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폐열로 스팀 제작해 기업체에 판매...청주시
② 폐열로 스팀 제작해 기업체에 판매...청주시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6.05.26 11:23
  • 호수 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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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은 환경공원…전기와 스팀 판매해 연간 30억 수익
▲ 소각시설에서 온수를 공급받아 운영되고 있는 스포츠센터내 수영장의 모습이다.
▲ 이곳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소각시설로 보이지 않는 청주 광역 소각시설의 모습이다.

쓰레기 소각장, 매립장, 하수종말처리시설, 분뇨처리시설 등은 주민들이 "우리동네에는 절대 들어오면 안된다"며 막는 대표적인 혐오시설이다.

이같이 주민 반대에 부딪히기 십상인데 이들 시설을 이용한 수익사업이 전개되고 또 시설이 입지한 마을에 주민지원사업 등이 전개되면서 우호적인 시설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청주권 광역 소각시설이 대표적인 경우가 아닐까 한다.

청주권 광역소각시설은 청주시 흥덕구 휴암동에 위치해 있다. 보은군 쓰레기 소각장이 산의 8부 능선쯤에 있는 것과 달리 청주시 소각시설은 청주 중심지에서 경부고속도로 진입부에 위치하고 사람 눈높이에 위치해 있다.

소각시설이 들어선 환경을 보면 겉으로 보기에 조경이나 산책로 등이 잘 조성된 공원 같다. 쓰레기 소각시설 및 분리수거시설이 들어서있는 건물은 공원 편의 시설로 여겨지거나 조경을 잘한 큰 기업으로 보일 정도다. 청주 시민들도 이곳이 쓰레기 소각시설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텐데 완전 반전이다.

멋진 경관, 잘 나가는 기업체의 건물이 청주시 광역 쓰레기 소각시설이었던 것. 그곳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더럽고 냄새나고 보기흉한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청주시는 에너지를 뽑아내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120여억원을 들여 소각시설만 지어놓고 주변을 정비하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님비현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보은군의 소각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 소각장에서만 연 30억 수익 발생

당초 2009년 4월 청주시는 청주청원전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및 대형 폐기물 처리를 위해 1일 200톤 처리 규모로 829억원을 들여 소각시설을 준공했다. 이것이 1호기이다. 이후 생활폐기물이 1일 230톤으로 증가하면서 1호기에서 다 처리하지 못하게 되자 30톤을 어쩔 수 없이 매립했다. 또 정기적으로 점검 및 보수를 위해 소각시설 운영을 중단하는 20~30일 동안 발생하는 쓰레기도 전량 매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고심 끝에 청주시는 늘어난 쓰레기도 처리하고 또 소각시설 점검기간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를 위해 568억원을  투입, 1호기와 마찬가지로 1일 200톤 처리 규모의 2호기를  2015년 7월 준공했다. 현재는 1, 2호기를 합쳐 총 400톤 규모의 시설에서 현재 340톤을 처리 중이다.

소각시설 에너지 사업은 1호기 설계부터 반영됐다. 소각시설에서는 쓰레기를 태워 나오는 열량을 폐열보일러를 돌리면 1000도 정도의 고열 배기가스가 발생한다. 이 고열의 배기가스가 폐열보일러를 통과하며 일반 스팀이 발생하는데 이것으로 발전기를 돌려 시간당 2000㎾의 전기를 생산한다.

1㎾로 전등 30개 정도 켤 수 있다고 보면 청주 광역 쓰레기 소각시설에서 매일 6만개의 전등을 켤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되는 것이다. 이중 50%는 소각시설에서 이용하고 나머지 50%는 한전에 판매하는데 연간 10억원의 수익을 얻는다.

청주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호기 건설 때 시설에서 약 8㎞ 떨어진 지역난방공사까지 배관을 설치해 발전기를 통과한 잉여스팀을 이용해 100도로 데워진 온수를 공급해 20억원의 수익을 얻는다. 이같은 시스템으로 청주시 광역소각시설에서 지난해 얻은 수익이 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수입확대를 위해 2호기 에너지 판매처를 지역난방공사 대신 산업단지로 바꿨다. 2호기도 처음 설계 당시는 1호기와 마찬가지로 지역난방공사에 온수 공급계획을 반영했다가 150억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9㎞ 떨어진 산업단지에 스팀을 공급하는 배관을 시설했다.

이유는 지역난방공사로부터 얻는 수익이 20억원에 달했지만 지역난방공사의 고시가격이 생각보다 낮아 수익이 적었기 때문.

지역난방공사가 고시한 매입단가가 GCal당 1만8천원~2만2천원인데 비해 산업단지에는 6만원대로 공급하게 된 것. 이에따라 청주시의 세외수입 증가가 눈에 보이고 있다.

청주시 광역소각시설을 관리하는 청주시 시설공단 박용규 소각로 담당에 의하면 "현재는 배관공사에 투자한 민간기업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수익의 50%를 가져가고 나머지 50%만 청주시에 전입하는데 5년 후에는 전액 청주시 수입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소각시설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용규 담당은 또 "수송관로를 통해 이동 중에 열손실이 크지 않아 경제성이 높다"며 "판매된 열은 엘지(LG)와 매그나칩 등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이 이용하는데 기업체는 LNG를 사용할 때보다 20~30%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청주시는 수익을 더 얻고 서로 윈윈 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땅히 자체재원이 없어 허덕이는 보은군과 달리 청주시는 쓰레기를 태워 돈을 생산하는 광역소각시설이 청주시의 중요한 수입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소각시설은 이같이 세외수입 증가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주민 편익시설까지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센터에 온수를 공급,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등 복지혜택까지 시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 스포츠센터 및 환경공원도 조성

위에서 소개한대로 청주시 광역소각장은 쓰레기를 소각, 물건의 존재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대가로 돈도 벌고 주민들에게는 유익한 시설까지 만들어줬다.

청주시가 이곳에 1호기 소각장을 시설하면서 주민들 편익시설인 스포츠센터와 게이트볼 구장뿐만 아니라 주변자연을 이용해 생태공원을 만들었다.

생태공원은 하늘광장, 사색마을 등 산책하기 좋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2호기 소각시설 아래쪽으로는 소각시설의 방류수는  물레방아를 돌리는 것으로 재활용돼 공원의 친수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스포츠센터에는 25m 수영장과 헬스장, 에어로빅장, 찜질방, 목욕을 할 수 있는 사우나 등을 갖추고 있는데 소각장에서 나오는 온수를 수영장과 사우나에 공급하고 또 가스를 이용한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도 공급하고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 중 소각장 주변 300m이내 거주민은 시설이용료의 50%를 할인받고 65세 이상은 여기서 다시 50%를 할인받는 등 실질적인 혜택도 누리고 있다.

70세가 넘은 고령의 노인들도 일자리를 얻는 등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는 스포츠센터의 이용자는 평균 800여명, 주말엔 1천20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4년째 시설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신원호(71, 강서동)씨는 "이 나이에 써주는 곳이 어디 있어? 동네 가까이에 소각장이 들어서면서 스포츠센터가 생기니까 청소라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겨 돈도 벌고 좋지. 그리고 이곳이 소각장이지만 겉에서 보면 못 느껴. 그냥 공원인가 보다 하지. 공원도 잘돼 있어서 계모임이나 동호회에서는 아예 음식을 싸가지고 와서 하루 종일 놀다가고 그래. 소각장이 동네에 들어와서 처음엔 냄새나고 그랬는데 지금은 모르겠어.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것 같어."라고 말했다.

헬스장과 수영장을 애용한다는 이의섭(75, 수곡동)씨는 "개인헬스장을 다니다 이곳을 다니는데 이용료도 저렴하고, 기구도 많고, 넓고, 쾌적하고 또 사우나 시설도 잘 돼 있어서 아주 좋다"고 호평했다. 이 어르신은 "소각시설 점검기간에는 스포츠센터도 휴장을 해. 이 기간에는 어쩔 수 없이 사직동에 있는 쌍둥이 수영장하고 헬스장을 다녔는데 거기는 헬스장도 좁고 내거 하고 싶은 헬스 기구를 이용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고 사우나에 목욕탕도 없고 정말 죽을 뻔했어"라고 표현할 정도로 청주 광역 쓰레기 소각시설로 인해 생긴 푸르미 스포츠센터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이같이 시민들의 소각시설에 대한 긍정적 반응 때문인지 청주시가 제2의 쓰레기 매립장 부지를 찾을 때 2개 마을이 경합, 우리마을이 쓰레기 매립장 최적지라고 기자회견을 자처할 정도로 유치경쟁을 벌였다.

물론 청주시가 매립장이 들어서는 마을에 사용기간 동안 매년 10억원씩의 주민지원기금 지원을 비롯해 편익시설 건립비 50억원, 숙원사업비 50억원을 지원하는 등 총 300억∼500억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결정적 역할을 했겠지만, 과거와 달리 소각장이나 매립장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도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소각시설이 더 이상 혐오시설로만 인식되지 않고 돈도 벌면서 주민들에게는 마을의 새로운 동력으로 인식하는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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