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법으로 대접받는 닭들이 농장의 주인공
자연농법으로 대접받는 닭들이 농장의 주인공
  • 김선봉 기자
  • 승인 2016.05.26 11:29
  • 호수 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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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교육농장으로 품질 인정받아 꼬마들의 체험 줄이어
▲ 진천군에서 90명의 특수학생들이 체험에 참여해 최생호씨의 설명을 들으며 닭모이를 직접 만들고 있다.

# 행복한 닭의 비밀

"어렸을 때부터 장을 튼튼히 해주는게 비결이죠"
갓 태어난 병아리 때부터 현미와 대나무잎, 한방영양제, 효소 등을 먹으며 장이 튼튼한 닭이 된다. 또한 꽉 막힌 공간이 아닌 자유로운 공간에서 맘껏 뛰노는 닭들은 건강한 변을 보고 냄새 또한 거의 없다. 농장바닥에 왕겨와 낙엽, 볏짚과 황토 등을 골고루 섞어 놓기만 하면 닭똥과 어우러져 자연분해 돼 흙과 같은 상태가 된다. 만져보면 밭에 있는 흙처럼 부슬부슬하다.
"여름에도 파리가 꼬이지 않죠. 따로 바닥을 치울 필요도 없고 2년에 한번씩 거름을 쓰려고 걷어낼 뿐이죠"
꽉 막힌 공간의 스트레스로 닭들끼리 서로 쪼으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리를 절단하는 일도 없고, 백신이나 항생제를 투양ㄱ하지 않아도 7년동안 단 한 마리의 닭도 병으로 죽은 적이 없다 한다.
최생호씨의 하루는 이른 아침 농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으로 시작된다. 밤의 기운을 이겨내고 밝은 기운을 가득 담은 아침햇살을 닭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다. 일반 양계장은 계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잠을 자지 못하도록 밤새 불을 켜놓아 밤낮을 구분하지 못하지만, 가람뫼농장의 닭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여름이 되면 덥고 겨울이 되면 추워지는 농장에는 어떠한 냉방장치나 난방장치도 찾아볼 수 없다. 가람뫼 닭들은 여름과 겨울을 자연 그대로 즐긴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자유롭다.

▲ 최생호씨가 7년동안 매일매일 쓴 농사일기에는 모이종류와 구입 방법, 닭들의 건강과 계란 상태까지 꼼꼼히 적혀 있다.

#꼬꼬엄마, 꼬꼬아빠의 마음으로
"귀농하면서 전국 자가사료 현장을 전부 다녀봤죠. 닭모이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자가사료를 잘 한다는 곳이 있으면 먼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부부는 찾아다녔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길을 찾기 시작했단다.
"겨울에 알을 많이 낳게 하고 싶어서 지방이 많은 쌀겨양을 늘려 봤죠. 정말 닭들이 포동포동 살찌고 털에 윤이 나더군요. 그런데 예쁘게 살만 쪘어요" 부인 한은숙씨의 설명이다.
무모한(?) 자연에 도전했던 그들은 자연의 섭리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한다.
7년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쓴 일기장이 책장에 수두룩 쌓여 있다. 어떤 먹이가 좋은지, 어떤 재료를 많이 넣고 적게 넣었을 때 닭들의 변화는 어떤지에 대해 깨알같이 써내려간 농사일기는 육아일기보다 꼼꼼했다.
밀기울, 청초(풀), 율무, 참깻묵, 들깻묵, 쌀겨, 현미, 한방약초, 효소, 천일염 등의 국내산, 자연산, 유기농의 재료를 전국 각지에서 구해 영양소 비율을 맞춰 최고의 자가사료를 만들었다. 자연과 더불어 정직한 마음으로 얻게 된 계란은 우리 아이들의 밥상으로 오르게 된 것이다.

#자연농장을 유지하는 비결은 욕심을 버리는 것
"처음 2년 동안은 손가락만 빨았어요. 없는 살림에 손님은 왜 그리 많았던지...
귀농한다는 소식을 들은 주변 지인들은 주말이면 농장을 방문했다. 넉넉한 살림살이는 아니었지만 소박한 차림으로 지인들과 좋은 곳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고, 지금은 소중한 고객으로 남았단다. 겨울에도 청초를 먹이는 것을 보고 말이 필요없던 것이다. 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금은 모두 직판되어 나간다.
모든 시스템이 갖추어져 사업을 확장할만도 한데, 그들은 욕심을 내지 않는다.
"일반 양계장하는 사람들이 우리 농장을 보면 소꿉놀이 같다고 할거에요. 우린 천마리 정도만 유지해요. 두사람의 품으로 자연농장을 운영하기에 적당한 규모죠"
그들은 고객이 늘면서 주문량도 많아지지만, 복지관 어르신들을 위해 7년 동안 꾸준히 계란으로 재능기부 하는 것을 뒤로 미루지 않는다.

▲ 상주 중앙병설유치원생이 닭이 낳은 계란을 직접 거두는 체험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신나는 농촌체험 현장
작년부터 그들에게는 일이 늘었다. 농촌진흥청 교육농장으로 품질인증된 것. 일주일에 두세차례씩 체험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연계된 체험이지만 올해는 기술센터를 거치지 않고 농장으로 직접 체험신청도 늘고 있다. 특히 귀농인을 위한 체험학습 신청은 의미가 더욱 크다.
얼마 전에는 진천교육청에서 연락이 와 특수학생들이 체험을 다녀갔다. 특수학생 중에 지체장애인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최생호씨는 체험전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나무판으로 경사로를 짜는 배려까지 빠트리지 않았다.
"꼬꼬엄마(한은숙씨를 이르는 말), 닭의 엄마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8살짜리 특수아동의 말이다. "제 평생 이렇게 맛있는 계란밥은 처음이에요" 8년 살아오면서 가장 맛있는 밥을 먹었다는 아이의 말에 웃음이 빵 터지기도 했지만, 아이의 말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음성에서는 귀농인들이 체험학습을 다녀갔는데, 다양한 질문이 줄을 이었다. 처음에는 바쁜 농번기에 웬 닭 체험이냐면 불만(?) 섞인 자세로 임했다가 지금까지 다녀본 수많은 체험 중 최고였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보은여중 학생들은 "맛있어요. 닭들이 부러워요" 학생들은 닭모이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와 신선한 재료에 이끌려 종종 모이를 먹어본다. 또한 수탉은 낯선 사람들이 주는 모이를 먹지 않고 암탉들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보초를 서기도 한다. "사람보다 낫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할 체험학습 교육장을 만들기 위해 온가족이 나섰다. 동혁(보은고2)과 수현(보은여중3) 남매가 땅을 다지고 엄마아빠가 모든 가구와 소모품을 교육장에 맞춤형으로 직접 만들었다. 또한 체험프로그램은 유치원, 초등학교 학년별, 중학교, 특수아동, 일반인을 위한 주제별, 단계별로 준비돼 있다. 농장을 다녀간 이들이 왜 알찬 체험을 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체험이 끝난 후에는 소감문을 작성하여 한지로 예쁘게 책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이후 아이들이 커서 농장을 찾았을 때, 자기가 어렸을 때 무슨 생각으로 생활을 했었는지  추억을 되돌려 볼 수 있도록.

#자연을 닮아가는 최생호·한은숙 부부
"귀농의 첫 번째 조건은 부부의 철학, 농사의 철학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귀농을 하면서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귀농 7년째이지만 지금도 여유로롭지는 않다. 그럼에도 어려움이 올 때마다 그들은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해야하지?'하며 7년을 살아왔단다. 바라보는 곳이 같기 때문에 어려움은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생각하게 되고 문제가 해결될 때마다 부부의 힘은 더욱 커졌던 것이다.
"가족이 행복해졌으니까 성공한 귀농이겠죠?"
소규모·친환경·유기농의 자연농법이 사람도 살리고 자연도 살린다고 말하는 부부는 어느새 자연을 닮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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