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학교가 즐겁다. 내북초등학교
② 학교가 즐겁다. 내북초등학교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6.07.13 22:20
  • 호수 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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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너머 꿈을 이야기하는 내북초등학교
▲ 6남매 다모임을 통해 아이들은 소통과 협력을 배우며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

"토요일에도 학교 가고 싶어요 ~"

"엄마, 토요일에도 학교가 문을 열었으면 좋겠어요"

내북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의 말이다. 아이는 학교가 너무 즐거워 집에서 쉬는 주말이 아쉽단다. 아이에게 학교는 '즐거운 배움터'이자 '신나는 놀이터', '배려와 존중이 살아 숨쉬는 삶의 배움터'이다.

내북초는 전교생이 46명으로 작은학교이다. 그러나 아이들 하나하나의 모습은 활동력이 넘쳤으며 목소리 또한 우렁차 결코 작지 않은 학교였다.

취재차 방문한 날에는 '여름빛 해피데이'로 학교에서 야영을 하는 날. 이날 저녁은 부모와 교사들이 준비한 삼겹살과 소세지 구이. 고기를 굽느라 붉게 달아오른 어른들과 야영의 즐거움으로 흥분한 아이들의 붉은 얼굴이 행복으로 가득차 있었다.

# 행복어울림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배워요

'행복어울림' 시간은 오전 30분, 오후 20분의 휴식시간을 말한다. 충분한 휴식시간은 아이들의 신체발달에 도움을 줘 교육효과를 높이고 있다.

'쉬는 시간이 왜 그렇게 길지?' 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일반학교와 휴식시간은 같다. 다만 묶음 수업을 통해 충분한 휴식시간을 확보했을 뿐이다. 아이들은 이시간을 통해 다양한 삶의 형태를 몸으로 체득하게 된다. 또한 공동체적 삶, 모둠별 토론, 자치활동은 아이들이 싸울 시간을 주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이 노느라 바쁘고 토론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중요한 이유는 다른데 있다. 모든 학교생활이 '우리'가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고 실천해나가기 때문에 싸울 일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것이다.

# 육남매 다모임은 작은학교만의 특권

내북초는 '우리들의 약속, 생일축하, 동아리, 친구칭찬' 등을 다모임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한다. 어린이회장제도가 없는 내북초는 모든 학생이 돌아가면서 회장역할을 한다. 학생수가 적은 작은학교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처음에 아이들은 마이크 잡는 것을 쑥스러워하더니 이제는 '유재석' 못지 않은 능숙한 진행을 한다. 성격이 소극적이거나 회의진행의 어려움을 겪던 아이들도 서툴지만 칠판에 글을 써가며 진행한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노력하고 또는 어려운 아이들을 기다려주면서 내북초만의 조화를 만들어 간다. '존중과 배려, 민주주의' 이런 단어들을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다.

김은중 교사는 "얼마 전 어떤 아이가 싸우지 말자고 제안했죠. 모든 아이들이 동의하듯 하더니 다른 아이가 어떻게 살면서 안 싸우냐고 반론, 이어 싸워도 오해하지 않기로 하자며 설득력 있게 말해 만장일치로 통과됐죠"라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이외에도 생일축하의 날은 아이들이 스스로 축하공연 무대 잔치마당을 준비한다. 어떤 아이들은 동영상을, 어떤 아이들은 댄스와 노래공연을 하면서 친구의 의미를 되새긴다.

# 톡톡 학교장 사랑방

아이들은 선생님을 대함에 있어 존경과 예의는 갖추되 대화할 때는 가족처럼 스스럼없이 대한다.

박준영 교장은 학년별로 '톡톡 학교장 사랑방' 시간을 가진다. 사랑방 시간은 친구, 공부, 진로, 학교건의 등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간다. 얼마 전에는 '동물을 기르자'라며 졸랐다(?). 교장선생님의 '어떤 동물이 좋겠느냐'라는 물음에 아이들은 온갖 동물을 장난스레 늘어놓는다. 희귀동물이 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환호성과 웃음이 터진다. 친구들의 반응에 흥이 더해진 아이들의 장난은 그칠 줄 모른다. 오래된 습관처럼 아이들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교장선생님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충분한 말이 쏟아져 나왔을 때 아이들과 토론하기 시작한다. 토론 끝에 물고기로 결정됐다. 이외에도 중앙계단 물청소로 미끄럽다며 하교 후 청소해달라는 요청으로 지금은 하교 후 청소가 이뤄진다.

아이들 말을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 음료수 자판기를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교장선생님은 '음료수와 건강', '가정형편으로 음료수를 맘껏 사먹지 못하는 아이에 대한 배려' 등에 대한 이유를 일방적 설명이 아닌 토론을 통해서 아이들과 함께 결정한다.

일반적 세상의 잣대로 보면 학교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교장이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인다. 아이들은 '진짜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자존감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도 적극성을 띄게 된다.

#학생자율동아리와 도서관

내북초의 또다른 특징은 아이들이 회의를 통해 순도 100%의 학생자율동아리를 만든 것이다. 요리, 그림, 레고, 음악방송 등의 동아리는 학년 구분없이 골고루 섞여 서로 다른 빛깔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음악방송동아리 아이들은 일과가 끝나면 연구실(교무실)에 있는 방송실에 들어가 아이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인기곡을 틀어준다.  방송하는 동안 선생님의 지도는 전혀 없었으며 오로지 아이들 스스로 이뤄진다. 요리동아리는 일학년 아이들의 서툰솜씨를 언니들이 자연스럽게 도와주면서 재미를 더한다. 그래서 더 맛있다는 저학년의 모습에 선배들도 뿌듯해한다.

내북초 학교건물은 직사각형의 여느 학교와 사뭇 다르다. 곡선형태를 따라 건물이 배열돼 복도 끝에서 끝은 보이지 않아 둥근기둥을 타고 지나다보면 다음은 어떤 공간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1층에 위치한 도서관은 아늑하고 따뜻해 아이들이 즐겁게 이용할 있도록 가구와 책장, 인테리어까지 섬세하게 돼 있었다.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차향기 가득 북카페' 프로그램은 딱딱한 독서분위기와 전혀 다르게 진행된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책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떠드는 도서관을 추구한다. '책은 맛있고 즐겁다'라는 오감만족을 위해 향긋한 차와 때로는 팝콘까지 먹기도 한다.

내집처럼 편안한 도서관은 아이들과 책과 빨리 친해지고, 책을 읽음과 동시에 옆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눔으로 여러 아이들의 의견이 더해져 책활자보다 풍부한 내용을 체득하게 된다.

이외에도 내북초 행복어울림 마당시간에는 전래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놀이가 진행된다. 또한 아름다운 학교에 조성돼 있는 둘레길(아름길, 두드림길, 나래길, 한빛길, 솔찬길의 5색)을 산책하고, 숲체험, 생태학습장 등 4계절을 온몸으로 맞이하며 성장한다.

#수업변화와 학교운영의 변화

# 유대인 자녀교육방법 '하브루타' 수업방식

하브루타 교육 철학은 '학생중심의 말하기'이다. 교사의 질문보다 학생의 질문이 많은 수업, 질문이 질문으로 끝나지 않고 자기주도적학습으로 이어지는 것. 다양한 질문과 토론은 유연성이 강화되고 이후 아이들은 사회 어느 곳에서나 문제해결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수업을 통해 훈련받는 것이다.

내북초는 하브루타 교육방법을 연구해 '질문만들기 수업, 비교·논쟁중심 수업, 친구가르치기 수업, 문제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1학년 학생이 단 하나의 문장에 대해 8개의 질문을 만드는가 하면, 3학년은 32개의 질문을 작성하고도 모자라 시간을 더 달라고 조르는 학생도 있었다. 질문을 만들고 짝과 좋은 질문을 르고 이후 전체토론과정을 거쳐 교사는 최종적으로 좋은점과 보완할점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하부루타 수업방식은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오감을 넘어 무한한 뇌의 기능을 일깨운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은 표현하고 말함으로써 자신감향상 뿐만 아니라 친구와 공감하며 영역을 넓혀 나간다.

김은중 교사는 말한다. "많은 것을 가르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마이크를 넘겨라. 조용한 교실에서 벗어나 아이들 목소리가 넘쳐야 한다"며 자신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배움을 나누는 것은 최고의 교육방법이라 자부한다.

이외에도 기억력과 창의력을 높인다는 모눈공책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주는 것에서 내북초의 세심함을 엿볼수 있었다.

# 학교운영의 변화

내북초는 지나친 행사와 보여주기식 행사를 과감히 줄였다. 봄빛·여름빛·가을빛·겨울빛 Happy Day라는 4계절 행사에 모든 것을 융합했다. 발표회, 야영, 체험학습, 졸업식, 바자회, 물놀이 등 각종 행사를 계절별로 묶었으며,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평소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를 진행한다.

또한 공문처리나 행정업무도 과감히 줄이고 수업과 생활지도의 시간을 늘리고, 학부모를 위한 교육, 지역사회와의 연계활동 등 끊임없는 도전을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이루기 위해 교사들은 매주 토하며 머리를 모으고 있으며 친목도 다진다.

박준영 교장이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꿈 너머의 꿈을 가지자"

꿈을 이루고 난 뒤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내북초 아이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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