을 삼산초의 운동장은 아이들 공차는 소리, 단체줄넘기 소리, 웃음소리가 넘쳐나 보은 전체가 술렁이듯 활기 찬 모습을 띈다.

변화된 학교 탓인지 예전에는 학교가기 싫다며 아침에 깨워야만 겨우 눈을 뜨던 아이가, 이제는 학교가야 한다며 스스로 일어난단다. 삼산초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나보다.

행복씨앗학교 삼산초등학교의 문을 열어보자.

#학교문화의 변화 '다모임'

2015년 삼산초등학교는 행복씨앗학교 준비교로 시작됐다.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학부모와 교직원,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합된 박인자 교장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학교비전과 목표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박인자 교장이 부임하고 학부모들 사이에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땡볕 아래 운동장조회'가 없어진 것. 운동장조회대신 삼산관(체육관)에 전체 아이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어린이회 임원 주도 아래 진행되는 '다모임'으로 변화됐다. 아이들은 이시간을 통해 학교에 대한 건의사항도 토론하고 자신들이 지켜야할 약속을 정하는가 하면 장기자랑시간이나 연극발표, 영화관람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이 또한 아이들이 결정한다.

다모임은 존중과 배려의 문화와 더불어 서로의 생각을 소통하며 스스로 공동의 문제를 결정하고 해결해나가고 있다. 학교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학교의 주인의식을 느끼며 능동적 삶의 자세를 직접 배워나가는 것이다.

올해 어린이회장 선출 때의 일화다. 회장후보로 출마한 한 아아의 공약이 '비오는 날 우산이 없어 비맞는 일이 없도록 학교에서 전체 어린이 우산을 비치하도록 하겠다'였고, 그 아이가 당선됐다. 학교측에서는 '이것이 아이들의 뜻'이라 여겨 우산 120개를 갖춰 갑작스러운 비로 곤란한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 단적인 모습이다.

#5-꼭 실천운동(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3주체가 결정)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의견 반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색있는 모습을 하나더 소개하자면 '5-꼭 실천운동'을 들 수 있다.

'컴퓨터게임 줄이기, 복도에서 뛰지 않기, 바른언어 사용, 사이좋은 친구, 책많이 읽기'의 5가지의 실천내용을 다모임 시간에 아이들의 토론을 통해 결정했다. 아이들 스스로 결정한 만큼 실천점검 또한 다모임을 통해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윗사람의 일방적 지시보다 아이들이 결정하고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실천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소통과 협력'이 중요시 되는 미래사회을 책임질 아이들로 성장해 간다.

5꼭운동은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은 연수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책읽는 선생님되기, 칭찬 많이 하기, 아이들 말에 귀기울이기, 존댓말 사용하기, 먼저 말을 걸어주는 선생님 되기'의 약속을 교사 전체가 합의해 실천해가고 있다.

학부모들은 '하루에 한번이상 꼭 안아주기, 눈높이 대화, 칭찬하기, 사랑한다고 말하기, 아이와 약속지키기'의 내용을 설문조사와 학부모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학교의 3주체가 결정한 5꼭운동은 작은행동이지만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이를 위한 결정과정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모두의 참여로 이뤄진 결정이기에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아지며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존중받고 사랑받는 아이로 적극적인 학교생활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외에도 학교축제 이름 정하기도 아이들이 결정했으며, 다모임이 처음에는 고학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해를 거듭해 지금은 1-2학년 아이들도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저학년의 주장에 선배들은 경청하며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부분은 선배들이 보충해 함께 도와주고 있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존중과 배려를 통해 조화를 이뤄가는 모습을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경험·축적해가는 과정을 거친다.

#중간놀이(성장기 아이들의 충분한 휴식시간)

지난주에 소개됐던 내북초에는 '행복어울림'이 있다면 삼산초에는 '중간놀이'시간이 있다. 모두 묶음수업을 통해 확보된 아이들의 휴식시간이다. 행복씨앗학교가 갖는 특색있는 시간이지만 두학교의 모습은 다른 빛깔로 빛나고 있다.

삼산초는 작년부터 중간놀이시간을 확보했다. 준비교였던 삼산초는 30분이라는 휴식시간을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막상 아이들은 잘 놀지 못했다. 컴퓨터게임, 소그룹별 놀이에만 익숙해 있던 아이들은 모두가 함께 노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결국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나갔다. 공놀이를 하거나 줄넘기, 집단게임, 전래놀이 등의 다양한 놀이를 함께 하면서 아이들은 맘껏 즐겼다. 이제는 굳이 선생님들이 함께 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문화를 찾는다. 학교에서는 플라잉디스크, 배드민턴, 컵쌓기 놀이도구, 블록 등 다양한 교구만 준비할 뿐이다. 아이들은 중간놀이를 통해 두뇌의 발달을 촉진시키며 충분한 휴식은 다음 수업시간의 집중도를 높인다. 또한 아이들만의 또래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수업의 변화

교사들은 전문적 학습공동체 연수를 통해 매주 모임을 갖는다. 연수내용은 학교철학과, 교육과정 재구성, 공동수업 등 다양한 내용으로 연구와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삼산초 교사들은 연수를 넘어 동아리 활동도 진행한다. 독서활성화를 위한 독서동아리와 수업연구동아리 2개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교사들의 노력은 학년별 특색있는 프로젝트 수업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우리지역 바로알기, 감성을 키우는 문화예술 교육, 6학년의 청백페스티벌 수업 등 내용과 형식 또한 다양하다. 특히 6학년의 청백 페스티벌은 예술축제, 영양축제(음식), 독서·역사·체육학·연극축제의 다양한 주제를 가진 프로젝트수업이다. 이러한 수업변화는 단합력과 소속감을 높이고 준비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과 끼를 발휘하여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무엇보다 모두가 참여하며 조별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불어 사는 공동체문화를 수업을 통해 체득해나간다.

#민주적인 운영으로 우리 모두가 학교의 주인

삼산초는 형식적인 행사를 과감히 줄이고 학교본연의 임무인 아이들 가르치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외부인사가 학교를 방문할 때의 모습을 들 수 있다. 예전에 교육청에서 높은(?) 분이라도 방문하는 날에는 미리 현관 앞까지 나가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형식에 치우쳤다. 그러나 이제는 교무실이나 교장실에서 방문객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또한 다과문화를 없애고 간단한 차만을 대접한다. 이런 변화는 행정인력의 낭비를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방문객을 당당히 맞이한다는 것은 교육발전에 대한 이야기들도 눈치보지 않고 말하며, 아이들 중심의 교육현장소리를 과감없이 건의하는 문화로 만든다.

이외에도 삼산초는 공문이나 지나친 행사를 덜어낸 것. 교감과 실무사 3인이 모든 행정업무를 전담해 교사들은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지나친 행사를 줄이고 평소 아이들의 모습을 스스로 즐기기 위한 행사로 전환했다. 이러한 변화는 학부모들의 참여에도 영향을 줘 동원하지 않아도 어느 해보다 학부모들이 공개수업이나 학교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자모회 또한 단순 행사지원에서 교육행사에 참여하며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시로 모으고 있다. 이를 학교측에 요구하면서 협의해 나가며 작지만 행복씨앗학교 이후 변화되는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박인자 교장은 말한다.

"소리없는 교육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란하지 않아도 크지 않아도 작은변화들이 모여 학교가 발전하고 있다. 행복씨앗학교가 끝나도 시스템을 그대로 남아 지속가능한 교육이 돼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2, 30년 후 미래사회를 책임질 아이들이다. 과거의 교육방식, 현재의 교육에 안주하는 교육을 넘어 미래사회를 책임지는 인재로 양성돼야 한다"

학생중심 창의적 교육으로 '배움'이 있는 학교, 학교문화혁신으로 꿈과 희망을 '키우는' 학교, 참여와 소통으로 '나눔'이 있는 학교를 위해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삼산초는 지금 새로운 역사발전을 일궈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